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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독일인 관광객의 탄식

고성 오호리 해변-죽도에 추진되는 해양관광단지 사업...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두면 안 될까

등록 2023.10.26 13:58수정 2023.10.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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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 죽도와 오호해변을 잇는 공사현장(2023/10/24) ⓒ 진재중


"왜 이렇게 해야 합니까, 이 아름다운 해변을 왜 망가트리지요?"

강원도 고성 송지호해변 공사 현장을 두고 터져나오는 한숨 섞인 말들이다. 공사 현장은 흉물스럽게 해변을 따라 콘크리트로 덮이고 있다. 이 해변에 고성군이 사업비 410억 원을 투입, 오호리 해변과 죽도를 잇는 780m 길이의 해상 산책로, 해상 전망대, 수중공원 등을 설치하는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성 송지호해변은 고성군에 있는 해변 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힌다. 송림이 우거져 있고 갯그령, 갯방풍, 갯메꽃, 해당화 등 다양한 염생식물이 분포돼 있어 학습의 장으로도 불린다.

길 건너에는 설악산을 배경으로 석호인 송지호가 있어 경관으로도 빼어난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앞에는 동해안에서는 울릉도 다음으로 큰 섬이고 무인도로는 가장 큰 섬인 죽도(竹島)가 있다. 죽도(竹島)는 '대나무가 자생을 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면적이 5만 29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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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와 송지해변 송지호와 죽도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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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생식물 송지호해변은 다양한 염생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 진재중

   
섬은 온통 화강암으로 돼 있어 파란 대나무와 하얀 바위가 조화를 이룬다. 죽도는 생태자연도 지질 경관 1등급으로 산림청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야광나무, 참싸리, 해당화, 갯방풍, 갯메꽃, 갯쇠보리 등이 자란다.

고성 죽도 일원은 국내 최고의 바닷속 경관과 생태계 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2018년 해중경관지구로 지정됐으며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 거점' 시범 사업지로도 선정된 섬이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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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에 위치한 섬(2023/10/24. 드론촬영)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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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반 암반 화강암으로 이뤄진 죽도와 해조류 ⓒ 진재중

 
오호리 해변과 죽도 사이는 1년에 한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해변 모래가 섬 쪽으로 쌓이면서 모래톱이 형성된다. 이때는 걸어서 섬까지 갈 수가 있다. 동해안에서는 육지와 섬이 이어지는 장면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섬과 해변 사이가 다른 해역보다 수심이 얕고 모래의 퇴적이 일어나 죽도 쪽으로 모래가 쌓이기 때문에 서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모랫길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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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 육지와 섬이 연결되는 현상이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2022/2/17,드론촬영)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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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섬이 화강암으로되어 있으며 생태자연도 지질경관 1등급으로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섬 ⓒ 진재중

 
고성군 사업비 410억 투입... 관광수입에 집착하는 지자체 


그런데 이 섬에 고성군이 사업비 410억 원을 투입, 오호리 해변과 죽도를 잇는 780m 길이의 해상 산책로 등을 설치하려고 한다. 해상 전망대, 수중공원 등을 설치하는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고성을 해양관광의 메카로 성장시키고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관광시설 확충하기 위한 사업으로, 2023년 준공해 2024년 개통이 목표다.

해상 산책로는 해수면에서 9m 위를 지나는 다리 형태로 바닥 곳곳에 투명 유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상 산책로를 건너면 죽도의 자연경관을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와 송지호 해변의 바다·파도를 느낄 수 있는 해상전망대도 건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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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와 송지호 죽도에서 바라본 송지호와 해변(2023/10/24) ⓒ 진재중


문제는 해변과 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관광수입에 집착하는 자치단체다.

동해안을 자주 찾는 한 여행객은 "자연 그대로가 더 큰 관광자원인데 각 지자체에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개발만 해서 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이곳에 자주 온다는 김금렬씨(69)는 "고성군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원을 훼손하면서 근시안적으로 개발하는 게 문제다. 죽도와 같은 섬은 최대한 사람이 접근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 섬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연자원은 우리 후손에게 남겨 주어야 한다"라고 아쉬워했다.

죽도가 좋아서 이곳을 여행 온 박금자씨(67)는 "죽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그대로 두면서 이상향을 그리게 할 수는 없을까"라고 반문하며, 인위적인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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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해변앞 무인도 ⓒ 진재중

 
동해안에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시설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곳곳이 해안 관찰로, 해안 경관로, 해중공원 등의 명목으로 개발되거나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안을 걷다가 인터뷰에 응한 독일 여행객은 "한국에는 해안가에 너무 많은 인공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바다 옆에는 산책로, 해안 도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 왜 이런 시설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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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전 해변 공사전 죽도와 해변(2022/9/22) ⓒ 진재중

 
동해안에는 해수면 상승과 각종 인공시설로 인해 연안침식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안에 인위적인 시설물 설치로 해안침식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안침식을 연구하는 장성렬 박사는 "해안은 바람과 파도와 조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이어서 작은 환경 변화만 있어도 민감하게 반응해 연안침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해안에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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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런 시설물 죽도와 해변을 잇기위한 공사현장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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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 시설물과 죽도 해변에 신축된 호텔과 해상산책로 공사를 위한 흉물스런 시설물(2023/10/24) ⓒ 진재중

 
강릉 정동진에서 심곡 해안까지 연결한 바다 부채길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으로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국내 유일의 해안 단구지역이다. 부채길은 동해바다의 비췻빛 해변과 기암괴석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형으로 암반 위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생대가 펼쳐진 곳이다. 해안에는 다양한 바다 나물, 미역부터, 톳, 지누아리, 고르매까지 살아 있는 해조류의 박물관이었다.

그러나 방문객의 증가로 버려지는 각종 쓰레기나 바다에 버려지는 오염물 투기로 인해 소중한 자연은 사라지고 있다. 이 해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각종 해조류는 그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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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도로 정동진과 심곡해안을 잇는 해안산책로(2023/3/24) ⓒ 진재중

 
머잖아 죽도와 송지호해변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원인 갯방풍, 갯메꽃, 야광나무 등이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모세의 기적'은 서해안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앞다투어 해안을 개발하기 보다는 소중한 자산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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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죽도, 고성 무인도 ⓒ 진재중

#죽도 #섬 #자연경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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