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와 하이드>

과욕이 낳은 괴물, 지킬 박사의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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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화(angelwin33)등록 2023.11.08 08:47
아는 것이 힘인가? 지킬 박사의 지식은 그를 단명의 길로 이끌었다.
모르는 것이 약인가? 무지 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럼 어쩌라고? 절제와 균형과 조화가 답인 듯하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이론대로 내 안의 악을 인정하고 경계하여, 이성적인 선택과 의지에 따른 실행력을 갖추는 일.

지킬박사는 젊었을 때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자신 속의 악과 선이 싸운다는 것을 알고 선은 선대로, 악은 악대로 각기 제 갈 길 찾아 살도록 분리하고 싶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분리에 성공했다. 아직은 혼자만의 위험한 성공이었다.
 
그는 하이드가 되어 젊음과 힘,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다. 하이드의 폭주를 점점 감당하기 어려웠고 하이드에 끌려다니다 못해 하이드인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자살을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자살은 이미 늦었다. 하이드가 무고한 많은 이들을 살해해버린 후였다.
 
지킬박사처럼 굳이 자신을 분리시키지 않더라도 악의 화신으로서만, 괴물로서만 살아간 사람(영웅이라고도 불렸던 사람)이 있다. 히틀러,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그루밍 범죄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등. 늦은 밤길에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고 우리는 말하곤 했다. 머리 검은 짐승, 개, 하이에나, 시라소니 등이라고도 무서운 하이드들을 칭했다.
 
선한 모습으로만 살아간 사람들도 존재한다. 세계적인 성인들, 평화주의자 간디, 윤동주, 테레사 수녀 등. 후자의 삶이 더 어렵기에 우리는 후자에 더 가치를 두게 된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전자의 삶을 살기도 불가능하게 여겨질 것이다.
 
지킬박사는 선과 악을 모두 원했으면서도 왜 악에 잡아먹히고 말았을까? 악의 중독과 위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거나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았던 거라고 본다. 지킬박사는 경고등이 켜질 때 그것을 무시했다. 친구의 도움을 거졀했다.
 
지킬박사는 처음 하이드로 변신해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보았을 때 자신의 실험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했어야 했다. 하이드를 깨끗이 포기했어야 했다. 하이드에게 자신의 전재산을 넘겨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다니, 악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넘겨주겠다는 암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 뒤쪽의 해설을 읽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원작 속 지킬박사를, 마약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적인 해석을 가했다.
마약은 중독의 심각한 종류 중 하나이지만 사실 우리는 일상적인 중독 물질의 필요성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젖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SNS, 카페인, 운동, 성형, 명품, 알콜, 담배 등. 중독이라 쓰고 외로움이라 읽는다.
 
나무들이 무겁고 화려한 잎들을 벗어버리는 계절이다. 비움의 의미를 생각나게 하는 가을이다. 결코 채워지지 않고, 누군가의 희생이나 투쟁을 통해서만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욕망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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