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을 쓸모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오미작가 개인전 -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검토 완료

야마다다까꼬(ragoyan)등록 2023.11.18 16:42

나오미작가 개인전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중에서 ⓒ 야마다 다까꼬

  "제가 작품활동을 하며, 인천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바다의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던 중 일본에서는 코로나때 한때 아마비에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 나에게 '아마비에'대한 자료수집 조사를 의래한 사람이 바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나오미 작가였다. 
그과 처음에 만난 것은 지난 2019년, 인천 미림극장에서 진행한 요코하마 '시네마 잭앤 베티'과의 극장교류 사업 때었다. 그가 미림극장 여기저기에 전시한 전시물은 크고 작고 다양한 모습으로 이 오래된 극장의 역사를 느끼게 하는 분위기와 뭔가 잘 어울리는 어딘가 그리움을 느끼는 것들이었다. 
 

나오미작가 개인전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중에서,'아마비에'의 모습 ⓒ 나오미

 나중에 그가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영화미술과 무대미술 일을 했고, 문화재연구소에서 일하며 복원 모사가를 꿈꾸기도 했다가,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차올라서 끝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커다란 화면을 이미지로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경위를 알게 되면서, 그만의 표현하려는 세계가 더욱 궁금해지고, 이번 전시를 찾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전시된 그 공간을 찾아보니까, 뭔가 오랫동안 자신도 잊고 있었던 슐레어리즘(Sur-reslism=초현실주의) 작품들과의 만남의 감동처럼 나에게 다가온 것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가 이번 전시를 어떤 계기로 준비하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작품을 발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느낌...
 

전시장을 바라보는 나오미 작가 ⓒ 나오미

-바다에 관련한 전시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2019년부터 연구조사를 시작하며 <연안해방>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계기는 북성포구의 매립을 목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보호단체들과 인천시, 상인들의 충돌도 바라보게 되었고요. 아래 링크는 그때 인천에서 기획전을 했던 내용입니다."

-이번 전시의'바다의 신'이라는 주제를 찾게 된 계기는?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의 요소(사람, 자연 등등) 중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지만 분명 우리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파시 풍경도 그많던 조기떼도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가시화되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들도 사라지고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민간신앙에 퍼져있던 도깨비신앙을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 이미지가 정확히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고요. 일본은 요괴 이미지가 많은데 한국은 민간신앙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그리 발전하지 못했어요."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실제 그곳에 살고 있지 않으면 체감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기에 그런 어려움을 인터뷰를 통해서 많이 도움받을 수 있었습니다. 야마다 선생님, 이정자, 오춘옥 선생님께요." 

- 그래도 보람을 느낀 것이 있다면?
 "그런 인터뷰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결국은 '사람'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림도 삶에서 나오는 것이고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장소 또한 마찬가지고요. 저에게 야마다 선생님은 일본이고 인천이세요. 오춘옥 선생님은 저에게 제주를 알게 해주셨던 분이시고요." 
 

?바다의 신_바다를 건너간 신 the god of the sea, god who crossed the sea?, 2022, Single-channel, 11분 25초 ⓒ ?바다의 신_바다를 건너간 신 2022,


-향후의 계획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아시아의 역사성에 대한 비교연구로 확장해나가려고 합니다.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해외진출지원 선정작《그림자의 강 River of Shadows》로 중국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무의식 속에 잔존해있는 역사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작업을 진행했었는데요. 지형적 관점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해안풍경의 변화를 우리 스스로 인식하거나 또는 인식하지 못하는 흐름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또 현재의 풍경을 기록하며 회화적으로 장면화하고자 했어요." 

- 전시를 찾아오실 분들에게 메시지 있다면?
  "2018년 개인전을 열었던 서울 청계천 바다극장은 여전히 폐관 상태고, 미림극장은 건물주가 바뀌어 내년 상황이 불안해요. 전시 당시 누군가 바다극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하지 않으냐고 말해서, 작가로서 그 일에 앞장서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죠.
2019년 ?연안해방?을 진행할 때는 매립된 포구를 보며 환경운동가처럼 반대운동을 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고요. '예술 실천'으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찰을 계속해보니, 이런 현실을 전시를 통해 알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최근 재중교포 작가들과 작업하면서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의 문화를 조금씩 지우는 현실을 발견했어요. 실제 몇 년 전부터 몽골족, 조선족 등 소수민족이 다니는 학교에서 보는 역사 교과서의 언어가 중국어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조선족 또한 흔적도 없이 모두 중국인으로 흡수된다면 조선족 문화도 전설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재 해항도시 곳곳에 세워진 모뉴먼트처럼 흔적만 남지 않을지, 한국 대중문화에서 소비하는 '조선족' 이미지를 볼 때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어서 발생한 현상은 아닐지, 그들의 무의식에 어떤 서사가 흐를지 고민이 많습니다. 그들은 '서유기'(중국), '선녀와 나무꾼'(한국), '소년장수'와 '영리한 너구리'(북한) 등을 보고 자랐어요. 그 무의식에 쌓인 문화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 대립 등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문화 사회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공존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일지 담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바다극장에서 전시를 열 때 바다극장 과장님께 오프닝 퍼포먼스 인사말을 부탁드린 적이 있어요. 그분은 배우가 꿈이셨기에 흔쾌히 응해주셨는데, 나비넥타이에 화장까지 해드리니 너무나도 행복해하시더군요. 기능을 상실한 그곳이 잠시 제가 만든 작은 사건으로 작동하는 걸 보면서 앞으로 제가 예술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제 할 일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전시장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느낌, 생물체처럼 스스로 그다음 이야기를 전개하는 느낌처럼 쓸모없음을 쓸모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파시波市 Lost village on the sea?2022> 전시 중에서 ⓒ 파시波市 Lost village on the

 
나오미 작가 프로필-
나오미는 근현대 사진을 통한 역사적 사건의 이미지, 개인의 구술 기록이나 문헌, 설화 등의 문화적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 연구한다. 이때 수집한 이미지가 장소, 이데올로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번안되고 사라지는지 발견하고 추적하며, 이를 회화적으로 장면화하거나 공간에 설치한다. 선택한 이미지는 화면에서 다큐멘터리적 서사 구조를 취하며 병치되고, 이미지 간의 갈등과 충돌이 생산한 서사적 맥락을 통해 주제 의식을 표현한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2022, 보안3), «Liberation of coastline landscape»(2021, 루쉰미술학원 미술관, 중국), «동시상영»(2018, 바다극장/미림극장)이 있고, «Summer Love»(2022, 송은), «생의 찬미»(202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Border Crossings-North and South Korean Art from the Sigg Collection»(2021, Kunstmuseum Bern, 스위스), «보더리스 사이트; Border-less.site»(2021, 문화역서울284), «연안해방沿岸解放»(2020, 인천아트플랫폼 C동), «안은미래»(2019,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출처: https://beattitude.kr/visual-portfolio/visualportfolio-naomi/)

나오미작가 개인전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일시 | 2023.11.15 – 2023.11.30
장소 | 디스이즈낫어처치(TINC)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로10길 34-16
시간 |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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