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이야기가 만드는 모두의 이야기 [리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속, 극> 박희정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하 '노란리본 극단')은 올해 4월, 새로운 작품 <연속, 극>을 선보였다. 2016년 <그와 그녀의 옷장>을 처음 무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2019년 <장기자랑>, 2021년 <기억여행>에 이어 다섯 번째 작품이다. 내가 된 엄마들 참사 후 9년이 흐른 시점에서 새롭게 선보인 <연속, 극>은 노란리본 극단의 이전 작품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일곱 명의 엄마들이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노란리본 극단의 첫 작품 <그와 그녀의 옷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참사 이후 유가족 곁에 선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노동자이자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무대에 올렸다. 두 번째 작품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부터 노란리본 극단의 연극은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처한 현실을 파고든다. 이 작품은 안산의 한 다세대 주택을 배경으로 '이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세 번째 작품 <장기자랑>은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의 일상과 마음을 생각해보게 한다. 네 번째 작품 <기억여행>은 현재로부터 2014년 4월 수학여행을 앞둔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4.16가족들의 고통스러운 싸움의 장면들을 되짚는다. <그와 그녀의 옷장>부터 <기억여행>까지, 네 편의 연극을 하는 동안 일곱 명의 엄마들은 자기 자신이나 아이의 이름을 극 중에서 되도록 말하지 않았다. 그 이름을 말할 때는 극이 끝난 후 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뿐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피해자'라는 하나의 이름 안에 자기를 녹여 넣은 것이다. 노란리본 극단의 엄마들은 이제 자기의 이름으로 무대에 선다. <연속, 극>을 구성하는 일곱 개의 에피소드는 동수엄마 김도현, 수인엄마 김명임, 순범엄마 최지영, 예진엄마 박유신, 영만엄마 이미경, 윤민엄마 박혜영, 애진엄마 김순덕의 이야기다. 극본을 함께 쓴 류성 작가는 엄마들이 "각 에피소드의 배우이자 작가의 역할"을 해냈다고 말한다. '세월호 엄마'들이 '나'의 이름으로 무대에 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줄이지 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줄이지 마라. 네 인생도 줄이면,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 밖에 더 되겠나. 세상에 그 누가 누군가가 살아 온 순간순간의 이야기를 의미 없다 하겠나." 극본을 함께 쓴 변효진 작가는 <연속, 극>의 소갯글을 쓰면서 어디에선가 기억해두었던 이 말을 떠올린다. 우리는 사건이 건조한 사실들의 조합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건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다. <연속, 극>을 채우는 일곱 엄마들의 이야기는 모두 아이들을 향해 있다. 멋들어진 노래와 함께 1인극을 펼쳐 보이는 영만엄마의 에피소드에서도 이야기의 뿌리는 영만이의 사랑에 닿아있다. 그런데 똑같이 '엄마'라는 이름이라도 '엄마의 이야기'는 같지 않다. 모두 저마다의 무늬를 그린다. 삶은 그 어느 하나 똑같을 수 없는 까닭이다. 삶이 고유한 만큼, 슬픔에도, 싸움의 이유에도 고유의 무늬가 있다. 그 고유한 일곱 개의 이야기를 통과하면서 관객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구체적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연속, 극>은 단순히 일곱 개의 이야기가 연속된 형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곱 엄마들은 각자의 이야기에서 주연이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야기는 사람으로 연결된다. 이 연속된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삶이 서로 엮여 있다는 진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곁이 되어 싸우고 있다는 짙은 위로이다. #세월호 #세월호참사 #연극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