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정다은 간호사의 업무 복귀는 부적절했다

환자 사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겪어... 업무적합성 평가 받았어야

등록 2023.12.06 16:45수정 2023.12.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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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넷플릭스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주인공이 정신병동 안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원작의 드라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애환과 고충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정신과 인턴 시절 만났던 환자들이 생각날 정도로 조현병 연기를 한 배우들의 싱크로율에 놀랐다.


지금까지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이 대부분 의사였던 것에 비해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의사 외 다른 직종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도 좋았다.

정신건강의학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필자의 전공인 직업환경의학적인 측면에서는 보자면 아쉬운 점이 좀 있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박보영 분)는 자신이 담당했던 조현병 환자의 자살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을 앓게 되고, 결국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호전되어 다시 업무에 복귀한다.

이후 그 사실이 담당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알려져 곤란한 상황을 겪다가 이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 드라마의 주된 스토리 중 하나다.

여기서 정다은 간호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은 명백히 직업병,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업무 관련성 질환이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해당 상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으려면 상병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확인되고, 업무로 인해 발생했거나 악화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정다은 간호사의 경우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다 충족하고 있으므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면 승인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최근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 

정 간호사는 입원 치료 이후 여러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었다. 그러나 업무 복귀에 있어서는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직장 상사인 수간호사(이정은 분)와 면담 이후 용기를 내어 바로 복귀를 하게 된다.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위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되지만, 현실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부적절한 결정이다.

입원 치료 이후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한 것은 입원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뜻이지 일상생활과 기존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회복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발병 이전의 일상생활을 회복하기 위해 바로 업무에 복귀하지 말고 최소한 몇 개월 정도는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회복하였다면 그 다음에는 기존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업무적합성평가를 받아야 한다.

업무적합성평가란 노동자가 어떤 질환(업무관련성질환이든 아니든 상관없이)을 앓고 난 이후 회복되어 업무에 복귀할 시점에 그 노동자가 이전에 수행하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업무 수행을 위해서 어떤 요건이 필요할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우리와 같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영역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향남공감의원에서는 업무적합성 평가를 위한 진료를 하고 있고 실제로 여러 사업장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정다은 간호사가 업무에 복귀했을 때 환자와 보호자들이 정다은 간호사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매우 불안해했는데, 이런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실제로 정다은 간호사가 복귀 이후 바로 다시 조현병 환자를 맡았다면 좋아졌던 증상이 다시 악화됐을 수 있다. 정 간호사가 통원 치료를 통해 충분히 복귀를 준비했었더라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부터 업무적합성 평가를 받고 복귀를 했더라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그렇게까지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 같다. 

부적절하고 어설픈 복귀 과정이었음에도 다행히 잘 적응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적응하고자 하는 본인의 강한 의지와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와 상사 등 주변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일을 하다가 아프거나 다쳤던 노동자가 요양 이후 업무에 복귀할 경우, 대부분이 아프거나 다쳤던 바로 그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므로 복귀 초기 적응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복귀 전 충분한 요양과 업무적합성평가 등을 권고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제 적응 과정에서는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와 상사의 배려와 지지가 매우 중요한데, 정다은 간호사의 동료와 상사들의 배려와 지지는 아주 훌륭했다. 나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몇 가지 아쉬움에도 간만에 몰입해서 본 재밌는 드라마였다.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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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향남공감의원 원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향남공감의원 원장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입니다.
#정신병동에도아침이와요 #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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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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