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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나와!" <아수라>는 어쩌다 보수 아이콘 됐나

[언론보도 분석] 개봉 당시 '탄핵 촛불' 동참...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음모론' 덧칠

등록 2023.12.09 10:43수정 2023.12.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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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는 가상도시인 안남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시장과 경찰, 검사 등이 등장하는 범죄 액션 영화다. ⓒ (주)사나이픽쳐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하자, 국민의힘은 같은 감독의 전작인 <아수라> 띄우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서울의 봄>을 꼭 보라고 권하자,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 <아수라>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누가 많이 떠오르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서울의 봄> 흥행에서 <아수라>로 맞불?

지난 5일 새벽 발생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 증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교통사고 때도 <아수라>는 소환됐다. 경찰은 '고의성 없는 단순 접촉사고'라고 밝혔지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 "뉴스를 본 국민은 '이거 <아수라> 속편 아니야'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것"이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근에 의문사들이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의문의 눈초리로 국민들이 쳐다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영화 <아수라>를 이재명 대표 공격에 활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8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과 관련해 "영화 <아수라>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3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 사망 소식을 전하며 "마치 황정민 안남시장의 아수라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2016년 개봉 당시 정우성 "박근혜 나와!" 영화 대사 패러디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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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정우성, 악의 미소 2016년 9월 1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아수라>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정우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영화 <아수라>는 가상도시인 '안남시'를 배경으로 부패한 시장과 형사, 검사 등 악인들이 등장하는 범죄 액션 영화다. '강력계 형사인 한도경(정우성 분)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뒷일을 처리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영화 시놉시스 인용)

영화 <아수라>가 처음부터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건 아니었다. 이 영화가 개봉한 2016년 9월 당시만 해도 이 영화는 박근혜 국정농단과 탄핵 촛불 집회와 맞물려 부패한 사회를 비판하는 '진보의 아이콘'에 가까웠다. 당시 극장 관객은 259만 명 정도에 그쳤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모으며 '아수리언'이라는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이들은 각종 SNS에 '안남시청', '안남대학교' 같은 패러디 계정을 만들었고,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안남시민연대'라는 가상 단체의 깃발을 들고 참여했다. 주인공인 한도경 형사 역의 정우성도 그해 11월 20일 단체관람 행사에서 영화 속 대사인 "박성배 앞으로 나와!"를 바꿔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쳐 화제를 모았다.(관련기사 : "박근혜 밖으로 나와"... 현장에서 본 정우성의 일침 https://omn.kr/lnda)

김성수 감독이 박성배 시장의 실제 모델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김 감독은 지난 2017년 2월 10일 '시네마테크KOFA가 주목한 2016년 한국영화' GV(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박성배의 박씨는 여러분이 추측하기 쉬운 그 '박'에서 따온 것 같고요. '성'자는 제 이름의 '성'입니다. '배'자는 저희 나이 또래 사람에게 넣으면 파렴치한 느낌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당시에 탄핵 결정을 앞둔 '박근혜'나 '이명박근혜'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안남시'도 제작사에서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안산시'와 도시재개발사업이 활발했던 성남시를 합쳤다고 밝혔다. 김성수 감독은 1970~80년대 자신이 살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자주 언급했고, 실제 영화 속 안남시 전경도 제작사인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서 한남동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이렇듯 영화 개봉 당시만 해도 박성배 시장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는 언론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보도분석] 개봉 당시 '아수라' 연관어는 '박근혜' → 2018년 역주행 이후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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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와 함께 언급된 정치인 보도 건수. 2016년 9월 영화 개봉 직후에는 박근혜 관련 보도가 많았지만, 2018년 이후 이재명 관련 보도가 급증했다. 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54개 매체 기사 검색 결과( 2016.1.1~2023.12.7.) * 본문과 상관 없는 관련 기사 제목으로 검색된 매일경제(박근혜 241건, 이재명 2016년 1건)는 분석에서 제외함 ⓒ 김시연

 
<오마이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이용, 2016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7일까지 7년간 54개 언론매체에서 영화 <아수라>와 특정 정치인을 함께 언급한 보도 건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가 466건, 박근혜 전 대통령은 131건이었다.(* 본문 내용과 상관없는 '관련 기사' 제목 때문에 검색 결과에 포함된 <매일경제> 박근혜 관련 기사 241건, 이재명 관련 2016년 기사 1건은 분석에서 제외함.)

영화 개봉 직후인 2016년과 2017년만 해도 박근혜 관련 '아수라' 보도가 각각 56건, 32건이었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관련 보도는 0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8년에 이재명 관련 '아수라' 보도가 61건으로 대폭 늘었는데 그해 7월 21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아래 '그알') 때문이었다. '그알'은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 조직폭력배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영화 <아수라>를 직접 언급했다.(관련기사 : 이재명 소환한 '그알', 꼭 '아수라' 이미지 부각해야 했나 https://omn.kr/s324)

하지만 당시 이재명 대표의 조폭 연루 혐의를 조사한 경찰과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고, 2019년 이후 이재명 관련 '아수라' 보도도 자취를 감췄다.(관련기사 : 이재명 "'조폭몰이=허구' 입증됐다", SBS 상대 소송 취하 https://omn.kr/1icb7)

그러다 이 대표가 2021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하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아수라 관련 보도는 185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경쟁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견제 수단으로 활용했고, 이 대표 주변 인물이 사망할 때마다 '음모론' 소재로 등장했다. 이 대표도 2021년 11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 출연해 "('말죽거리 잔혹사'보다) <아수라>가 더 재밌다"고 답해 화제가 됐다.

대선 이후에도 이 대표 재판이 이어지면서 2022년 107건, 2023년 112건으로 '아수라' 관련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수라> 역주행, 보수 언론 주도... 세계일보 49건 vs. 한겨레 3건

이재명 관련 보도량은 보수 성향 매체의 비중이 높았다. 11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세계일보>가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29) <국민일보>(29) <조선일보>(23) <서울신문>(23) <동아일보>(21) <경향신문>(20) 순이었고, <한겨레>는 3건에 그쳤다. 반면 박근혜 관련 보도량은 진보, 보수 성향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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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와 함께 언급된 정치인 보도 언론사별 건수. 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11개 중앙일간지 기사 검색 결과( 2016.1.1~2023.12.7.) ⓒ 김시연

 
'빅카인즈' 연관어 분석 결과(가중치 기준)에서도 이재명 대표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1위였고, '역주행', '조폭 연루설', '재조명', '은수미 성남시장' 순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우성'이 1위였고, '소신 발언', '팬들', '박성배', '문화계 블랙리스트'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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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와 이재명 관련 보도 연관어 분석 결과. 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54개 매체 기사 검색 결과( 2016.1.1~2023.12.7.) ⓒ 빅카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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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와 박근혜 관련 보도 연관어 분석 결과. 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54개 매체 기사 검색 결과( 2016.1.1~2023.12.7.) ⓒ 빅카인즈


'근조화환'이 이재명 연관 증거? "이대엽 전 시장 시절 얘기" 반박도

2018년 이후 <아수라>가 역주행하면서, 애초 영화를 만들 때부터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실제 모델이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제작사에서 밝힌 대로 안남시가 안산시와 성남시에서 이름을 따왔고, 이재명 대표가 당시 재선 성남시장이었던 걸 제외하면 박성배와 유사성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2018년 7월 '그알' 보도 직후 영화 속 장례식장 근조 화환에 잠시 등장하는 '경원대'나 '민주연합', '인권' 등을 이 대표 경력과 엮었다. 또 2021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이번에는 근조화환에 등장한 회사와 대표 이름이 '화천대유'와 유사하다거나, 영화 속에 '대장동'을 빗댄 '소장동'이 등장한다는 허위 사실까지 주장했다.

영화는 2016년 9월에 개봉했지만 김성수 감독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 봄부터 영화 시나리오 초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고, 영화 제작 기간은 2015년 9월 22일~2016년 1월 25일이다. 따라서 당시 영화 제작자들이 2021년 이후 사회적 논란이 된  이재명 시장의 대장동 개발 사업을 모델로 영화화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지난 2010년 판교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1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 4년이 확정된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전 성남시장(2002~2010년)이 실제 모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8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성남시 역사를 제대로 본다면 <아수라>는 이대엽 전 시장 시절 얘기"라면서 "성남시 빈민촌 개발 과정에서 폭력 사태와 이권 개입이 많았고 오히려 그런 문제를 정리한 사람이 이재명 전 시장인데 (아수라의 실제 모델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정 영화를 정치에 이용하는) 정치적 현상은 정치가 그만큼 치졸하고 대중 의식과 영화를 못 따라간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지금이라도 제작사에서 영화를 정치적 공방에 활용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수라 #이재명 #박근혜 #아수리언 #이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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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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