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서울의 간판을 읽는다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뜻이 실종된 언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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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treegem)등록 2024.01.03 09:11
말은 힘이 세다. 그러나 말의 뜻과 소리가 일치되었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말의 힘이 약하다. 뜻과 소리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교실, 학생들은 쉽게 욕을 한다. 친구들에게 참 쉽게도 욕을 한다. 심지어 학생이 60대 여교사에의 이름을 부르며 '여자 미친 새끼'라는 의미로 '여미새'라고 욕을 하기도 한다. '씨발'이란 말은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뜻을 물어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약품 중에 뜻을 알 수 없는 상표가 많다. '타이레놀 정 아세트 아미노펜', '페이놀', '다나센 나프록센', '더마틱스 울트라 겔', '메덱스 코리아' 등 소리는 한글로 써져 있으나 뜻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다.
어디 약뿐인가? 간판에도 알 수 없는 외국어인지 외래인지 써져 있어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나 장사는 잘하고 있다. 오히려 알 수 없는 뜻으로 쓸 때 더 고상하고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것에 대해 항의하지 않는다.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다. 서로가 소리와 뜻을 약속한 다음이라야 언어로 인정받아 사용하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언어를 바꾸어 사용할 때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연예인이나 유명 회사일수록 이렇게 알 수 없는 뜻의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그로 인해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뜻이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면, 구식이니 케케먹은 국수주의자 취급을 한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라며 일상 생활 속에서도 헛된 약속을 아무렇게나 남발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정치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엄중하게 지지 않는다. 휴대전화로 소통하는 경우 초성이나 줄임말을 사용하여 말의 뜻은 더욱 약해진다.
우리말을 관리하는 국립국어원이나 문화체육부에서는 우리말이 잘못 사용되고 있어도 왜 관리하지 않은가? 한때의 유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말과 글은 중요하다. 생각의 집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생각을 만들고 느낌이 살아있는 삶을 만들어 낸다. 욕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정서는 거칠어져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회사는 돈으로 국민을 권위적으로 누르고 있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다. 말가 글의 힘이 약해지면 정신의 힘도 약해진다. 새해부터는 우리 한글을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고 떠들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여 뜻과 소리가 일치되는 언어생활로, 모두가 편안하게 소통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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