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기존 인프라와의 융합으로 내일로 가는 길을 열다

안양시 관내 모든 CCTV를 하나로 통합하고 긴급상황 시 신호제어 가능, 한국ITS학회 '제1회 지능형교통체계(ITS)도시상' 수상

검토 완료

김은진(oqej22)등록 2024.01.12 17:49
 

안양시 관내 인공지능 CCTV는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을 기록하고 분석한다. 11일 퇴근시간, 안양시 범계사거리에서 인공지능 CCTV가 차량의 궤적과 보행자의 동선을 촬영하며 분석하고 있다. 현재 안양시의 63개소 교차로에 260여대의 인공지능 CCTV가 설치되어 있다. ⓒ 김은진

 
<길 위의 제페토> 길의 변화

통나무를 조각하여 움직이는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처럼 도로에 인공지능 CCTV를 설치하여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응급상황에 대처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안양시의 지능형교통체계(ITS)는 기존 교통시스템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교차로의 낮과 밤> 길에서 보다

"보이는 게 전부고, 진실이죠" 영화 <뺑반>의 명대사 중 하나이다. 경찰관 서민재가 뺑소니 및 살해 혐의로 정재철을 체포하며 하는 말이다. 이렇듯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사고가 나면, 우선 주변의 CCTV부터 확인한다.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의 말이나 기억은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되기 쉽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영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진실만을 말하는 기억력 좋은 목격자처럼 말이다.
 
안양시 곳곳에는 '인공지능 CCTV'가 작동 중이며 모두 스마트도시통합센터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인공지능 CCTV'는 촬영과 동시에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을 말하며 방범용, 정보수집용, 불법주차 및 신호위반 단속용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현재 안양시 내 63개소 교차로마다 약 260여 대의 인공지능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스마트 교차로'라고 부른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관리된 기록은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운영하는데 쓰인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락앤롤> 길에서 듣다
 

‘ㅁ자’ 횡단보도에서 이상행동을 다수 발견하여 현재 ‘X자’ 교차로 추가 운영중 기존 ‘ㅁ자’ 횡단보도였고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이 CCTV 영상에 많이 포착되었다. 원인는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고자 할 때 신호등을 두 번 거쳐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재 ‘X자’ 교차로를 추가한 뒤 무단횡단도 줄고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 김은진

 
인공지능 CCTV에 의해 정리된 데이터는 위반사항을 적발하는 목적이 아닌 도로시설물의 개선을 위해 쓰인다.
실례를 들면, 범계역 앞 사거리 교차로는 'ㅁ자' 횡단보도였고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이 CCTV 영상에 많이 포착되었다. 원인는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고자 할 때 신호등을 두 번 거쳐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재 'X자' 교차로를 추가한 뒤 무단횡단도 줄고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또한 CCTV 분석 영상은 사건현장의 수사에 도움을 준다. 최근 범인 검거에도 활용이 되었는데 2023년 11월 4일 한림대병원에서 탈옥한 김길수를 스마트교차로에서 포착하여 도주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고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피노키오의 학교 앞> 길에서 말하다
 

스마트 스쿨존 LED 전광판 대형차량의 경우 운전자의 시야 높이가 2.5m이내 이기 때문에 앞면 아래와 좌·우에 넓은 사각지대가 생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전광판 설치모습 ⓒ 김은진

 
안양시 관내 41개 초등학교 앞에 작년부터 스마트 스쿨존이 생겼다. 이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차량 접근 중이오니 주의하세요."라는 말이 들린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스마트 스쿨존 LED 전광판에서 송출하는 차량 접근 경고임을 알 수 있다. 전광판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메시지가 뜨다가 사람이 접근하면 화면이 전환되어 보행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차량운전자라면 사각지대가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대형차량의 경우 운전자의 시야 높이가 2.5m이내 이기 때문에 앞면 아래와 좌·우에 넓은 사각지대가 생긴다. 초등학생들은 대체로 체구가 작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주변의 보행자의 접근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는데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행진> 움직이는 길
 
안양시는 지능형 교통체계(ITS) 사업의 일환으로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병원 이송시간을 대폭 줄였다. 교차로 신호제어기에 통신모뎀을 설치해 긴급차량이 이동경로를 설정하면 우선신호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안양시 관내 119 안전센터에서 병원까지 10분 내로 대형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같은 겨울철은 빙판길 낙상사고와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하루에 한 번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된다. 응급차량이 빨리 병원에 가는 것과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는 것은 생명과 직결된 일이다. 이렇게 다급한 상황에서 빨간 정지 신호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또는 차량으로 도로가 꽉 막혀 있다면,
영화 <특송>의 명대사 "나는 예수고 얘는 모세. 갈라져라, 갈라져"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차량이 갈라져서 길을 내줘야 응급출동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때가 교통 흐름의 통제가 꼭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내일을 여는 길>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도로
 
최근 안양시는 한국 ITS학회에서 '제1회 지능형 교통체계(ITS) 도시상'을 수상하였다. 길에 있는 모든 CCTV를 하나로 연결하여 교통문제 해결 및 범죄수사에 활용하고,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신호체계를 탄력적으로 바꾸는 등 시대에 맞게 길을 변화시키는 노력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11일 통화한 안양시 스마트 도시정보과 스마트 사업팀 관계자의 말이다.
"안양시의 지능형 교통체계(ITS)가 우수하게 평가받은 이유는 ITS기술을 운영함에 있어서 융합을 잘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의 의미는 인공지능 CCTV에 포착된 사항을 여러기관과 공동으로 활용해 나가는 것입니다. 기술은 기술일 뿐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틀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불이나 화재 발생 시 인공지능 CCTV가 빠르게 포착하면 관내 소방서와 경찰서, 시의 녹지과 직원과 협업을 하여야 합니다. 이렇듯 안양시가 나서서 경찰서나 소방서와의 협력을 유도하고 학교에 찾아가 안전교육을 하는 것 모두가 기술이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융합하는 것입니다. 안양시는 새로운 기술과 기존 인프라와의 융합으로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스마트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길은 삶의 여정을 나타내는 시적 표현으로 쓰이곤 한다. 힘든 삶의 돌파구로 표현되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과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제 길은 공간을 연결하는 시설물에서 안전하게 보호되는 삶의 무대로 변모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양시민으로서 도시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음을 알게 되어 흐뭇했다. 불현듯 걷고 있는 길이 마치 말을 하는 듯하였다.
"우리가 가는 길, 언제나 행복하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서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 '봄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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