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기다림

[안나푸르나 푼힐/베이스캠프 도보여행 2]

검토 완료

최성(choisung)등록 2024.01.26 16:15
  2024년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 동안 '혜초여행'이 주관하는 '[안나푸르나] 푼힐/베이스캠프'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10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여행기를 쓴다.
 
기다려서 결국 포카라에(1월 11일)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걸을 때, 삶이다. 우주에서 한 점으로 있다가 지구별에 와서 두 발로 걸으며 나 아닌 다른 세계를 구경하고 다시 내가 온 곳으로 돌아간다. 돌아다닌 만큼이 삶의 무게다.

  만만치 않은 거리를 이동했어도 몸이 가볍다. 길에서는 몸 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처럼 아침을 먹지 않을까 하다가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자꾸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귀찮아 가볍게 먹기로 했다. 야크 치즈를 두껍게 잘라서 빵에 끼워 계란과 함께 먹었다. 삶은 토마토, 사과를 곁들었다. 한국 사과보다 크기는 작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아 사과 본연의 맛이 살아있었다. 맛있었다.

  '트리뷰반국제공항'으로 갔다.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으로 건물이 따로 있다. 국제선에 비해 국내선은 건물도 허름하고 마치 붐비는 장터에 온 느낌이다. 7:30에 포카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승선 수속을 7:00에 마쳤다. 맑은 하늘이 아니었다. 미세먼지가 두껍게 낀 듯이 시계가 좋지 않았다. 카트만두에서는 해가 보이면서 점점 개어갔다. 네팔 각 지역에 있는 공항의 실시간 모습이 상황판에 있는 모니터 화면에 보였다. '포카라공항'에 짙은 안개가 계속되었다. 비행기가 뜨는 시간이 1시간씩 연장되었다.

  아침에 쌀쌀하여 두꺼운 겨울옷을 입었는데 기온이 올라 얇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막연하게 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고역이다. 가져온 책 두 권 중에서 한 권을 천천히 집중해서 읽었다. 그래도 비행기가 뜬다는 기별이 없었다. 다시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 딱딱한 철 의자에 계속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일어서서 움직이고 엉덩이를 만지며 다른 공항들의 상태를 보는데 안개가 쉽게 걷히지 않는다. 사람은 자연을 거스를 수 없다.
 

히말리아 설산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 오른쪽 창에서 본 히말리아 설산. ⓒ 최성

 
  12:15에 비행기가 뜬다고 이야기했다. 비행기는 13:15에 땅을 박차고 올랐다. 무려 6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기다림에 지쳐서인지 출발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이 덤덤했다. 비행기 오른쪽 창으로 하얀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리아 설산의 전경이 펼쳐졌다.
 

'포가라공항' 분수대 '포카라공항' 앞 분수대에서 본 풍경. 왼쪽에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안나푸르나 남봉, 오른쪽 마차푸차레봉. ⓒ 최성

 
  '포카라공항'에 도착했다. 새로 만든 공항이다. 바로 점심을 먹어야 했다. 13:45에 '포카라공항'에 도착하여 식당에 도착한 시간이 14:20이다. 많이 시장했다. 먼저 만두가 나왔다. 식당에서 직접 만든 만두가 식욕을 돋구었다. 우리가 먹은 요리는 '치킨시즐러(Chicken sizzler)'인데 파스타에 닭 튀긴 것을 얹었다. 네팔의 퓨전요리인 듯하다. 요리가 손님 앞에 놓이자 요리에 술을 부어 불을 붙였다. 눈요기와 함께 맛도 돋구었다. 음식 맛을 따지기에는 시간과 기다림에 지쳤다.
 

국제산악박물관 포카라에 있는 '국제산악박물관'. ⓒ 최성

 
  일정이 변경됐다. 비행기가 늦게 뜨는 바람에 오후부터 걷기로 했던 여정을 하루씩 미뤘다. 포카라에 있는 '국제산악박물관'에 갔다. 야외에 에베레스트 정상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모형이 있다. 8,000m 이상의 봉우리를 다녀온 사람들의 역사와 당시에 쓰인 장비들을 전시하였다. 포카라에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라는 지형 때문에 각지에 고립되어 자기들의 문화를 고스란히 지켜온 120여 소수민족들이 있다. 이들의 풍속과 결혼할 때 입은 의상을 찍은 사진, 생활용품을 전시하였다. 한국 공간에 박영석, 고상돈, 엄홍길씨가 있다. 박물관을 지을 때 한국에서 많이 지원하였다고 한다.

  '페와호수(Phewa Lake)'를 건너 '피쉬테일호텔(Fishtail Lodge)'에 왔다. 줄을 당겨서 움직이는 뗏목을 타고 건넜다. 이곳에서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가 보이고 이 봉우리들이 호수물에 비치는 경관이 환상적인 곳이다. 시계가 좋지 않아 물과 나무만 보였다. 숙소 곳곳에서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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