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지 촘롱

[안나푸르나 푼힐/베이스캠프 도보여행 5]

검토 완료

최성(choisung)등록 2024.02.06 13:22
  2024년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 동안 '혜초여행'이 주관하는 '[안나푸르나] 푼힐/베이스캠프'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10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여행기를 쓴다.
 
나무와 꽃을 따라 걷다(1월 14일)
 
타다파니(2,680m) - 츄일레(2,245m) - 촘롱(2,170m) - 시누와(2,360m)
   

안나푸르나 남봉에 비친 햇살 왼쪽부터 햇살이 비친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 최성

      해돋이나 해넘이는 어느 곳에서 맞이하든 특별한 감동을 준다. 밤에서 낮으로,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극적인 순간이 서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동편 하늘에서 샛별이 크게 반짝이고 있다. 동쪽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다가 해가 뜰 즈음에 붉은색이 점점 옅어진다. 해가 보이지 않지만, 안나푸르나 남봉 동쪽에 햇살이 비치면서 환해진다. 이때 사진기를 대면 햇살이 닿는 부분이 황금색으로 찍힌다. 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나타내주지 않는다. 햇살이 산 정상에서 어느 정도 내려오면 동쪽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른다. 해는 흔들리는 듯하다 지평선에서 솟아올라 완전한 원형을 이룬다. 어제 해돋이보다 더 감동적이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위한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삶의 순간마다 최선을 다할 것을 기원했다.

  타다파니는 4개의 갈림길이 만나는 곳이다. 현지 안내인은 "여기가 영등포 사거리입니다"라는 말로 우리를 쉽게 이해시켰다. 걷기 전에 몸풀기 동작을 했다. 어제 경사가 심한 오르내림을 3번 해서 온몸의 근육이 아팠다. 급격한 내리막은 무릎에 무리를 주어 왼쪽 무릎에서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지만 내색할 순 없다. 아프다고 해도 산길에서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같이 산행하는 사람들도 불편한 점을 각자가 가지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길에서 결국 자기 몸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계단식 논밭 타다파니에서 내려가면서 본 건너편 풍경 ⓒ 최성

 
  내려올수록 나무는 더 커지고 길이 아니면 사람이 도무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수풀이 우거져 있다. 이제 오르고 내리는 길에서 무심해졌다.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반드시 오른다. 오를 때는 나를 살펴보게 되고 내려갈 때는 주변의 풍경을 살피게 된다. 계곡을 건너와 우리가 있었던 곳을 보게 되면 '우리가 참 대단한 사람들이구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삶의 뒤안길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어제를 보아야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오늘이 내일을 결정한다.
 

다리를 건너는 말과 사람 촘롱으로 가는 길에서 다리 건너기 ⓒ 최성

 
  한국에서 양지바른 따뜻한 곳에 있는 진달래가 겨울 산에서 계절을 잊고 피어 사람을 반기는 경우가 있다. 이곳에서도 햇살이 좋은 남쪽 산 능선에 있는 나무에 붉은만병초가 몇 개 피어있다. 네팔 국화인 붉은만병초는 3월에 피는 꽃이다. "꽃이 참 예쁘다"고 말하면 꽃이 좋은 게 아니라 그 꽃을 보고 있는 내가 좋다. 사람에게 "당신 참 미인이네요", "당신 멋있어요"라고 하면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둘 다 좋다. 타다파니에서 3월에 붉은만병초가 빨갛게 지천으로 피고, 그 꽃 위로 보이는 안나푸르나남봉의 모습이 환상적이라 한다.
 
  산길을 걷는 중에 가장 큰 마을인 촘롱에 도착했다. 논밭 가는 일을 전적으로 사람이나 가축에 의존할 거 같은데 이곳에서는 작은 관리기로 밭을 갈고 있었다. 히말리아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 생소하게 보였다. 롯지에서 점심으로 국수를 먹었다. 산행 중 식사는 아침에 백반, 점심에 면 종류, 저녁에는 고기를 위주로 먹는다. 촘롱에는 빵, 커피, 피자를 하는 가게가 있다. 점심 식사 후, 체력 소모가 심했던 사람들은 달달한 것이 먹고 싶다며 빵집에서 빵과 커피를 시켜서 먹었다.
 

마차푸차레 시누와 가는 길 ⓒ 최성

 
  오전에 2개의 강철현수교를 건넜다. 오후에 촘롱에서 깊게 내려와서 다시 긴 강철현수교를 건넜다. 우리가 다리로 지나온 계곡의 물은 전부 겐지스강으로 흘러간다. 해발고도 0m에서 시작하여 8,848m에 오른 한국 사람이 있다. 산인인 김창호님(1969~2018)이다. 카누로 강을 거스르고 자전거로 이동하여 걸어서 결국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착했다(2013.5.). 우리 안내인이 "김창호님은 "등반의 완성은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여러분이 무사히 집에 도착하도록 최선은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이 고마웠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촘롱에서 시누와로 가는 다리 ⓒ 최성

 
  다리를 건너자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급한 경사길을 올랐다. 오르는 길이 끝나는가 싶은데 계속 왼쪽으로 돌면서 오르막길은 속소까지 계속되었다. 마차푸차레 정상을 보면서 길에 간간이 꽃들이 우리를 반기고 어느 집이나 화분에 꽃을 가꾸어 화사한 분위기의 길을 걸었다. 시누와 초입에 있는 롯지(New Kalpana Guest House)에 도착했다.
 

짐을 지고 가는 말 철근을 지고 롯지(New Kalpana Guest House) 앞을 지나는 말. ⓒ 최성

 
  어제, 오늘은 오르내림이 심한 길을 걸어서 체력 소모가 심하다. 지금까지 잘 견디고 있는 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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