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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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섭(hansop5)등록 2024.02.07 14:16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다'며 울부짖는다. 셋째 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은(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바다보다 깊은 아픔에 절규하며 통곡했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안개가 자욱한 밤,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의 개전 날인 11월 18일 밤에 "이 원수만 무찌른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라며 하늘에 빌었다.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은 최후의 전투에서 막내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통한의 슬픔과 처절함 그리고 부하들의 차거운 시신을 바라보는 비극의 통절함은 굳센 결기를 다지게 했다. 그러면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어 희생된 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무너지는 나라를 세우려는 장군의 결기가 장엄한 북소리와 함께 천지를 진동한다.
 
이순신 장군은 경남 하동과 남해를 가로지르는 노량해협 해전의 개전 날인 11월 18일 밤에 '이 원수만 무찌른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라며 하늘에 빌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전장에서 죽기를 각오한 것이다.
 
"나는 괜찮다. 어서 다른 북채를 가져오너라 말하지 않았느냐, 적을 이대로 보내면 장차 더 큰 원한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다시 진격 신호를 울리거라! 아직도 모르겠느냐? 절대 이렇게 끝내서는 안된다. 이대로 적들을 살려 보내서는 올바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놈들을 열도 끝이라도 반드시 쫓아가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알겠느냐!"
 
이순신,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은 대의였다. 의를 세워야 온전히 국가와 국토를 지킬 수 있다고 장군은 굳게 믿었다. 영화 "노량"은 역사의식과 리더십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서는 당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조명왜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자 서둘러 전쟁을 끝내고 철군하려는 일본과 어차피 끝나가는 남의 땅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실리를 도모하려는 명나라, 한양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피난하면서 추락한 왕과 조정의 위신을 살려야 하는 조선. 이 복잡한 셈법의 한복판에서 노량해전에 임하는 이순신의 각오는 확고했다. '이렇게 적들을 살려 보내서는 올바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비상하는 청룡처럼 우리 사회가 다시 힘차게 도약하길 바라는 소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국내외의 상황은 불안하다. 글로벌경제 상황과 국제정세의 급변은 국내에도 지속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지정학적 충돌 위험도 여전하다.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으로 대변되는 경기침체와 저성장의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다. 서민들의 근심은 깊어지는데 밝은 소식은 갈수록 찾기 어렵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4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런 키워드로 새해 전망을 요약했다. '당겨쓴 여력, 압박받는 성장.'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에게는 위기 때마다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온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정해지고 한마음 한뜻으로 달려가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1997년 IMF의 상황에서 달러와 금 모으기 운동,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의 함성과 2016년 정치적 농단에 항거한 촛불혁명, 코로나19 팬데믹을 수준 높은 시민의식과 연대의 힘으로 물리쳤던 재난 극복의 경험이 그 증거다.
 
영화는 끝났지만 진격의 북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심장도 끝없이 요동친다. 이순신의 북소리는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 진입을 위해 필연적 장애물인 견고한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민중의 함성이다. 전투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고 민족정기를 반드시 세우고야 말겠다는 결연하고 확고한 이순신의 정신과 가치가 뭉쳐진 소리이다. 그래서 이순신의 노량은 이슬로(露) 돌양(梁)의 한자음을 쓴다. 바닷가에서 이슬처럼 승화된 민족의 영웅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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