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는 기적이 필요합니다!

사춘기 딸과 노래만들기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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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완(nanletter)등록 2024.02.22 13:44
아이들에게는 기적이 필요합니다!

"정말 그게 가능한가요?" 내가 중2 딸과 노래를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지난번 내 글을 보고 내가 작곡이나 실용음악을 전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기타 코드를 조금 칠 수는 있으나 음악적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래를 만들어본 적 없고 시도조차 생각 안 해봤다. 

악보도 잘 못 보는 내가 왜 딸과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었다. 사춘기 딸이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기적중의 기적이다. 우리 딸에게 그 기적과 같은 무엇이 바로 '노래'였다. 아이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탁월함보다는 지속성을 목표로 삼았다. 자녀와 함께하는 작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지쳐서는 안 된다. 부모 역시 흥미를 잃지 않고 지속적인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 홀로 끌고 나가는 방식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첫 출발을 딸의 흥미로부터 시작했다.

우연히 딸의 흥미가 우리를 음악으로 인도했지만, 우리의 첫걸음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음악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지 않은가. 중2 딸과 시작했지만 5학년 동생도 노래 만들기에 흥미를 보이며 동참했다. 나의 오랜 벗에게 딸과 노래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하니, 자신의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화성악부터 막혀서 오래전에 포기했단다. 

나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화성악은커녕 화음도 모르는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도서관에 가서 책도 찾아보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봤지만, 전문적인 설명과 방대한 자료들은 오히려 한 발도 디디지 못하도록 했다. 불운한 내 재능을 원망하며 눈을 감고 있었는데 한줄기 빛이 비쳤다. 노래의 구조에 눈을 뜬 것이다. 노래 만들기의 첫걸음은 노래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다. 듣고 즐길 줄만 알았던 노래의 뼈대를 이해하니 저 높은 곳에 있던 작사.작곡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내가 만든 노래를 소개하고 싶다. 아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서툰 내 결과물을 내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 아이들에게 마중물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나는 작사부터 시작했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을 써내려갔다. 간단하게 노래는 도입부(벌스)와 후렴부(코러스)로 구성된다(작곡 전문가들이 이 글을 본다면 용서해 주시기를). 자신이 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후렴부에 들어가고 도입부는 후렴부까지 가는 시작과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가사에 멜로디와 코드를 붙여서 내 생의 첫 자작곡이 [다시 만날 수 있나요] 탄생했다.

    *악보 사진 삽입*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내 생의 첫 노래를 만들면서도 뭔가 대단한 일을 하지는 못했다. 그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끄적거렸고 되도 안되는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어쭙짢은 내 멜로디에 코드를 붙여줬고 그럴듯한 노래가 되었다. 사실 내가 혼자서 한 걸음도 떼지 못할 때 노래에도 구조가 있다고 알려준 것도 이 친구였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내 노래를 듣고 악보를 만들어주겠다고 손을 들어주었다.

"정말 아이와 노래 만들기 가능할까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없다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한 발짝 두 발짝 앞서 걷는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작은 것이라도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누군가와 연대한다면, 비록 재능이 없어도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도움의 기적들이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노래를 만들면서 나와 같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혼자서는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 하지만 비단 노래뿐 아니라 인생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은 한두 가지일 뿐이다. 돌아보면 내게 손을 내밀어줬던 기적과 같은 무수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노래를 잘 만드는 방법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다. 좀 도와주실래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함께해서 기쁩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함께 연대하는 기적들을 발견한다면 아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긴긴밤 94p, 루리 글 그림, 문학동네]
덧붙이는 글 첫번째 도전은 내 노래 만들기(작사작곡 직접 해보기) 두번째 도전은 그림책 만들기(이야기와 삽화를 직접 만들기) 세번째 도전은 역사 탐방기(국내외 역사를 통해 지금의 정치, 사회를 이해하기) 이런 식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부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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