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느 school district [지역 학군] 이에요?"
만학도가 되어 오랜만에 돌아오는 학교라 긴장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오는 길에 우버 기사님과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던 중, 질문을 받았다. 본인도 일하다가 얼마 전에 온라인으로 대학원 수업을 받았고, 자녀들의 또래도 비슷하다는 대화를 나누던 중이였다. 물론 나도 처음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될 막 청소년기에 들어가는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학군을 알아보고 왔지만, 미국인 우버 기사님께 "학군" 질문을 받았다는 것이 낯설었다.
내가 알아본 학군은 치안과 처음오는 아이에게 필요한 안정성이였다. 입결은 오히려 너무 경쟁이 치열하면 아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많이들 미국 학교보내고 싶어하니, '그 지역 정도면 괜찮아'하는 곳의 공립끼리는 입결을 주요 요소로 삼지 않는 우리상황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아마 기사님이 백인이여서 더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교육대학원 수업을 시작하기 전, 미국 공립교육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나에게 미국의 학군지를 찾아다니는 부모는 동양인이나, 교육열이 높은 유색인종부모라는 선입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종차별의 염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인가정은 굳이 학군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고 , 가정적으로 부유하면 사립을 보낼거라는 선입견.
"아 네, 00 지역이에요. 이 근처 사는 지인이 괜찮다고 해서요."
"잘하셨네요. 거기면 선생님 연봉도 높아서 질좋은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고. 잘골랐네."
지역 택시기사님께 괜찮은 선택을 했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안심과 동시에 물음표가 스쳤다.
공립학교인데, 지역에 따라 선생님 질이 다르다고?
"공립학교인데, 지역이랑 선생님 연봉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미국은 Local property tax [지역별 재산세] 받은걸로 학교운영이 되서, 재산이 많은 동네 학교는 운영비가 많고, 교사 리쿠르팅 공고를 낼 때 높은 연봉을 줄수있어요. 나도 얼마전에 대학원 끝나갈때 학교에서 일해볼까 하고 알아보니까, 이쪽 학군은 내 이전직장 연봉보다 훨씬 높더라니까요."
하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지역 교사들은 거의 억대 연봉가까이 될꺼라는 얘기를 하셨다.
교육정책을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인데, 기사님과의 대화에 머리를 한대 맞은것 같았다.
공교육의 질이 재산세에 따라 결정되면 이건 자본주의의 끝판왕이 아닌가. 강남학군이 불공평하다 어쩌다 해도 우리나라는 지역 또래집단의 학구열이나 사교육 환경, 가정환경등에서의 차이에 기반한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자체가 다르다고?
미국에 사립학교가 많은것이 자본주의가 교육에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했지, 공립학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교사의 대부분 나라에서 운영하는 교대를 나와서 배정을 받고 5년여정도 기간안에 새로운 학교로 로테이션 하는 공무원의 형태의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만 보다보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미국 각 주별 평균 교사 연봉 생활비를 고려하여 조정된 평균 K-12 교사 급여, 2021-22학년도 ⓒ www.usafacts.org
미국 평균교사 연봉이 $65,000이 조금 안되는 것에 비해, 상위권 주들은 거의 1300만원- 2600만원 차이가 난다.
문제는 주 뿐이 아니다. 같은 주 안에서도 학교 운영비는 천차 만별이다. 그래도 모든 운영비가 재산세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주 정부와 국가에서도 지원되는 것을 알게되었으나, 여전히 불합리는 존재한다.
https://www.wgbh.org/news/education-news/2024-02-02/newton-teachers-and-school-committee-reach-tentative-agreement-after-11-day-strike
위의 기사에 따르면 올해 2월에만 해도 메사츄세츠의 뉴턴에서 교사들의 계속되는 교사와 보조교사에 대한 급여, 혜택, 학급 규모, 더 많은 사회복지사 고용 등에 대한 논쟁으로 파업이 일어났으며, 특히 노조는 연봉 2만6000달러에 불과한 초봉을 받는 teaching assistant 들의 낮은 임금에 주목했다. 고 한다.
메사추세츠주 교사연봉 평균이 $83,000불이라고 위에 표에 나와있지 않았나? 같은 주 안에서도 많은 변수는 존재하며, 서울 안에서 빈부격차가 심한만큼, 더 큰 주들은 그만큼 안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
실제로 펜실베니아 주안에서,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며 지역교육청들이 주 교육청을 상대로 송을 진행하여 승소 하였다. 이러한 지역들은 아이들에게 깨끗한 학교와 교보재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교사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Teacher Exodus - 교사들의 대탈주(?)
실제로 미국에는 소송을 진행한 지역들외에도, 2020년 이후 "Teacher Exodus" 교사들의 대이동/탈출이 연일 기사화 되기도 하였다. Exodus 라니. 성경책의 출애굽기의 영어제목으로만 만나봤던 단어다. 출애굽의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교직의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한 단어로 와닿아 뒷머리가 삐죽 섰다.
8개 주에서는 교사 이직률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빈곤율이 높은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발표했고, 2022년 미국의 전국교육협회(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교사 및 지원 전문가 중 55%가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직업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 방학도 길고 누리는 것도 많은데, 그만두면 자기 손해지' 라고 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개인의 손해만이 아니다.
교사의 자질은 학생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학교 관련 요소라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교사의 이직은 학업 손실 뿐 아니라 그 공석을 채우기 위해 커리큘럼 및 교육학에 대한 지식과 훈련이 부족하여 떠난 교사만큼 효과적으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한 교사를 채용하기 때문에 여러분야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최선이 아님이 분명하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사들이 떠나지 않게 사회적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싶지만, 자녀가 없는 이들에게도 교사들의 교직이탈은 사회적으로 높은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막아야 할 일이다.
미국에서 경제 정책 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가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도시 지역에서는 신규 채용 시 약 20,000달러를 지출합니다 . 이직 비용에는 퇴직한 교사를 대체하기 위한 이직, 채용, 고용 및 신규 교사 교육과 관련된 비용이 포함됩니다. 이직률이 가장 높은 학교(일반적으로 저소득 가정과 유색인종 학생이 많은 학교)의 경우 이러한 손실은 학생들이 받는 교육 및 지원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교사 한 명이 떠날 때마다 미국 지자체에 2천만원 이상의 비용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며, 한국에서는 결국 모두의 세금이 더 들어간다는 것과 같다.
정부에서 교육부에 같은 예산을 매년 책정하는데, 교사이탈이 계속되어 비용이 발생한다면, 아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커리큘럼, 도움을 주는 각종 프로그램, 상담 지원, 학교 기반 지원 직원 및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기타 자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로, 계속되는 교사 이탈에 대한 대가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아이교육에 도움을 받기 원하는 부모들이나 남아있는 교사들이 치르게 된다는 것과 같다.
▲ 2023년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교사들의 탈교직은 모두를 가난한게 한다는 기사.
ⓒ www.theguardian.com
여기에 와서 우리나라에서 아이가 받을 수 있었던 공교육의 질에 더 감사하게 되었다. 부유한 지역에만 좋은 교사들나 예산이 배치되지 않는 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양질의 교사들이 지역격차때문은 아니더라도, 미국과는 같은 또 다른 이유로 탈 교직을 하기 시작하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
▲ 교사의 탈 교직을 막는 것은, 작은 존중에서 시작한다는 기사.
ⓒ penncapital-star.com
위의 기사 제목처럼, 교직원이나 배움에 대한 작은 존중의 시작이, 지금의 무섭게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목의 발목을 다정하게 잡아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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