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날에,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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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은(redeun7)등록 2024.03.04 08:01

독한 아스팔트 포장을 뚫고 나온 민들레. 여린 풀 한 포기가 뿜어내는 생명의 자기장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 임혜은

 
해마다 겪는 사계절이지만, 특히 겨울에서 봄이 오는 때는 더욱 감사한 시간의 골목이다.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뜬금없는 검은 길 앞에 발이 멈춰 선다.

며칠 전 깔아둠 직한 아스팔트가 펼쳐졌다. 어린 시절, 막 깔린 아스팔트 도로가 신기해 친구들과 달리다가 신발 밑창이 녹아내린 경험이 있던 터라, 매스꺼운 원유 냄새를 참아가며 겨우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푸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민들레다.
독한 아스팔트 포장을 뚫고 나온 녀석을 보고 있자니 숨이 멎는 듯했다. 민들레는 위장을 보(補)하는 약초로도 널리 쓰이지만, 이처럼 강한 생명력 덕분에 민초(民草), 곧 우리네 백성을 비유하기도 한다.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면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혐오의 사회, 증오의 정치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 여리지만 바른 움직임으로 꿋꿋하게 일어설 것이다.

한 포기 민들레를 마주하며 인간의 욕망과 문명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찬란한 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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