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유황 가스를 뿜어내는 카와이젠 화산의 분화구는 인도네시아의 위엄을 드러낸다. 유독성 가스 위험을 무릎 쓴 인부들은 분화구로 내려가 노란빛의 황을 짊어지고 나온다. 족자카르타에서 바뉴왕이로 넘어온 이유는, 카와이젠을 보기 위해서다. 여행자 커뮤니티인 '카우치서핑'을 통해 카와이젠 화산 동행을 구했다. naufaul(이하 나팔)은 자기도 카와이젠에 갈 예정이라며 내게 연락해 왔다.
▲ 데이지와 나팔 나팔은 데이지를 들며 웃음을 짓고있다. ⓒ 신예진
곰돌이 푸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나팔을 만나자마자 마음이 편했다. 툭툭 내뱉는 그의 말은 끊임없이 배꼽을 잡게 했다. 여과 없는 말에도 배려가 느껴졌다. 우리는 화산 투어를 가기 전부터 사이좋은 남매였다. 올해로 26살인 나팔은 Shopee라는 쇼핑 플랫폼을 통해 피부관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전에는 전 애인과 동업했지만, 이별 후 여동생과 작업을 하고 있다.
산을 오르며 가빠진 숨은 대화를 멈추게 했다. 체력을 걱정한 나팔은 분화구를 보지 못해도 괜찮으니 먼저 가라며 잠시 숨을 고른다. 나팔을 뒤로 하고 정상에 오른 지 몇 분이 흘렀을까, 덜컹거리는 수레에 실려 나팔이 내게 인사한다. 인부에게 품삯을 지급하고 내린 나팔은 카와이젠 분화구의 아름다움에 모든 시선을 쏟는다. 세계 최대 염산 호수인 카와이젠의 칼데라호는 에메랄드빛을 띠며 놀랍도록 잔잔함을 보인다. 얇은 층의 구름 사이로 반사되는 햇빛은 호수를 비추었다. 호수를 바라보는 나팔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근심 가득한 눈빛과 강인함이 엿보이는 기운에 나는 그의 삶에 관해 물었다.
▲ 인도네시아 카와이젠 화산 환태평양지진대에 위치한 화산은 오늘날에도 지독한 유황가스를 내뿜는다. ⓒ 신예진
그는 자신의 삶은 큰 야망 없는 조그만 삶일 뿐이라며 웃어넘겼지만, 진지한 나의 표정을 느꼈는지 조심스레 어릴 적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업가인 아버지 밑에서 물질적 부족함 없이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그는 항상 외로운 아이였다. 어린 시절 그가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매주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내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어머니도 그에게 많은 돌봄을 주지 못했다. 그가 보낸 수많은 외로운 밤은 그를 내성적으로 만들었다.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자신의 외로움을 한 시간마다 피우는 담배로 해소했다.
돈에 상처 받았지만, 부자를 꿈꾼다
그가 보냈을 밤이 눈빛에 투영된 듯이 그는 깊은숨을 내쉬며 아버지에 대한 말을 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15살에 고향인 작은 마을에서 수도인 자카르타로 넘어와 연고도 없이 삶을 시작했다. 자수성가의 길은 고되었지만, 그는 큰 기업가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다. 기업가로 성공해 많은 돈을 벌었지만, 아버지로서는 자식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나팔은 언제나 돈만 추구하는 아버지를 보며 그와 반대되는 삶을 꿈꿨다. 많은 돈을 벌기보다 자신만의 가족을 잘 꾸리고 싶은 것이다.
▲ 카와이젠 화산 앞에서 나팔과 함께 카와이젠 화산 앞에서 우린 삶을 이야기했다. ⓒ 신예진
2019년, 대학을 졸업한 후 지인 추천으로 판매직을 시작했다. 그는 열심히 한다면 돈은 저절로 좇아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도래했고 모든 것은 멈추었다. 높지 않은 대학 점수와 특징 없는 이야기는 코로나 분위기를 뚫고 취업이란 관문에 도달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그는 석사 학위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향했지만, 큰 흥미 없이 인도네시아로 돌아왔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향한 모든 지원을 중단했다.
눈앞의 생계를 위해 취업 전선에 다시 뛰었지만,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피부관리 판매를 소개한 여자 친구의 제안을 받아, 2021년 여자 친구와 함께 동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2년 정도 흘렀을 즈음, 틱톡 유명인이 된 여자 친구와 생긴 잦은 불화로 갈라졌다. 나팔은 여자 친구가 사업 이외 많은 돈이 들어오며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을 덧붙인다. 씁쓸한 표정은 돈만을 쫓은 아버지와 돈으로 인해 달라진 전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듯하다.
당신의 삶의 이유, 당신의 데이지는 무엇인가요?
나팔은 돈으로 인해 사랑을 얻지 못해왔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정의한 부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좋은 시간을 위해 충분한 돈을 가지는 삶을 의미한다. 그는 일 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니는 삶이라고 덧붙인다. 그의 말을 들으며 돈이 그에게 삶의 이유가 될까 궁금해졌다. 그는 잠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내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야. 나는 나만의 부자가 되고 싶어."
덧붙여 그는 아버지가 줄곧 자신에게 해온 말을 언급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번 돈으로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나팔은 그의 아버지를 '진정한 부자'라고 말한다. 비록 돈만을 쫓으며 자식에게 사랑 한 번 주지 않은 아버지이지만, 그가 행한 선행은 나팔에게 삶의 교훈이 되어주었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정을 꾸리지 않을 거라던 소년은 아버지와 같은 삶을 꿈꾸고 있다.
혹자는 그의 삶이 평범할 뿐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삶이 소중한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가 보내온 외로운 밤은 카와이젠 분화구의 가스처럼 공기 중으로 사라져 칼데라호라는 꿈을 형성했다. 돈을 좇지 않으며 '나만의 부자'를 꿈꾸는 나팔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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