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차박

차박을 하고 나서 자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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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희(hanyunhi)등록 2024.04.03 14:02
차박

산책하다보니 산수유, 매화 여기 저기 산재해 피어있다. 3월 말, 토요일의 한가한 아침에 산책을 한다. 집에 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나나에 우유를 넣고 갈아 바나나 우유를 만들어 먹는다. 바나나 우유가 언제부터 나의 최애 음료가 되었나.

1년전 3학년 첫 수업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선생님 소개 및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질문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한 학생이 묻는다.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 하세요.

음. 바나나 우유를 제일 좋아하지. 나는 매일 아침 바나나에 우유를 넣고 도깨비 방망이 믹서기로 갈아 먹는다. 컵에 따라 먹지 않고 요즘은 통째로 마시지. 100% 리얼 바나나 우유야.

와. 맛있겠다.

가끔 빼먹고 마시던 바나나 우유를,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났더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먹게 되었다. 바나나 우유를 마시니 잠도 잘오고, 변비도 없어지고 좋은점이 많다. 물론 맛도 죽인다. 습관으로 마시던 커피도 바나나 우유를 먹고 부터는 마시지 않게 되었다.

거실에 앉아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오늘 뭐 재미있는 것 없나 생각해 본다. 윤한미 탁구 클럽은 월례 탁구 대회가 있다. 나는 탁구는 땀 빼는 재미로 치기에 오늘은 윤한미 클럽에 가서 탁구 치지 않는다. 양주 탁구장에 가서 탁구 칠 사람들에게 카톡을 뛰우니, 모두 다른 일이 있어 오늘은 탁구를 치기 힘들다 한다.

그럼 차박을 떠나 볼까.
차박. 언제부터 차박에 꽂혔는가.

2년전 동료들과 충주 탄금호로 라이딩을 갔었다. 탄금호 가에 위치한 무지개 하우스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늘상 하던 아침 산책을 하려 나오니, 호숫가에서 차박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잠시 본 풍경인데, 그 풍경이 계속 떠오른다. 유튜브로 매일 같이 차박 프로그램을 본다. 결국 15년 동안 타던 로체를 팔고, 차박에 딱 맞는 산타페MX5 하이브리드를 산다. 2023년 12월 1일 산타페를 출고 받고 3개월 정도 타다 보니, 겨울이라 차박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아. 그리운 싼타페MX5 하이브리드- 3개월 만에 팔다.

산타페를 3개월 동안 4000km를 타고 헤이딜러에 판다. 4계절 차박이 가능한 전기차, 토레스 evx를 산다. 토레스 evx를 산지 1주일이 지났다. 1주일 동안 차박에 필요한 용품도 적당히 준비했다. 랜턴과 가습기 등

차박이 왜 끌리는가. 집에서 자는 집박이 그리 불편한 것도 아니다. 차박에 끌리는 이유는 인간이 야생에서 수십만년을 살아 와서 그 야생의 유전자가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연을 가까이 하려는 욕망의 표현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차박은 인간이 자연에 좀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본능의 자연스런 표현이다. 아름다운 이성을 보면 끌리는 것이 본능이듯, 아름다운 자연에 끌려 좀 더 다가서려 함이다.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구입한 전기차, 토레스 evx. 1회 충전 주행거리 복합 433km, 73kwh 배터리량, 207마력, 35토크, LFP배터리 장착의 중형 SUV이다.

오. 토레스 evx - 나의 첫 차박을 실현해 준 차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LFP배터리는 NCM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없다. 100% 풀 충전이 권장된다. 단점으로는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짧다. 그리고 충전시간이 좀 길다는 것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33km이면 적당하다 생각되고, 충전시간이 좀 길은 것은 남는게 시간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토레스evx를 구입했다. 다른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은가.

집에서 이불과 깔개, 책과 칫솔 등을 챙겨 차에 탄다. 오늘의 잠자리는 양양 설악 해변으로 하겠다. 제2수도권 순환도로의 포천 - 남양주 구간이 2024년 2월 개통되어 강원도 양양까지 2시간10분 정도면 도착한다.

집 가까이의 송우리 IC에서 제2수도권 순환도로를 타고 화도 IC로 간다. 여기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탄다. 좀 가다보니 홍천 휴게소이다. 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산촌의 풍경이 정겹구나. 언제 저런 한적하고 조용해 보이는 산촌 마을에서도 차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홍천 휴게소에서 바라본 산촌의 모습 휴게소에서 바라본 산촌의 풍경이 아름답다. ⓒ 한윤

 
휴게소는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만원이다. 인생은 짧으니 어서 삶을 즐겨야 한다는 듯. 다시 차를 타고 간다.

양양 인근에서 ic를 빠져 나오니 배터리 충전량이 50% 정도다. 차박지에 도착하기 전에 충전을 해야한다. 충전소를 검색해 보니 200m 근처 양양종합운동장에 충전소가 있다. 충전소에 도착하여 충전을 한다. 환경부에서 설치한 충전기군. 40분 정도 소요되니 주변을 산책해 본다.

산책길이 산쪽으로 나있다. 따라가 보니 솔숲의 산책길이다. 울창한 솔림이군. 그러나 야산이라 군데군데 묘지가 보인다. 묘지 옆의 산길에 조그만 비석을 만들어 놓고 누구의 자라고 써 놓았다. 죽어서 흔적을 남기려 많이 애를 쓰는군. 산책길이 범상치 않다.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설악산 줄기 솔숲길 - 송림이 울창하다.

설악산 줄기라 잘 보존이 되어 있군. 어떤 면에서는 내가 자주 산책하는 광릉숲 둘레길 보다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이런 멋진 산책길이 있었구나.

충전을 마치고 저녁으로 양양시장에 들러 공가네에서 옹심이를 먹는다. 강원도 특산 음식 중에 하나가 옹심이라 먹고 싶었다. 먹어보니 쫄깃하니 식감이 좋군. 12,000원의 가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설악해변에 도착했다. 내 인생 첫 차박지다. 앞에 적당히 소나무가 들어서 있고, 깨끗한 해변에 드넓은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한적한 설악 해변 한적한 설악 해변이다. ⓒ 한윤

 
해변을 둘러보고 차박 준비를 한다. 산타페로 차박 할려고 샀던 매트와 햇빛가리개로 폴딩된 바닥에 깔고, 창을 가린다. 아늑한 침실이 완성되었다. 배터리량 확인하니 93%다. 가습기도 틀고, 랜턴도 켠다.

유틸리티 모드로 세팅하고 21도에 오토로 히터를 튼다. 히터 바람소리가 크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으려 했으나 , 히터소리에 작게 들리던 파도소리가 묻힌다. 어쩔수 없군. 그냥 독서를 한다. 음악도 듣는다. 졸립다. 불을 끄고 잔다.
아침이다. 개운하다. 허리도 아프지 않다.

집박을 한것과 별 차이가 없군. 와. 이정도면 차박을 할 만하다. 이제 자기가 원하는 어느 곳이든, 언제든 갈 수 있다. 장소나 시간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얻었구나. 이 자유가 차박의 매력이지.

앞면의 햇빛 가리개를 걷고, 클러스터의 배터리량을 보니 77%다. 밤사이 16%를 소모했군.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차창밖을 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고 어제 보았던 일가족이 오늘 아침에도 해변에 옹기종기 모여 일출을 보고 있다. 나도 일출을 보러 나간다.

차박을 하다.

 

차박한 후 차안 모습 차박을 하고 나의 잠자리를 들여다 보았다. ⓒ 한윤

 
설악 해변에서
 

설악 해변의 일출 생애 첫 차박에 일출을 보았다. ⓒ 한윤

 
일출이다. 동해안이니 일출을 보는 것은 당연하나 날이 좋아야 볼 수 있는 일출이다. 첫 차박에 일출을 보다니.

은빛 모래사장에 파란 바닷 물결이 출렁인다. 아침 햇살은 따스하다.
 
덧붙이는 글 차박을 통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기에 삶에 자유를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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