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허무하게 흘러갔을지라도 아침은 새롭게 보내리.

운동으로 시작하는 아침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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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지(omymj)등록 2024.04.09 09:47

 
잠드는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어가면 앞으로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계산한다. 계산할 순간에 차라리 잠을 빨리 들면 좋은데 그게 또 안 된다. 아이가 잠들고 잠시 쉰다고 인스타를 여는 순간 시간은 아주 빠르게 날아간다. 멈추지 못하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아이의 인기척에 놀라서 후다닥 다시 아이 방으로 들어간다. 신기할 정도로 내 아이는 자다가도 내가 옆에 없으면 깨어난다.
 
그렇게 밤은 허무하게 보냈을지라도 아침 시작은 새롭게 하려는 마음에 오늘도 운동복을 입고 나선다. 미리 필라테스 예약을 잡아놓아서 아이가 등원하는 동시에 운동을 바로 하러 간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게으름이 나에게 들러붙기 때문에 가능한 한 아이와 아침 일과를 같이 시작한다. 아이가 유치원 입학과 동시에 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니 아이와 나는 권태기도 서로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다. 내 몸이 무겁다고 생각이 들 때쯤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나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한다. "오늘도 새로운 일이 있을 거야. 잘 놀다 와." 그리고 속으로는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그래, 오늘은 어떤 새로운 일이 있는지 시작해보자. 하루를 잘 지내보자."
 
 
필라테스에 가면 내 몸에 갑자기 마법이 부려지는 듯이 나는 숨을 쉬는 방법부터 달라진다. 몸에 묵혀 있는 호흡은 모두 내뱉는다.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나는 내 호흡에 집중한다. 끝까지 아주 티끌만 한 호흡도 모두 뱉고 새로이 들이마시려고 한다. 그렇게 나의 몸과 기분을 새롭게 한다.
 
필라테스가 끝나고 카페로 향한다. 양쪽 팔에는 노트북과 에코백이 들려있다. 어떤 카페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클래식이 나오는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여러 사람들의 대화가 들린다. 나는 일부러 그 얼굴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가끔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궁금해지거나 귓가에 들리는 이야기가 문득 귀 담아 듣고 싶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힐끗 쳐다볼 때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귀를 닫으려고 한다. 불과 몇 시간 채 안 되는 휴식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쓰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벌써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오늘은 '미래는 저녁 8시에 결정된다'라는 책을 읽었다. 연습장에 남긴 나의 끄적임들을 한 번 훑어보면서 마지막까지 무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애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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