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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부터, '청룡열차'가 전국을 달립니다

[시승기] 서울 - 부산·광주 오갈 KTX-청룡, 미리 타봤더니...

등록 2024.04.27 14:52수정 2024.04.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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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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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KTX-청룡의 모습. ⓒ 박장식

 
5월부터는 청룡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을 갈 수 있고, 평일에는 서울에서 광주도 다녀올 수 있다. 롤러코스터가 그렇게 먼 거리를 갈 수 있냐고? 진짜 이름이 '청룡'인 열차가 개통하기 때문이다.

5월 1일부터 한국고속철도, KTX의 네 번째 모델인 KTX-청룡이 개통한다. 4월 1일 명명식에서 KTX-청룡이라는 이름이 공개된 이 열차는 빠른 가감속력과 더불어 시속 320km에 달하는 영업 최고 속도를 바탕으로 기존 KTX나 KTX-산천에 비해 더욱 빠르게 고속선 위를 오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TX-청룡은 어떤 느낌일까. 기존 KTX 차량이나 KTX-산천에 비해 좋아진 점이 눈에 띈다. 반면 특실을 자주 타던 이용객에게는 '옥의 티' 같은 면도 보인다. 정식 개통 이전에 미리 KTX-청룡 위에 올랐다.

고급스러운 외관, 널찍해진 일반실 눈에 띄네

서울역 승강장으로 천천히 내려가니 승천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KTX-청룡이 눈에 띈다. 서울에서 강릉·안동을 잇는 구간에 오가고 있는 260km/h급 고속열차인 KTX-이음이 생각나는 외관인데, 실제로 KTX-이음과 많은 부분이 비슷한 '형제 차량'이기 때문이라고. 

외관 디자인에서는 국내 고속열차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검은색으로만 열차가 구성되면 밋밋할 터이지만, 사람 무릎 높이에는 금색 테가 둘러져 있어 고급스러움도 느껴진다. 기존 KTX-1이나 KTX-산천의 밝은 디자인과는 차별점을 두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KTX-청룡 위에 오르니 기존 KTX-1에 비해 밝은 분위기가 반갑다. 일반석은 밝은 회색으로, 우등석의 경우 베이지색으로 시트 색을 꾸며놓았는데, 밝은 파란색과 짙은 파란색으로 시트 색깔을 구성한 형제기 KTX-이음에 비하면 차분한 느낌도 든다. 비지니스·일상 수요가 많은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을 염두에 둔 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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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KTX에 비해 넓어진 데다 여러 편의시설까지 보강된 KTX-청룡의 일반실 좌석. ⓒ 박장식

 
가장 중요한 좌석은 어떨까. 일반석의 경우 KTX-1은 물론 KTX-산천보다도 앞뒤 공간이 널찍하다. 좌석 폭 역시 넓다. KTX-산천에 비해 무릎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고 하는데, 키가 큰 사람은 무릎이 닿았던 기존 KTX와 비교하면 누구라도 불편함 없이 일반석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이 꽤나 좋아진 셈이다.


KTX-청룡은 창가에 앉으면 '1인 1창문'을 보장받는다. 기존 KTX의 경우 큰 창문을 여러 좌석이 함께 쓰는 방식인 탓에 블라인드를 내리냐, 올리냐를 두고 앞자리, 뒷자리와 갈등을 빚었다는 불만도 많았다. KTX-청룡은 좌석별로 창문을 별도로 달아두어서, 블라인드를 원하는 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점이 꽤나 큰 장점이다.

기존 KTX-1과 달리 좌석마다 전력공급장치가 제공되는 것도 좋다. 콘센트가 좌석마다 장착되면서 전자기기 등을 원활히 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USB-A 포트와 USB-C 포트, 무선충전 장치가 모두 설치되어 있다. KTX에서 휴대폰을 원하는 대로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점이 기존 KTX와 구별되는 큰 장점이다.

특실에 비해 저렴한 '우등실' 있고, '입석' 편해졌네

기존 KTX와 KTX-산천에 있던 특실은 KTX-청룡에서 우등실로 바뀌었다. 기존 KTX 특실이 한 줄에 세 개의 의자가 배치된 것과 달리, KTX-청룡의 우등실은 일반실과 비슷하게 한 줄에 네 개의 의자가 배치된 것이 다르다. 우등실은 특실보다 약 15% 가량 낮은 운임이 책정되어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좌석의 앞뒤 간격은 기존 특실과 큰 차이가 없지만, 폭은 일반실보다 약간 넓은 수준이라는 점이 단점이다. 기존 KTX에 있었던 1인 좌석도 사라진 점이 아쉽다. 프라이버시 문제나 원활한 휴식을 위해 특실의 1인 좌석을 선호하던 승객들이 많았는데, 이를 선호하던 승객들은 기존 KTX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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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청룡의 우등실 모습. ⓒ 박장식

 
특실과 구별되는 우등실만의 장점이 있다면 좌석마다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는 점이다. 좌석에 마련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유튜브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 큰 화면으로 웹 서핑을 즐길 수 있다. KTX-이음의 우등실에도 이미 적용되었던 이 디스플레이는 KTX-청룡에도 장착된다.

기존 KTX에서는 '잠시만요'를 연발하면서 겨우 지나가야 했던 좁은 통로도 KTX-청룡에서는 개선되었다. 차폭이 넓어진 덕분에 KTX-청룡의 통로는 한 사람도 겨우 지나다닐 수 있던 정도에서 두 사람도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해졌다. 입석 때면 사람으로 인해 전쟁을 치러야 했던 통로가 조금이나마 편해진 셈.

입석 승객에게 반가운 점은 또 있다. 입석 승객을 위해 객실 통로마다 마련된 의자가 더욱 편안해진 것. KTX-청룡은 객실 통로 의자의 등받이 쿠션이 어깨 높이까지 올라온다. 통로 의자가 승강문을 막고 있어서 정차역 때마다 일어서야 했던 KTX-1, KTX-산천과 달리 통로 의자가 승강문 위치에서 살짝 들어가 있는 점도 편리하다.

소소한 변화로는 수하물보관대의 변화를 들 수도 있다. 기존 수하물보관대는 객실 밖 통로에 있어서 분실의 위험이 컸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제는 수하물보관대가 객실 안으로 들어와서, 무거운 캐리어나 상자와 같은 수하물을 더욱 마음 편하게 보관대에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빨라졌지만 편안한 승차감... 진동·소음 적었다

KTX-청룡이 기존 KTX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동력분산식 열차라는 점이다. 앞뒤에 장착된 기관차가 모든 동력을 내야 하는 KTX-1이나 KTX-산천과 달리 KTX-청룡은 객차마다 동력장치가 설치되어 열차에 필요한 힘을 나누어 든다. 가속과 감속 성능이 기존 KTX에 비해 더욱 좋지만, 소음 및 진동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형제기'인 KTX-이음이 개통 이후 한동안 진동이 심하다는 불만을 들었기에 KTX-청룡의 승차감 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었을 터. 그럼 KTX-청룡의 승차감은 어떨까. 우선 객실의 기밀성이 더욱 좋아진 점이 체감된다. 외부 소음과 동력장치 구동음이 어지간하면 차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KTX-산천보다 소음이 줄어든 느낌이다.

승차감 역시 편안하다. 꽉 찬 커피잔이 넘치거나 몸이 양 옆으로 휘청이는 등 승차감을 저해하는 진동은 특히 선로와 수직 방향, 즉 좌우로 객차가 진동할 때 발생하는데, 이를 기존 열차에 비해 잘 잡은 느낌이다. 일어서서 아무것도 잡지 않은 채 객실을 걸어다녀도 몸이 휘청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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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청룡은 KTX-이음에 비해 더욱 중후한 멋을 갖춘 외장이 눈에 띈다. ⓒ 박장식

 
기밀성이 더욱 좋아짐을 체감하는 때도 왔다. 터널 안을 지날 때면 귀가 먹먹해지는 KTX-산천과 달리 KTX-청룡은 귀가 덜 먹먹해 편했다. 그렇게 차 안에서 노트북 작업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열차는 2시간 20분 가량의 운행을 마치고 부산역에 들어섰다.  

부산역을 출발해 기지로 들어가는 열차를 바라보면서도 다른 점을 느꼈다. 기존 KTX나 KTX-산천이 생각보다 시끄러운 제동 소음과 구동음을 갖고 있어 KTX 열차가 역에 들어설 때면 '끼이익' 소리가 역 전체에 울리곤 했는데, 차 밖에서 느끼는 소음도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 안팎이 모두 꽉 찬 열차라는 감상이 들었다.

'역사' 기념 위해 승천한 청룡, KTX 새 장 열길

만족도가 꽤나 높은 경험이었다. KTX-청룡이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하면 이 열차를 다른 고속열차 대신 골라 타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KTX의 개통 20주년을 맞이해 나온 열차답게, 기존 KTX가 가지고 있던 사소한 단점들 역시 공들여 보완한 모습이 'KTX의 완전판'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5월 1일이면 승객들과 함께 할 KTX-청룡. 올해 2개 편성이 운행을 시작하는 데 이어, 2027년이 되면 30개가 넘는 편성이 고속선 위를 밟게 될 예정이다. 특히 이중 14개 편성은 극심한 좌석난을 겪고 있는 SRT로 인도되어 KTX-청룡과는 사뭇 다른 느낌과 편의시설을 갖추고 운행할 예정이다. 

우리 기술로 A부터 Z까지 모두 만든 고속열차인 KTX-청룡. KTX-청룡은 5월 1일부터 평일에는 서울과 광주·부산을 하루 한 차례 왕복하고, 주말에는 서울과 부산을 한 차례 왕복한다. 일정이 맞는다면 새로운 KTX와 함께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KTX청룡 #KTX #고속열차 #고속철도 #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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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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