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건 청명이건 이제 한 번은 죽어야 살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는 축구인들이나 재벌이 사유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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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nekum)등록 2024.04.29 13:53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속된 말로 씹어 먹듯 승승장구했던 우리 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16강에 가장 근접한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멕시코에서 1-3패, 네덜란드에게 0-5 패배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를 접해야 했고, 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를 맞닥드려야 했다. 
 

조별리그 도중 감독경질이 있었던 사상초유의사태 98프랑스 월드컵 본선 부진으로 차범근 감독은 조별리그중 경질이라는 초유의 사태속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 MBC스포츠

  그리고 더 뼈아팠던 것은 그 감독이 바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이었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쓸쓸히 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기자들의 이목은 남은 사람에게 향했다. 기술위원장 조중연.

"기술위는 책임지지 않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조중연 당시 기술위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 입니다."

한식과 청명은 보통 하루이틀 차이이니 사태가 정리되면 본인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그러나 그런 그는 되려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영전을 했고, 어느날 보니 부회장이 되었으며 정몽준 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회장으로 자리했다.
 

축구협회 법인카드를 부정사용해서 입건된 전 축구협회 임원들 조중연 전회장과 이회택 전 부회장은 법인카드를 골프장 유흥업소등에서 사용한 것이 밝혀져 입건되었다. ⓒ TV조선뉴스


한식과 청명이 이렇게 수십년 거리인 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대한축구협회는 항상 이런식이었다. 54년 스위스 월드컵 첫출전 이후, 58년 스웨덴 월드컵을 담당직원이 출전 서류를 서랍에 두고 접수날짜를 잊어 출전하지 못했던 엄청난 역사가 있으며 한식과 청명 속담이 전해져 올 정도로 축구팬과 국민들 속이 다 뒤집어지는 파국을 마주해도 언제 한 번 제대로 시원하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그 흑역사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 폭발한 것이 이번 U-23 아시안 컵 사태라고 봐도 크게 틀림이 없다는 판단이다.

정몽규 회장은 K리그 연맹 총재 출신이다. 그럼에도 정작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의 현실에도 그닥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행보로 일관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전혀 부산과 상관 없는 사람이 느낄 정도인데 팬들은 얼마나 속이 탈까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의 프로축구연맹 총재 임기시절 업적을 말해보라 하면 'K-리그'를 'K리그'로 표기를 바꾸는 정도 아니었을까 하는 정도니 어쩌면 대한축구협회 회장 취임 이후의 행보 역시 크게 변화나 발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점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니었을 까 하는 생각을 늦게나마 하게 된다.

고질적이었던 대한축구협회의 문제와 더불어 현 정몽규 체제에서 누적되어 온 문제점들 나열해 보면 정말 기가차다.

1. K리그 VS FC KOREA
분명 정몽규는 K리그 연맹 총재 출신이자 K리그 구단의 구단주이다. 그러나 클린스만이 져지른 참담한 카타르 아시안 컵 참사 이후에 공백이 생긴 감독자리를 메꾸려는 시도를 곶감항아리처럼 K리그에서 꺼내 먹으려 했다. 이미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상을 마치고 개막을 기다리는 각 구단의 감독들을 후보로 두고 저울질 하며 영입을 하려 했고 이에 반발한 K리그 팬들의 강한 거부로 무산이 됐지만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과연 그가 정말 K리그 연맹의 전임 총재이자 K리그 구단주가 맞나 싶은 의아함이 들게 한다.
 

K리그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파 감독을 후보군으로 검토한 KFA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을 만들어가는 시점에 국내파 감독은 쉽게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협회의 판단이 아쉽다. ⓒ YTN뉴스


한국축구의 근간인 K리그를 파괴하려한 어이없는 헛발질이었다.

2. 선수를 지켜주지 못하는 축구협회
아시안컵 졸전 끝 패배 그리고 감독의 경질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이강인 선수다. 알려진 이야기 들을 듣고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것은 팬들 각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모인 선수들을 외부의 비난으로 부터 지켜줘야 할 것은 축구협회의 몫이다. 그러나 금번 아시안컵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 구조가 알려지는 일련의 과정은 되려 축구협회가 클린스만을 선임하고 대회를 치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덮는데 십분 활용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정몽규 회장 임기 동안 생긴 K리그 선수들의 이적에 관한 갈등 또한 문제가 있다. P선수 같은 경우 해외에서 활동하다 국내 복귀 과정에서 수원과 전북 구단 사이의 갈등에서 선수가 K리그 유소년 육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몰렸으나 대한축구협회는 해외 사례나 선수를 위한 규정 그리고 그 규정이 K리그와 어떤 간극이 있는 지를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바가 없이 강건너 불구경 하듯 그 선수를 방치했다,
 

10개월만에 풀려나 귀국한 손준호 중국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해 억울하게 10개월간 구금됐던 손준호 ⓒ MBC스포츠

 
최근에 손준호 선수의 사례도 그렇다. 월드컵 국가대표였던 선수가 중국 리그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별다른 증거 없이 억류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손준호 선수는 한참 그라운드를 뛰어야 할 시기에 피맺힌 가슴을 치며 선수 생활 공백기를 억울하게 맞아야 했다.

월드컵 대표까지 지낸 선수가 이 정도라면 다른 선수들 이야기는 더 해서 뭐하냐 싶은 정도다. 

3. 재래시장 악덕상인을 보는 듯한 근시안적 행정.
음악이나 뮤지컬 혹은 영화를 본다면 출연진이 누구인지를 보고 그리고 장소나 시간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게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정몽규체제의 대한 축구협회는 그렇지 않았다.

"어? 중국이랑 우리의 월드컵 예선? 어? 한국에 중국 유학생도 많고 이주노동자도 많고 이참에 한 몫 땡길 수 있지 않을까?"
 

한중전 티켓을 터무니없이 인상했던 KFA 골대 뒤 응원석(레드존)을 5만원으로 인상하는 근시안적 가격정책을 펼쳤다. ⓒ 서준영

 
이런 속마음을 내 비치기라도 하 듯 월드컵 예선 중국전의 가격은 지구에서 제일 축구 잘한다는 브라질과의 경기와 같은 가격으로 책정 됐다.

덕분에 상암은 우리가 홈인지 중국이 홈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이 그려졌고 한국 축구팬들은 수준 낮은 중국과의 경기를 터무니 없는 바가지를 쓰고 봐야했다.

물론 붉은악마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 했겠지만, 일반 축구팬들은 혀를 끌끌 차며 직관을 포기했거나 경기장을 찾고는 싱싱한 꽃게라 해서 샀는데 상해서 맛이간 게를 마주하게 된 기분이 들만한 될만한 가격이었다. 그렇게 잠재된 팬들을 축구와 멀어지게 만든 근시안 적 행정이었다.

4. 감독 선임을 위해 조직된 기구와 그 담장을 넘어 침투한 클린스만.

대한축구협회에 감독 선임을 위한 기구를 버젓히 만들어 상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정몽규 시대에 들어서 이다. 전력강화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기구는 회장의 한마디로 무력화 됐고 낙하산을 탄 독일 공수부대는 유유히 국대에 침투해 축구팬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독일군 아디다스 신는다던데 그의 군화가 아디다스인지는 모르겠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활짝 웃는 클린스만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 감독이 아시안컵 선수명단을 발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KFA

 
그리고 한국축구는 그 독일인 인플루언서에게 위약금까지 수십억 챙겨주고 있는 판이다.

한국 축구는 축구인들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재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1998년 IMF 위기로 직장을 잃고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버티는 와중에도 2002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엄청난 예산을 축구 인프라 확장에 투자한 우리나라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만 2060억이고, 그때 월드컵을 위해 신축된 경기장이 서울, 인천문학, 수원, 대전, 전북, 광주, 대구, 부산아시아드, 울산문수, 제주서귀포까지 총 10개구장이며, 이렇게 늘어난 인프라 덕분에

성남일화천마, 수원삼성블루윙즈, 안양LG치타스, 부천SK, 대전시티즌, 전북모터스, 전남드래곤스, 포항스틸러스, 울산현대호랑이, 부산아이콘스 총 10개 구단이었던 K리그가 지금은 1부리그만 12개, 2부리그까지 총 25개팀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도 시도민구단들은 시민들의 혈세가 구단 운영에 투입되고 있다.

결단코 축구인들이, 재벌이 사유화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못해도 마음대로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도 아무 상관 없는 그런 사유물이 아닌 한국인 모두의 것, 공공재인 것이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플랜을 세우고 철저히 능력위주로 운영되는 일본을 보면 너무나 초라하고 자존심 상하는 주먹구구식의 축구협회를 더이상 간과하거나 그들의 자리지키기를 관망만 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식과 청명 정말 수십년 이어져온 이 무책임한 관행. 이제는 정몽규 회장의 그리고 밑에서 일했던 축구인들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습으로 한 번 싹 모두 죽어야 될 때인 것이다. 

더이상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수명만 연장하는 운영을 이제는 그들의 사퇴로 마감해야만 한다.

더 늦기전에 대한축구협회가 한 번 제대로 죽어버리는 초상날을 맞아 육개장에 한그릇 깨끗하게 비우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이제는 죽어야 사는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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