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폭력이 되는 시대에 <어른의 말글 감각> 이 필요한 이유

말과 글을 만지고 사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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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섭(kkang2lee)등록 2024.05.14 10:12
 

책표지 책표지 ⓒ 최문섭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는 속담을 MZ세대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말과 글을 의미하는 언어는 사람들의 상처를 후벼파는 도구가 되었다. 자신의 입장만 대변하는 언어가 소통의 도구라고 할 수 있을까? 번득이는 통찰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저자 김경집의 새 책 <어른의 말글감각>을 읽고 언어에 대한 이해와 한계 그리고 가능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말의 시대다. 글의 힘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책도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콘텐츠의 시대에 글의 잠재력을 들춰내고 공들여 만지면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원천으로서 '언어 만지기'라는 사소하면서도 꽤 매력 있고 생산성 높은 방식을 제안하려 한다." (P7)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프롤로그의 한 문장, 책과 글이 처한 현실이 예전 같지 않지만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의 기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말은 직관적이고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반면, 글은 사유의 시간을 줄 뿐 아니라 사고의 호흡을 길게 만들어가도록 해준다." (P43)
말과 글의 차이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이 문장으로 언어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통찰을 알 수 있다.
 
"말과 글이 가장 멋지게 호응하는 분야가 바로 시의 영역이다. 독특하게도 시는 기본적으로 글로 먼저 쓴다. 글로 쓴 것을 말로 읽는 것이 시 낭송이다." (P45)
짧은 시 한 편을 소리내서 읽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충분한 지면을 할애해서 강조한다. 시 한 편 낭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말과 글이 가장 멋지게 호응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가성비가 된다.
 
"'글의 시대'가 끝난 게 아니라 '글의 지배 시대'가 끝났을 뿐이다. 인류 역사에서 그것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루어낸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글은 나름의 힘과 매력을 갖는다." (P46)
저자는 무턱대고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는 판단을 전제한 후에 화두를 던지고 충분한 지면을 통해서 배경을 설명합니다.
 
"다양한 표현 따위는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며 짜증난다. 그러니 반복적으로 욕설에 의존한다. 이런 습관은 결국 인격을 망치고 인성을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기 언어를 황폐화시킨다." (P84)
말과 글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통찰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청소년들이 특히 많이 사용하는 욕설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더 나가아서 사람의 첫인상은 생김새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P94 에 이런 문장을 담아놓았다.
"우리는 상대가 구사하는 어휘 몇 개만 들어도 그 사람의 지식과 문화 수준뿐 아니라 품성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2장 '입의말 글의말'에서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감정이나 감각에 대한 순우리말 어휘는 놀랍도록 풍부하지만, 정작 사고를 심화하고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개념과 관념 등의 낱말은 거의 다 한자에서 왔다는 현실을 쉽게 깨뜨리기 어려울 것이다." (P105)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선해야 하는 것 맞지만 뜻글자가 가지는 의미와 매력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질문의 문장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람이 '위너'가 되는 프레임이다. 나는 어떻게 물어야 할까? 질문이 답이다.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며 미래가 바뀐다. 어떤 말, 어떤 글이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늘 주목해야 한다."
책의 주제를 확실하게 드러내며 에필로그를 장식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언어 만지기'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저자의 의도는 빈틈이 없고 단단하다. 자극적인 영상이 넘치는 시대에서 말과 글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가 가지는 힘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중고서점에서 시집을 한 편 사서 날마다 낭송한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가성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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