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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희귀종 양뿔사초, 새만금신공항예정지 수라갯벌에서 무더기로 발견... "반드시 보존해야"

등록 2024.05.17 10:43수정 2024.05.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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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수라갯벌에서 습지 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 김교진

 
"여기 양뿔사초가 있어요! 이건 희귀한 식물인데 수라갯벌에서 보네요. 여러분은 운이 좋네요."

강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는 희귀식물을 발견했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처음보고 듣는 식물이라 그 중요성을 알 수 없었다.

"선생님, 이게 뭐라고요? 무슨 사초라고요? 낭불사초"?

지난 12일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라갯벌길라잡이 식물교육에서 양뿔사초 군락지를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북한, 강원도 철원 횡성일대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양뿔사초가 새만금에서 군락을 이루며 사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날 식물강의를 맡은 향토연구가 양광희 선생은 새만금의 군산지역인 수라갯벌에서 양뿔사초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수라갯벌 풀 속을 누비고 다녔다. 지난해 가을에 양뿔사초 몇 개체를 수라갯벌에서 본 적이 있어 올 봄에는 양뿔사초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찾아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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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사초 수라갯벌에서 천일사초가 과거 칠게잡이를 위해 놓은 통안에서 자라고 있다 ⓒ kyooyoung

  
양 선생 뒤에는 우리 교육생들이 따랐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뒤만 따르며 걸었다. 수라갯벌에는 시든 갈대가 넘어져있고 이제 솟아오른 습지 식물이 섞여있었다. 키 큰 풀을 헤치며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얼굴에 풀이 스쳐 따가웠다.

앞사람이 지나가면 한사람이 겨우 걸어 갈 수 있는 길이 생겨 십여 명의 교육생들은 한 줄로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가 양선생이 멈추며 어떤 풀을 가리키며 외쳤다.

"양뿔사초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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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뿔사초 수라갯벌에서 발견한 희귀식물 양뿔사초 ⓒ 김교진

  
처음에는 발음하기도 힘들었던 양뿔사초. 자세히 보니 다른 풀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양뿔사초 십여 개가 모여 있었다. 양선생은 양뿔사초는 희귀종이라 보기 힘든데 여기서 볼 수 있어서 놀랍다고 말했다. 여기 양뿔사초가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있을 것이라며 찾아보라고 말했다. 교육생들은 양뿔사초를 찾으러 주변에 흩어졌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양뿔사초가 있다는 교육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몇 백 미터 반경에서 양뿔사초가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양뿔사초 군락지를 발견한 것이다. 양 선생이 기뻐하니 교육생들도 기뻐했고 양뿔사초를 발견하면 "와 여기에도 양뿔사초가 모여 있어요!"라며 탄성을 질렀다. 이날 발견한 양뿔사초만 해도 남한의 최대 군락지일 것이라고 선생은 추정했다. 오후 4시가 넘어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더 자세한 양뿔사초 군락지 조사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는 수라갯벌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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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뿔사초군락지 수라갯벌에서 발견한 양뿔사초 군락지 ⓒ 김교진

 
양뿔사초를 찾았으나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이를 어떻게 보전해야 할 것인가? 양뿔사초는 환경부 멸종위기 적색목록DD(정보부족)종으로 조사가 거의 안 된 사초류인 습지식물로 국외 반출 금지 식물이며, 현재까지 중남부지역에서는 백석제 외에 공식 알려진 바가 없다. 백석제에서는 약 1만2000㎡에 600여 개체가 독립 및 군락형태로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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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뿔사초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살고 있는 양뿔사초의 군락지 ⓒ 김교진


한강 이남에서는 전북 군산시 백석제에서 소수가 살고 있다. 백석제와 직선거리로 10km 떨어진 수라갯벌에서 발견된 것이다. 백석제에서 씨가 날아와 퍼진 것일까?


양뿔사초는 매년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생육환경이 좋을 경우 열매를 맺는다. 환경에 민감하여 군락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운 종이다. 백석제는 군산에 남은 자연 습지이다. 이곳에는 양뿔사초와 독미나리, 물고사리 같은 멸종위기 습지 식물이 사는 곳이다. 2010년대 들어서 자연습지인 백석제를 메워서 군산전북대병원을 짓겠다는 시청 방침에 군산시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쳐 지켜냈다.

그래서 새만금에서 양뿔사초를 발견한 것은 중요하다. 백석제에서 양뿔사초가 있어 백석제를 지켜냈듯이 새만금의 양뿔사초가 군산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을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양뿔사초의 보전이 시급하다. 군산신공항은 예비타당성 평가도 면제되었고 자연환경평가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수라갯벌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오로지 개발의 논리로 공항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북방계 식물인 양뿔사초가 어떻게 남부지역인 수라갯벌에서 군락을 형성하여 자생할 수 있는었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보다 정밀한 조사 및 연구,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수라갯벌 내 전수조사를 진행하여 서식 규모를 파악하고, 산림청과 전북지방환경청에 공식적으로 정밀조사와 서식지 보호를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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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갯벌지킴이 새만금신공항 사업절차 재개 규탄 및 철회촉구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이 수라갯벌을 지키자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전북녹색연합

덧붙이는 글 개인 미디어에도 보냅니다
#새만금 #수라갯벌 #양뿔사초 #새만금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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