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린 퍼플하트 훈장 ⓒ https://www.defense.gov
미국 독립 전쟁이 한창이던 1782년, 대륙 군 최고 사령관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최초의 군사 훈장인 '배지 오브 밀리터리 메리트(Badge of Military Merit)'를 제정했다. 훈장에 달린 펜던트가 금색 테두리가 보라색 하트를 감싼 모양이 특징이라 퍼플 하트(Purple Heart)라고 불린다. 이 디자인은 6·25 전쟁의 흐름을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관여해 완성되었다. 미 국민들에게 존경의 표상인 퍼플 하트 훈장은 군사 작전을 수행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미국 군인들에게 수여된다.
▲ 유림목재 문화원 內 퍼플하트 우드월 ⓒ 우드코디
브라질 아마존 강 북쪽 중남미 지역에 주로 자생하는 활엽수과 나무가 있다. 속살이 보라색을 띠는 특징이 있어 퍼플 하트라고 불린다. 언어권이 다른 국가에서도 바이올렛 우드, 아마란스(자줏빛) 등 색을 담은 명칭이 많다. 하늘로 길게 쭉 뻗으며 자라는 이 나무는 보통 20m에서 30m까지 자라며 지름은 1m 안팎이다. 톱으로 켜면 별다른 맛이나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색상은 오히려 갈색에 가깝다. 하지만 제재가 끝난 나무의 속살이 대기 중에 노출되어 시간이 지나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가지나 적양배추 같은 채소 역시 빨강·보라·파랑 계열의 수용성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많아서 보랏빛을 띤다.
▲ 잘 건조된 퍼플하트 판재가 제품 제작을 위해 가공부로 옮겨지고 있다 ⓒ 우드코디
비중(물질의 상대적인 밀도)은 0.9 정도로 상업용 활엽수종으로서는 평균 정도지만 소나무에 비하면 훨씬 무거운 나무다. 목재 도감에는 퍼플 하트가 단단하고 내구성이 매우 좋아 균이나 충의 침해에도 강하다고 씌어있다. 회사 정문에 설치할 목재 대문 만들 때 퍼플 하트를 썼다. 십몇 년 동안 목재용 스테인이 몇 차례나 덧발라져 지금은 보라색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조금도 틀어짐이 없는걸 보면 꽤나 튼튼한 나무인 건 확실하다. 목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업용 수종 정보가 빼곡한 미국 우드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를 보면 보트 제작에도 쓰인다고 용도가 나와있다.
▲ 목재문화원 內 퍼플하트로 조성된 우드월 벽체 ⓒ 우드코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퍼플 하트로 만든 작은 소품이나 그릇, 도마를 볼 수 있다. 우드슬랩 테이블로 사용하는 사진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어느 취미 목공인이 만든 퍼플 하트 독서대는 블로그 댓글로 구매 문의를 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간혹 악기 등을 제작하는 분들이 퍼플 하트를 사 가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는 건축·인테리어 관계자들이 많이 오기에 퍼플 하트로 꾸민 우드월이나 목창호가 전시되어 있다. 어떤 목제품이든 햇볕에 바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색상이 짙어진다. 퍼플 하트는 그런 색감 변화가 한층 두드러지는 느낌을 준다.
▲ 예전 예재관에 시공된 퍼플하트 목창호. 현재는 우드스토어 갤러리에 복각되어 있다. ⓒ 우드코디
지난 4월 '한국 전쟁의 진정한 영웅'으로 불린 랠프 퍼켓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퍼켓 대령은 5개의 퍼플 하트 훈장 등 미 육군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군인이다. 의회에 유해를 안치하고 주문하는 이 행사는 미국 전·현직 대통령, 상·하원 의원 등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사망했을 때 예외적으로 진행되는 최고의 예우다.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한국전 당시 약 179만 명을 파병했고, 전체 유엔군 사망자 3만 7902명 가운데 3만 3686명이 미군 사망자였다. 올해는 한국전 발발 74년이 되는 해이다. 부디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랄 뿐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