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무엇을 그린걸까? 추상미술 장은하작가 전시장에서

검토 완료

안세희(comoland)등록 2024.06.14 13:54
전시장을 둘러보던 관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 새 머리같지 않아?"
"맞아! 여기 꽃도 있어"
"거북이도 있다. 물고기도~"
 
비구상 작품이 대부분인 장은하 작가의 전시장에서 보물찾기 하듯 화폭에서 무언가 찾아내려고 하는 관람객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흰 갤러리벽을 타고 울려퍼진다. 사람들은 사물이나 그림의 관찰 초기에 무언가 구체적 형상을 발견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여러번 경험했다.
 
어느 산악지대를 버스로 지나는 여행중에 여행자들을 안내하던 가이드가 길위로 솟은 산등성이 바위를 가리키며 "개신교 신자에게는 기도하는 어머니, 천주교 신자에게는 기도하는 성모마리아로 알려진 기도하는 여인 바위입니다."라며 지역의 특이한 바위 모습을 소개하였다. 그러자 어느 심술궂은 중년의 남자관광객이 손을 들고는 "그게 어떻게 기도하는 여인상입니까. 내 눈에는 핸드폰에 빠진 여인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해서 좌중을 폭소로 이끈 일이 있었다.
 
어쩌면 이런 단순하고 본능적인 심리가 그림을 감상하는 초입으로 관람객을 이끄는지도 모르겠다. 추상미술에서 구체적인 사물의 모습을 찾는다는게 작가로서는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야 무엇이든 불쑥 들어온 전시장에서 무턱대고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재미있는 놀이가 아닐 수 없다.

광명시 갤러리앨리스에서 열아홉 번째 개인전을 진행하는 장은하작가는 생명과 에너지로 구성되는 자연의 원리에 대한 탐구와 표현을 위주로 작품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의도적인 자연스러움과 함께 캔버스 곳곳에서 질서있게, 때로는 격렬한 운동을 내포하는 생물학적 돌발성으로 의외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상상의 색으로서의 원색이 아닌 도드라지지 않는 중간색조의 여러색의 배경들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진화해 온 생태학적 원천을 상상하게 한다.
 
이 때문인지 관람객들은 그림앞에서 처음엔 멈칫거린다. '아~ 내가 생각했던 꽃그림이 아니었네?'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멀찍이 떨어져 의례적 관람구도를 취한다. 하지만 이내 "물고기같네, 들꽃도 있군"하면서 숨은 그림찾기를 시작한다. 소곤거리는 관람객들의 조용한 소리는 어느새 전시장에 울려퍼지고 한바탕 웃음소리와 기념촬영 그리고 한 줄 방명록 서명으로 관람을 마친다.
 
조금 아쉽지만 이들은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의 첫 단계에 들어섰다. 조만간 그림 가까이에 시선을 고정하고 색과 선이 만들어내는 형태에 감정이입을 하며 화면을 채우는 수많은 변화와 작가의 집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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