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예산, 산업폐기물 온상 될라

검토 완료

황동환(fuco21)등록 2024.07.02 15:21
돈은 기업이 챙기고, 피해는 주민·지자체 몫
빗장 풀면 전국산업폐기물예산에 모일 수도
피해지역 사례 비춰 예산군도 두고두고 부담


# 침출수 피해 타지역 100억 들여 뒷처리

산업폐기물 청정지역이던 예산군에 빨간불이 켜졌다.

군이 민간기업과 손잡고 신암 조곡리 일원 147만4115㎡에 조성하려는 '조곡 그린컴플렉스 일반산업단지(아래 조곡산단)' 건설 계획에 3만2000㎡ 규모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예산군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하고 있다"며 "군수나 군의회 등 영향력 있는 기관이 나서 미래 예산군민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결정을 중단하고, 추진 중인 조곡산단 문제를 원점에서 신중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조곡산단 예정 부지 주민들은 사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지역 산업폐기물매립장들의 사례를 들며 군에 산업폐기물매립장 만큼은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군청 산단조성팀 관계자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주민들의 우려를 잠재우는데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KBS 1TV 탐사보도프로그램 <추적60분>은 '돈이 되는 산업폐기물 쓰레기는 정의를 모른다' 방송을 통해 민간기업이 '산업폐기물매립장' 운영으로 돈을 챙기는 동안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가고, 사후관리는 지자체의 몫이 돼버린 구조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2019년 5월, 지방의 한 산업폐기물매립장에서 침출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농작물 피해를 호소했고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억원 가까이 들여 우수배제시설, 전처리 시설, 차수벽을 마련했다. 매립장 운영 업체가 부도가 나 책임 물을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는 지속되는 피해에 매립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전 예상 비용이 1000억원이다.

성주일반산단 산업폐기물매립장의 경우 2017년 매립 종료 뒤 방치되다가 침출수 문제를 우려한 성주군이 국비·군비 각각 23억5000만원, 총 47억원을 들여 안정화 사업을 마쳤다. 산업폐기물매립 시설은 매립 종료 뒤 민간기업이 30년 동안 침출수 방지 등 사후관리책임을 지게 돼 있지만, 업체가 사후관리이행보증금을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주민과 지자체 모두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 기업만 이득보는 사업, 주민과 군은 피해·부담만

방송은 수도권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산업폐기물 처리에 부담을 느낀 환경부가 민간업체가 대신 나서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일에 방관을 넘어 장려하는 상황도 꼬집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민간업체는 날개를 단 형국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는 "산업폐기물 단가가 오르면서 산업폐기물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고 지적한다. 

방송은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산업폐기물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평균 70%인 매립장 업체의 막대한 영업이익률을 든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10%인 것과 비교하면, 왜 산업폐기물 업체에 자본이 몰리는지 알 수 있다는 것.

하 변호사는 6월 24일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산업폐기물 문제는 환경 부정의, 경제 부정의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영리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사후관리는 국민세금으로 해야 하는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회가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언론과 시민사회도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극심한 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에 등장한 예산군의 경우 기존 3개 산업단지 가동률은 77%에 불과하다. 또 예당2일반산업단지는 예정대로라면 이미 완공됐어야 하지만 현재 분양조차 안 돼 착공 삽도 못 뜨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군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민간기업 SK에코플랜트와 MOU를 체결하고 추진하는 사업이 조곡산단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5년 동안 충남도의 타시도 반입폐기물 처리 비율은 62.5%인 점도, 주민들이 SK에코플랜트가 산단을 구실로 매립장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군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들여온 산업단지로 인해 수도권 소재 기업들의 폐기물 처리장이 돼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주민들의 걱정을 단순한 기우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 산업폐기물 처리, 민간에 맡길 일 아냐

발생지 책임 원칙이 적용되는 생활폐기물과 달리 조곡산단에 일단 산업폐기물매립장이 허용되면 전국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 산업폐기물이 예산군에 모일 수 있다.

군과 업체는 6월 20일 열린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 공청회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 운영으로 인한 주민 피해는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 주민은 "'이익이냐 손해냐'만을 따지는 민간기업의 속성상, 산업폐기물 사업에 들인 돈이 수익으로 돌아오면 업체는 그만일뿐이다. 이런 매립장 운영 업체에 지자체가 응당 돌봐야할 주민 삶을 대신 책임질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군이 조곡산단과 매립장 건설 명분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일자리, 인구, 세수 증가를 구실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안쓰럽다"며 "지금이라도 군은 책무를 방기하지 말고, 산폐장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성토했다.

방송 뒤 농본과 환경운동연합은 6월 24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산업폐기물 처리는 공공성이 확보되는 주체가 맡아야 한다"며 이윤만 추구하는 영리 업체들에 맡겨 놓을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단체는 성주군 외에도 에어돔 붕괴사고 발생 뒤 국민 세금 100억원 가까이를 들여서 복구했지만, 지금도 염소·페놀 등 유해물질이 인근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는 충북 제천시의 한 산업폐기물매립장과 업체 부도로 사후관리를 떠맡은 경기 화성시, 충남 당진시 등의 사례를 들며 "산업폐기물도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 권역별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폐기물의 양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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