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추모문화제 열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참사 초래..우리 사회가 만든 구조적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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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희(uuheso0o0)등록 2024.07.09 09:16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부상자 8명 중 전신 화상을 입은 피해자도 다수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참사 이후, 대구에서도 아리셀 중대재해참사에 관한 움직임이 있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대구4.16연대는 7월 1일 기자회견을 열었고, 동성로 CGV 한일 앞에서 5일 동안 분향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이주노동자 노동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7월 5일, 대구 동성로 CGV한일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추모제가 열렸다.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5일 오후 7시에는 동성로 CGV 한일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진 않았지만, 참여자들은 시작 전에 분향소에 헌화를 하고, 추모 문구를 적고,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헌법소원 기각 탄원서를 작성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발언과 추모 공연이 있을 땐 피켓을 들고,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신은정 수석부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신은정 수석부본부장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우리 사회를 투영한다. 우리 사회는 자본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위험을 외주화하고, 위험을 가장 낮은 곳으로 떠넘기는 구조에 침묵하는 사회이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건이 매년 늘고 있다. 열악한 일자리에, 정주 노동자들이 없으면 이주노동자들로 채워 공장을 돌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라고 말하며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해 비판했다.
 
신은정 수석부본부장은 "아리셀 노동자의 사망은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든 구조적 살인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외친다. 우리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것임을 강조했다.
 

대구 416연대 공동대표 정금교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 416연대 공동대표 정금교 목사는 "이 나라는 거대한 기계처럼 위험하지만, 안전장치는 무시하는 나라입니다. 수많은 젊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죽어가도 그거 하나 해결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살을 가진 사람부터 기계에 뭉개지는 나라. 몰라서도 왔을 것이고, 알아서도 어쩔 수 없이 와야만 하는 그대들을 보며 우리는 아프고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노동 현장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그대들은 수없이 다치고 차별당하고 방치되었고 목숨을 잃어갔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추고, 이런 사회로 오게 된 이주노동자들에 미안한 마음을 비쳤다.
 
정금교 목사는 "생명을 돌보아야 하는 정치와 법은 오히려 약자들을 가장 끄트머리에 머물게 하고, 인종차별을 방치하고 인권을 조롱하며 차별금지법을 방해하고 있으니 앞으로 또 참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서운 예감을 떨치지 못합니다. 가끔 분노했고 가끔 추모하는 저희들이 모여서 재 덩이가 된 그대들의 꿈을 맞잡으며 그래도 다시 또 약속합니다. 아무도 일터에서 다치지 않는 나라,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향해 그래도 우리는 나아갈 것입니다."라며,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김재환 조직부장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김재환 조직부장은 신경현 시인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참여자들이 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추모제 사회를 맡았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이정아 사무처장은 "가끔 추모하고, 가끔 분노하는 우리지만, 이 분노와 추모와 결의가 모여 절대로 죽지 않는 사회, 그리고 노동자들이 온전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사회,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라며 참여자들과 함께 결의를 다졌다. 참여자들은 분향소에 헌화하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성서공단노조 차민다 부위원장(오른쪽)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문화제에 참여한 성서공단노조 차민다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만들고 있는 이 사회는 이주 노동자들이 노예로 일할 수 밖에 없는 사회이다. 아리셀 참사도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이 주목받지 못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가장 힘든 노동을 누가 하나.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3D에서 4D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 속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다음은 앞서 언급한 신경현 시인의 추모 시 전문이다.
 

너희가 나를 죽였다.-신경현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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