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네스코 권고 9년째 불이행, 그런데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임박?

일본이 역사를 은폐 한다면? 한반도에도 일제 침략 전쟁 유적지 8,700여 곳 남아 있어, 유네스코 통해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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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jungunii)등록 2024.07.11 14:05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9년째 이행하지 않는 일본
일본의 꼼수에 기가 차다 가도
얼마나 머리를 쥐어 짰을지 생각하면
존경스럽기까지 해


일본의 니가타 현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이 임박했다. 일본은 오는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이를 추진할 예정이다. 등재가 최종 결정된다면, 약 2000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 사도 광산은 일본의 21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다. 그러나 일본은 2015년에 등재된 메이지 시대 산업 혁명 유산의 한국인 강제 노역 동원에 대한 사실을 전시하라는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9년째 이행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한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1989년까지 사용된 사도 광산의 주요 광맥인 "도유맥(道遊脈)" 개발 목적의 주요 운반 갱도 ⓒ 일본 니가타현 관광 협회

 
■ 유네스코 권고 사항 9년째 이행하지 않은 일본, 사도 광산 등재할 자격 있나?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강제동원의 역사가 배제된 것은 주요 논란 중 하나이다. 2000명이 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이곳에서 강제 노동을 했으며, 이는 메이지 시대 이후 사도 광산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와미 은광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사도광산을 '금광'으로 강조하고, 세계 유산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에도 시대로 한정하였다. 이로 인해 일본은 의도적으로 근대사, 특히 강제동원의 역사를 사도광산 세계유산 서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도광산은 17세기 에도 막부 시기 주요 재원처로 개발되었지만, 1889년 (메이지 22년) 미쓰비시가 사도광산을 인수한 후, 근대 광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산이 급증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강제 동원되었다. 미쓰비시 광업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많은 한국인들을 사도광산과 다른 광산들로 강제 동원하여 노동을 시켰다. 이 문제는 일본이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협약을 위반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배제한 채 세계유산 등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그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려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의심스러울 뿐이다. 

한국은 사도 광산의 등록에 강제 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이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 반대를 철회하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행태를 보면, 그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 측의 우려다. 일본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세계의 신뢰를 잃은 전례가 있다. 당시 일본은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는 역사 박물관을 설립하여 그에 대한 사실을 전시하는 것을 권고받았으나, 사실상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나가사키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군함도에 대한 박물관을 도쿄 신주쿠에 설립하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및 석탄 채굴 세계유산에 포함된 23개의 유적지 중 하나인 군함도(端島, 하시마)는 사도 광산과 마찬가지로 강제 노역이 동원된 곳이다. 현재 유네스코가 사도광산에 강제 동원 역사를 포함시키라는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015년 등재 당시, 군함도에서의 강제노동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는 내용을 전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사항을 즉각 이행하지 않고, 2020년이 되어서야 도쿄 신주쿠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립했다. 덕분에 군함도를 관광하고 그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약 980km 떨어진 도쿄로 가야 하는 실정이다. 전시관의 이름도 애매모호하게 '정보산업유산센터'로 지어 놓아, 그들이 무엇을 전시하고 있는지를 알기 어렵게 한다. 이런 일본의 꼼수에 기가 차다가도,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을지를 생각해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의 도쿄도 신주쿠구 소재의 산업 유산 정보 센터 ⓒ 이정윤

 
 일본이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을 9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시관이 권고 사항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은 강제노동의 역사적 진실을 교육하고 기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실제 강제노동이 이루어졌던 장소와 전시관을 물리적으로 분리시켜, 관광객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유산정보센터는 도쿄 와카마쓰가와다(若松河田)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역 주변은 주거지로 이루어져 있고, 상업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서 인적이 드문 곳이다. 특히 관광객들이 찾는 주요 명소와는 거리가 좀 있다.

센터 외관도 눈에 띄지 않게 설립하여, 잘 찾아갔더라도 전시관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모든 것이 수상하다. 센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부터 일본이 무언가를 감추고 싶어 한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둘째, 이 센터는 유네스코가 기대하는 전시관의 목적과 모순되는 방침으로 운영 되고 있다. 전시관 방문은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방문자가 즉흥적으로 방문할 수 없도록 하여 접근성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한 방문자는 1개월 내에 한 번만 방문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은 더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방문하여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전시된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방문 가능 시간도 1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방문자가 전시관에 머무르며 충분히 학습하고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다. 특히 전시관에서는 일본의 근대화 업적을 설명하는 전시물이 전체 공간의 약 75%나 차지하고 있으며, 군함도 노동자와 관련된 전시는 나머지 약 2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방문자는 앞쪽 전시를 자세히 보느라 시간이 부족해져 뒤쪽의 중요한 전시를 대충 훑어보고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시 구성은 일본이 의도적으로 강제노동의 역사적 진실을 숨기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교육하고 기억하는 데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게 한다.

셋째,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 일본은 군함도에서 강제 노동이 동원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939년 제정된 국민 징용령이 조선 총독부의 통제하에 발효되었고, 일본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 자발적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본이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전시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전시관 어디에서도 강제 노동에 대한 일본의 자성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해당 전시실에서는 촬영이 엄격히 통제된다. 보안 카메라가 작동 중이라는 경고 문구도 있어,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에 대한 증거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갈 수도 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본이 한 노동자의 월급 봉투를 전시하며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제때 지급했으므로 군함도에서는 강제 노역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노동자의 국적은 조선이 아닌 대만이었다. 당시 조선과 대만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 형태는 달랐기 때문에, 대만인의 월급 봉투는 일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서 그 힘이 약하다.

사실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이후, 강제 노동에 대한 인식과 반성의 내용을 전시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대만인의 월급 봉투를 전시한 것은 한국인 강제 노역의 실태를 왜곡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일본은 한국의 항의도 유네스코의 권고도 무시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외진 곳에서 방문자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5년에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켜 놓고,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9년째 무시하고 있는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강제 노동의 논란이 되고 있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에 등록하려고 한다. 그런 자격이 일본에게 있는지 7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직접 묻고 싶은 심정이다.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의 유네스코 로고 ⓒ 로이터통신

 
■ 역사 왜곡의 종말을 위하여: 유네스코 권고와 한국의 대응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등재 이후,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갈등유산'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갈등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된 유산으로, 그 자체가 다양한 해석과 논쟁의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 사도광산 역시 강제동원의 역사를 드러내고, 이를 인류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도광산은 아름답고 풍부한 문화유산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한국인 강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이러한 점을 일본에 권고하고 있지만, 2015년에 등재된 메이지 유신 산업 혁명 유산 전시에서도 일본은 그 권고 사항을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 메이지 유신 산업 혁명 유산에는 강제동원의 역사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거나 전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것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한국은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국이다. 최종 등재 결정 시 전체 합의(컨센서스)가 관례이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일본의 사도 광산 최종 등재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한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그 안건은 투표에 부쳐져야 한다. 투표가 진행될 경우, 위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등재가 확정된다.

내년이면 일본 강점으로부터 해방 80주년이 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문제는 해결은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도,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행위이다.

개인의 삶만을 살아가기도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이런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아픔보다는 현재의 안락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피해자 할아버지들이 그 고통을 죽을 때까지 기억하다 돌아가셨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그 고통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분들이 거의 살아 계시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이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들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축소되고 은폐되고 있는 실정을 지금 우리가 지켜보지 않는다면 이 역사적 사실은 계속해서 왜곡되어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역사적 진실을 보존하고, 이를 후세에 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역사 왜곡의 종말을 위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감시해야 한다. 둘째, 일본 정부가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이를 전시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셋째, 우리 스스로 일본의 강제동원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이를 유네스코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한반도에도 일제 침략 전쟁 유적지가 8,700여 곳 남아 있다고 한다. 일본이 자국에서 과거 역사를 은폐하려 한다면, 우리는 우리 땅의 명백한 증거들을 잘 보존하여 유네스코를 통해 세계에 알리면 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인류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일제 침략 전쟁 유적지 중 한 곳. 일제강점기 ‘일본육군 조병창’의 흔적, 인천 부평 미국기지 위치. 조병창은 일본군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조선인 노동력을 착취하고 전국에서 수탈한 금속을 이용해 무기를 제조하던 공장이다. ⓒ 인천일보


이 문제는 한일 간의 역사적 갈등을 넘어서, 전 세계 인권과 정의를 실현하는 과제이다. 우리가 이러한 유적지들을 잘 보존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세계 평화를 촉진하고자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뛰어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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