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쓰는 에세이는 무엇이 다를까

글의 정원에서 11명의 저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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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sunrise5)등록 2024.07.19 08:38
여기 책 한 권이 있다. 에세이 문집 "글의 정원에서"이다. 봄날의 살구꽃 향기가 묻어날 것 같은 화사한 표지에는 인천시민 11명의 이름이 가지런하다.

인천광역시교육청북구도서관에서는 글쓰기 활동과 책 출판지원을 통하여 시민작가를 양성하는 "시민저자학교"를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제1기 프로그램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상에세이 쓰기"였다. 2024년 2월 22일 첫 모임을 시작하여 4월 4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두 시간씩 진행하였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글이 좋아 모였다. 저자 중에는 이미 글을 쓰는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처음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글에 대한 열정과 배움의 열의는 같다. 서툴지만 자신만의 글을 쓰고, 쓴 글을 서로 읽어보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고쳤다. 살아오면서 익어진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이었다. 글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도현 작가의 헌신과 노력이 가장 빛났다. 많지 않은 강의시간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고 꼼꼼하게 지도하여 주었다.

아직은 겨울이었던 2월 늦은 날에 글의 정원으로 모여 에세이 씨를 뿌렸다. 7주간 동안 정성껏 물을 주고 다독였다. 모임이 끝나는 4월에 겨우 싹이 났던 글들이 영글고 익어져 7월에 열매를 맺고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이 만든 순수한 글 모임의 문집이다. 시민저자학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책이 발간될 때까지 수고하여 준 인천시북구도서관의 지원이 좋은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일정을 끝까지 챙기며 고생한 도서관 마을교육지원과(윤한진 과장, 박지선)의 노력은 글을 쓸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11명의 저자는 모두 아마추어이다. 7주 만에 글의 기법과 솜씨가 괄목할만하게 성장할 수는 없다. 세련되지 않다. 기교도 없다. 설익은 풋내가 나는 글이다. 그렇지만 진솔하다. 수필의 정의가 "일정한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자유롭게 쓴 산문형식의 글"이라면 이 책의 글들은 거기에 맞다. 저자들의 글을 보면 일상에서의 소중한 기억, 생명에 대한 외경, 사람에 대한 그리움,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기쁨과 아픈 사연들로 가득하다. 멋들어진 명문장 대신 소시민의 정서로 채워져 있다. 나와 동떨어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같이 호흡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성숙한 문학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치기 어린 글도 있다. 기쁨과 작은 행복이 있는가 하면 아픔과 슬픔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들은 중년 이상의 나이들이다. 50대부터 70대까지 함께 하였다. 이 책에 고상한 철학이나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체험한 경험이 문장 속에 스며 삭혀 있다. 연륜에서 오는 지혜는 말과 글의 세련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녹아있는 고백과 이야기에서 나온다. 한 단어, 한 줄의 문장을 읽다 보면 미소를 짓게 되고 어른들의 지혜를 눈치채게 된다. 인생 절정의 빛나던 해는 기울어지고 노을이 지는 무렵의 풍경 이야기를 조곤조곤 속삭이듯 적은 글들이다. 작가들의 글을 따라가면 산을 내려올 때의 풍경을 관조하듯 볼 수 있다. 정상을 향하여 서둘러 올라가며 보는 경치와 다르다. 숨 가쁘지 않은, 경쟁이 없는, 자극적이지 않는 글에서 인생의 깊은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수필의 글과 문장은 오솔길이기도 하며 큰길이 되기도 한다. 또 시냇물이 될 수도 있고 큰 강일수도 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문자로 쓰인 길을 함께 걸으며 여정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글들은 오솔길이며 시냇물이다. 작은 일상을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엷은 웃음을 띠며 잔잔한 글을 읽다 보면 삶의 긴 호흡에서 나오는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저자들의 계속적인 정진과 노력이 필요하다. 완성된 재능이 아니다. 문학을 향하여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글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글에 대한 열정에서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시민저자라는 이름에 맞는 문학적 성취를 높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도서관 역시 시민저자들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 11명의 시민저자를 배출하고 책을 발간하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 그것으로 만족하고 멈추어서는 안 된다. 계속하여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의와 책 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시민저자는 일회성 모임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과정의 결실이다.

에세이 문집 발간은 길을 떠나며 내디딘 첫걸음의 발자국이다. 출발점에서 한 발을 떼기 위해서 큰 결심이 필요하였듯이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글과 함께하는 긴 여정을 시작한 작가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눈에 새겼다. 문학적으로 성장한 작가들의 미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도서관 시민저자학교 1기에 참여한 저자가 에세이를 쓰고 책이 발간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소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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