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보다 젯밥' 산단말고 산폐장이 온다

하승수 '정의를 모르는 산업폐기물, 위기의 농촌'
환경영향평가조례 제정, 익산시 사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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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환(fuco21)등록 2024.07.25 10:35
 

하승수 변호사가 산업폐기물이 불의하게 처리되고 있는 현실을 법 제정을 통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산업폐기물은 결국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원인 제공자는 책임지지 않고,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으로 (폐기물을) 떠넘기는 일은 환경적으로 매우 정의롭지 않다. 이익은 철저하게 영리업체들이 벌어가고,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보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군민 세금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경제적으로도 정의롭지 못하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는 13일 조곡산단사업 예정지(충남 예산군 신암면)에서 진행된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창립 9주년 기념식 특별강연 자리에서, 조곡산단 반대 주민들에게 이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농촌 주민들이 난개발과 유해시설에 맞서 마을과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일은 결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촌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산업단지, 산업폐기물매립장 등에 맞서 마을과 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농촌 주민들에게 하 변호사가 전하는 연대의 말이다.

하 변호사는 이날 강연을 통해 이권 사업이 돼버린 산업폐기물처리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민간기업의 행태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지방정부, 관련법 부재 등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 돈되는 산폐장, 그러나  매립 뒤 먹튀 업체 속출

그에 따르면 국내 발생 폐기물 가운데 생활폐기물은 10% 미만이고, 나머지는 산업폐기물이라 불리는 사업장폐기물이다. 이는 일반·건설·지정폐기물 등으로 구분되는데, 민간기업은 지정폐기물을 선호한다. 가장 유해하고 돈벌이도 많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충주에코플랜트 업체를 사례로 들며 "업체가 산단과 산폐장을 동시에 추진하는데, 20억원을 투자해서 800억원 넘게 수익을 가져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맥쿼리라는 사모펀드 업체는 이미 돈을 벌고 떠났고, 후발주자로 SK가 몇 년 전부터 산업폐기물 처리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SK가 최근 매립장 1곳을 1900억원에 사들였을 정도다. 매립장 허가 하나 잘 받으면 수천억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으로 폐기물매립 뒤 30년까지 사후관리를 하도록 돼 있지만, 이것으로 침출수 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50년 후엔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업체는 매립할 때만 돈을 번다. 매립이 끝나면 돈이 안되는데, 30년 사후관리 법 규정이 있다고 한들 영리업체가 제대로 하겠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매립 뒤 부도를 내고 도망간 성주군 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매립장 업체, 충남 당진시에도 업체의 부도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사후관리를 떠맡은 매립장들이 그 사례다. 

하 변호사는 "충북 제천 매립장의 경우 에어돔을 씌우는 작업을 했는데, 붕괴가 되면서 복구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며 "문제는 복구 뒤에도 페놀·시안 등 유해 물질이 계속 새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소문이 나면 지역에 좋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쉬쉬했지만, 최근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농사를 포기한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 폐기물량 제대로 계산하면 산폐장 설치의무 아냐 

이처럼 전국 여기저기서 폐기물매립장 문제가 속출하자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선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그러자 업체들이 우회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산단을 끼고 산폐장을 추진한다'는 것. 아예 산단 조성은 뒷전인 채 노골적으로 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만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SK가 서산·아산·당진·공주와 우리 지역 조곡리 등 충남에 추진하는 산폐장이 5곳인데, 모두 산단을 끼고 있다. 업체는 산단 면적 50만평 이상, 연간 폐기물 발생량 2만톤 이상이면 산업폐기물 의무설치라는 점을 내세우는데, 과연 그럴까?

하 변호사에 따르면 적어도 조곡산단의 경우 폐기물량을 제대로 계산한다면 산폐장을 설치할 이유가 없는 산단이란 점을 강조한다.

그는 "폐기물매립량은 '원' 단위를 쓰는데 '원'은 사람을 뜻한다. 산단에서 일하는 사람 숫자를 곱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발생량을 계산하는데, 이상한 계산법이다"라며 "(업체가) 조곡산단지 종사자 규모를 6370명으로 잡고 있다. 현재 예산군에는 농공단지를 포함해 11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를 모두 합해도 6700명이다. 조곡산단이 예산군에 있는 기존 11개 산업단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고용인원을 부풀려 폐기물량을 늘리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시행사가 법적 근거를 갖고 종사자 수를 산정했다. 산폐장은 법이 정한대로 의무 설치해야 하는 시설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하 변호사는 "예산일반산단 추진 당시 종사자 수를 2000명으로 산정해 승인 받았지만, 현재 1000명도 안되는 상황이다"라며 업체가 제시한 종사자 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종사자 수 뻥튀기'라는 것.

# 환경영향평가조례로 유해성 미리 꼼꼼히 따져야

어떤 폐기물이든 재활용·매립·소각 3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 처리한다.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은 처리 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 △발생지 책임원칙 적용 여부 △주민감시 감시 가능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국내 발생 폐기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폐기물을 민간기업에 맡겨 놓고 있다는 점이다. 하 변호사가 가장 크게 비판하는 지점이다.

그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생활폐기물도 공공이 처리하는데 산업폐기물을 국가나 최소한 충남도 같은 광역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해야한다"며 "충남이 충남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까지 매립하고 소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폐기물이 들어오고, 제대로 소각·매립하고 있는지 감시는 해야 한다"며 "이런 합리적인 요구를 받아 국회가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전이라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환경영향평가조례를 만드는 일이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영리업체가 충남도에 눈독을 들이는 까닭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의 부재가 한몫하는 것일 수 있다며 충남도와 예산군이 시급히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익산시의 사례를 들었다. 시민단체들이 공대위를 만들어 조례 제정을 관철시킨 지역이다. 조례 제정 이전에는 산업폐기물 시설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공무원들이 검토했지만,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시민단체나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주민건강, 환경 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질 수 있게 됐다.

하 변호사는 "(산폐장 등 유해시설)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이제는 공무원 뿐만 아니라 심의위원회에서 꼼꼼히 검토해 불허하니까 업체들이 소송도 못한다. 조례제정 이전엔 1년에 7건씩 들어오던 인허가 신청 건수가 지금은 아예 신청 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단지 승인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지만 군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 업체가 화성시 제부도 앞 산폐장 일반산업폐기물을 지정폐기물로 변경하는 것을 화성시가 반대하면서 보류됐다"며 "마찬가지로 조곡산단도 예산군이 반대하면 충남도가 함부로 승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최재구 군수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든지 반대를 해서 산업폐기물매립장이 들어오지 않도록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곡산단은 폐기물량만 제대로 계산해도 산폐장을 설치할 이유가 없는 산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출생·기후위기 시대 농촌 지키는 일 '님비 아냐'

하 변호사는 민간기업이 산폐장 입지를 농촌지역에서 찾으려는 것 자체가 "농촌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라는 말로 산폐장 문제를 일갈했다.

그는 "영리업체가 충남도 땅에 외지 산업폐기물을 매립해 돈을 벌겠다고하는 것인데, 충남도가 이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 충남도지사가 민간기업이 폐기물량을 뻥튀기해 산폐장을 설치하려는 것을 허가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라며 "충남도지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출직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충남도에 무분별하게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주민 응원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저출산, 기후위기 등 대한민국 자체가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 환경을 잘 지켜야 한다. 사람들이 농촌에 와서 살 수 있어야 저출생이 됐든 기후위기가 됐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농촌 주민들이 우리 마을 지키고 땅을 지키는 것이 지역이기주의(님비)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하는 일이다. 주민들이 농촌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막는 반대 운동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실한 일을 하는 것이다. 예산군 신암면에서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을 잘 막기를 바란다"고 힘을 보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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