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내강을 품은 숨은 비경 산행

갈기산-월영산 종주

검토 완료

나일영(kumos)등록 2024.07.29 18:20
<글의 주요 내용>
1. 금강과 천내강에 대해
2. 갈기산과 월영산(종주산행)에 대해
3. 조망점 이어지는 양산덜게기
4. 말갈기 위를 걷는 기분, 말갈기능선
5. 바람골에서 느낀 자연의 소중함
6. 월영산 암릉에서 보는 파노라마 전망
7. 천내강의 산수화 절경과 월영산 출렁다리
 
1. 금강과 천내강에 대해
 
금강의 빼어난 풍광을 대표하는 지역

   금강은 일찍이 공주, 부여 등 백제 도읍지의 배경이 되었고, 호남평야의 쌀 집산지로서 군산 항구도시를 발전시켰다. 대전분지와 청주분지 옆을 흐르며 중부 대도시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고, 최근엔 세종행정도시를 낳는 기반이 되었을 만큼 금강은 한반도 서남부의 중심 강이다.
   금강의 상류부는 감입곡류하며 무주에서 무주구천동, 영동에서 양산팔경의 계곡미를 이루어 흘러간다. 상류부의 적벽강을 흐르던 금강이 양산팔경 쪽에 오면서 천내강으로 변해 흐르는데, 천내강은 산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협곡과 낙안 들판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동방의 두번째 '대혈'이라는 천내강 천내리 일원
   천내강 유역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일찍이 고려 공민황 시절의 일화와 사적을 낳았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왔을 때 수려한 경관을 보고 자신의 능묘 자리를 이곳에 잡고 석물로 쓰기 위해 용석과 호석(충남 유형문화유산 4)을 만든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천내강변에 700년의 세월을 견디며 남아있는 용호석 중 호석은 황해도 개풍군 해선리에 있는 공민왕묘의 호석과 동일한 모양이어서 더욱 역사적 가치를 또렷이 전해준다.
   당시 지사가 태백산의 지맥(백두대간에서 뻗은 백하지맥)에 선인부사도강형仙人浮楂渡江形의 명당이 이 지점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질만큼 이곳은 풍수지리적으로도 대길지로 꼽힌다. 풍수사들의 <만산결萬山訣> 기록에 의하면 동방東方에서 두 번째로 치는 대혈大穴이라고 한다.(앞에 취적봉은 안산案山으로 단정하게 응기하고, 뒤로 솟구친 월영봉이 혈을 후조後照(橫作穴은 落山이 받처야 좋은 형상)하고 강건너 펼쳐지는 낙안평은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물이 돌아가는 수구에 인암사印岩砂가 직립한 형상) 
   이 아름다운 천내강 일원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이 갈기산과 월영산이다.
 
 

하늘에서 본 갈기산 정상과 천내강 ⓒ 나한영

 
 
2. 갈기산과 월영산(종주산행)에 대해
 
말갈기 위를 걷는 것 같은 갈기산

   양산팔경에 속한 갈기산은 이름 그대로 마치 말갈기 위를 걷는 것 같은 능선을 걷는 맛이 최고다. 특히 금강 상류의 물줄기가 흘러 산과 강이 조화된 아름다운 수변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한 기암과 암벽이 많아 산세가 수려하고 금강 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의 경관이 일품이다. 갈기산이 품은 소골, 월영산과 성인봉 사이에 있는 금성골은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깊어 여름철 물놀이 피서지의 최고로 꼽힌다.
   이곳 천내강과 어우러진 때 묻지 않은 광대한 자연과 산야의 아름다움은 여름과 가을에 절정을 이룬다.
 
 

말의 갈기처럼 좁은 바위 능선인 말갈기능선을 걷고 있다. ⓒ 나한영

   
 
거대 암봉이 선사하는 일품 경관, 월영산
   주민들이 추앙하는 산으로 달을 맞이한다는 뜻의 월영산은 거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월 대보름에 산 위로 떠오르는 달을 맞이하며 풍년을 비는 달맞이행사를 했었는데, 주민들은 월영산 달그림자가 금강에 맑게 비치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금강 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산 곳곳에 수려한 기암고봉이 널려 있다.
   2022년 4월 28일 개통한 월영산과 부엉산 사이 금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275m 높이 45m의 출렁다리는 월영산의 관광명소이다.
 
  

월영산 서봉에서 본 사방이 트인 조망 ⓒ 나한영

 
 
갈기산-월영산 종주
   우리는 7월 14일 오전 10시에 갈기산-월영산 종주에 나섰다. 금강변의 바깥모리 주차장에서 시작해 갈기산 정상을 찍고 말갈기 능선을 경유해 성인봉부터 충남과 충북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을 따라 월영산을 잇는 루트다. 총 9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경유한다.
   거리는 8km 정도지만 돌산이고 봉우리와 굴곡이 많아 실제 걷는 거리는 그 이상 10km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덜 부담되게 갈기산만 걷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갈기산 정상에서 말갈기 능선을 지나 차갑고개에서 소골 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이 길은 출발지인 바깥모리 주차장 쪽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라 여러모로 한결 편안한 산행이면서도 갈기산의 멋진 엑기스 풍광을 맛볼 수 있다. 거리는 6km 정도로 갈기산을 찾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 루트를 이용한다.
 
 

갈기산-월영산 종주산행 경로 지도 ⓒ 나한영


 
3. 조망점 이어지는 양산 덜게기
 
조망점 이어지는 양산 덜게기

   산행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거친 돌산의 면모를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러나 길은 금세 시야가 시원한 조망권을 확보해 주고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로 변한다. 갈기산은 암릉과 잘 어울리는 소나무가 많아 정겨운 한국 산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주는 점도 특징이다.
   암릉 산행이 다시 이어지고 출발해서 500m만 올라가면 너른 헬기장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200백 여 m만 더 오르면 '양산 덜게기'에 도착한다. '덜게기'란 '바위 절벽' 또는 '벼랑'을 뜻하는 충북 영동지방의 사투리이다. '양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금강 쪽의 절벽이 양산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막힘없이 뚫린 양산 덜게기에 서니 감입곡류하는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로 코 앞에서 감상할 수 있고 금강을 든든히 받치고 선 천태산까지 조망된다.
   그런데 양산 덜게기는 한 곳이 아니다. 양산 덜게기는 이미 시작됐었다. 헬기장 바로 위쪽에 금강의 절경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제1조망점이 있고 이곳은 제2조망점이다. 요즘 인스타를 달구는 전망 바위도 양산덜게기의 제3조망점으로 벌써부터 기대감을 잔뜩 품게 한다.
 
금강 대신 '신의 뜰' 보여주는 쉼터 정자
   조금 더 오르면 출발지에서 1km쯤 되는 곳에 쉼터 정자가 나타난다. 이곳은 소골을 품은 갈기산 안쪽의 뷰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금강 대신 안자봉, 성인봉, 자사봉의 능선과 '신의 뜰'처럼 아늑하게 자리한 능선 안쪽 계곡의 울창한 수림을 감상할 수 있다.
   잠시 정자에서 쉰 후 다시 출발이다. 항상 바위산은 등산로가 "나 여기 있소" 하고 멀리서도 알아보게 보여주지 않는다. 길이 없을 것 같던 절벽에도 가까이 가면 길이 모습을 나타난다. 쉼터 정자 앞에 조망했던 바위 옆으로 돌아가면 그 밑으로 신기하게도 길이 나타난다.

인스타 달구는 제3조망점의 멋, 맛
   너덜지대 같은 거친 돌짝 길을 오르자 드디어 양산 덜게기 제3조망점인 전망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 쪽 깎아지른 절벽에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바위가 삐쭉 나와 있어 누구나 한 번쯤 그 위에 서 보지만, 이 모습을 보는 이들은 누구라도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돌출 바위 옆엔 소나무 한그루가 독야청청 서 있는 모습이 바로 밑을 흐르는 금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바로 옆에 너럭바위에 앉아 호탄리의 평사낙안平沙樂雁의 풍경을 보는 맛도 색다르다. 제3조망점은 다양한 각도로 금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조금 더 오르면 등산로 뒤로 감입곡류하는 금강의 모습과 그 너머로 천태산, 장령산, 서대산, 만인산 등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그리메가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 만큼 장관이다. 이곳부터 제4조망점을 형성하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다.

 

요즘 인스타그램 달구는 양산덜게기 제3조망점 ⓒ 나한영

 
 
360도 뚫린 장쾌한 전망, 갈기산 정상
   정상 앞에서 갑자기 암릉이 나타나 당황스럽지만 잠시 로프구간을 오르면 정상인 암릉 위에 올라선다. 정상에 서면 360도가 막힘 없이 뚫린 장쾌한 전망이 장관이디. 북편 절벽 아래 협곡으로 금강이 유유히 돌아 흐르고 우리가 걸어갈 방향인 남쪽으로 삐죽삐죽 솟은 말갈기 능선의 암릉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날은 정상을 찾는 이들이 보이지 않아 마치 산 전체를 전세 낸 듯 정상 암릉 위에서 펼쳐 보이는 풍광을 벗 삼아 휴식의 여유를 즐기며 점심식사를 했다.
   이제 본격적인 종주산행 출발이다. 로프로 올라간 반대방향으로 역시 로프를 타고 내려선다. 몇 걸음 옮기자 또 다른 전망지가 나타난다. 바로 발밑에 흐르는 금강의 모습이 한 톨의 막힘도 없이 드러난다.
   로프를 이용해 수직 암벽을 한 번 더 내려서서 월유봉을 지나면 말갈기 능선이 시작된다.
 
 

하늘에서 본 갈기산 정상과 말갈기 능선 ⓒ 나한영

 
 
4. 말갈기 위를 걷는 기분, 말갈기 능선
 
따로 전망처를 찾을 필요 없는 말갈기 능선

   이곳에선 따로 전망처를 찾을 필요가 없다. 확 트인 비경이 발길 옮길 때마다 나타난다. 길 자체로 전망대가 되는 곳이다.
   암릉이 칼날처럼 곧게 선 구간에선 절벽미를 느끼기 위해 드론을 띄웠다. 옆에서 보니 뾰쪽한 말갈기 능선 위를 걷는 우리가 아슬아슬 곡예하는 것 같다.
 
 

545봉을 향해 말갈기 능선을 걷고 있는 일행들 ⓒ 나한영


   558봉을 넘어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운치를 더하는 능선길을 지나 545봉을 넘는다.
   차갑고개로 내려서는 길에 우리가 갈 성인봉이 바로 앞에 보이고 그 옆으로 저 멀리 월영산까지 능선이 고저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갈 능선이에요. 저 끝에 월영산이 보이네요."
   월영산 서봉이 맨 끝에 보인다. 아직 남은 긴 여정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는다.

5. 바람골에서 느낀 자연의 소중함
 
도 경계를 넘나드는 바람을 맞다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차갑고개를 지나 성인봉(546m)에 도착했다. 이곳부터 월영산으로 향하는 능선 길은 충남과 충북의 경계를 형성한다.
   그래서일까. 능선길은 부드러운 활엽수림 지대로 변하고 도 경계를 이루는 능선을 넘나드는 바람이 너무 시원해 그동안의 땀을 모두 식혀주는 듯하다.
   성인봉을 내려서는데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보니 우리가 선 곳이 그동안 걸어온 갈기산과 말갈기 능선이 훤히 보이는 절벽 위이다. 바람이 너무 시원해 지나온 능선이 펼쳐 보이는 멋들어진 경관을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는 산행에선 바람 한줄기가 이렇게 큰 행복감을 준다.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다
   비들목재로 내려섰다가 자사봉(457m)을 지나자 본격적인 바람골을 만났다. 나뭇잎이 모두 천연 부채가 된 듯 천연 에어컨 바람을 선사하고,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며 내는 "쏴아~ 쏴아~" 소리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듯하다.
   서울은 지금 30도가 넘는다는데 이곳은 딴 세상이다. 새삼 도시 개발로 숱한 자연 지대가 없어졌어도 남은 자연은 자신의 역할을 200% 감당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말없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생각보다 크다. 아메리칸 대학의 마이클 알론조 연구팀은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정원 등 다양한 장소의 온도를 7만 번이나 측정해 단 1개의 나무도 주변 온도를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 그늘의 냉각 효과는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또한 흙은 빛 반사율이 높고, 흙 입자들 사이사이에 공간이 많아 받아들인 열도 통풍이 잘 되어 쉽게 빠져나간다.
   도시 지역의 평균 기온이 과거에 비해 상승 추세에 있는 것은 땅을 아스팔트로 도배해 차단하고, 도시 시설을 위해 숲을 밀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지구 온난화 등 자연 순환의 원리를 무너뜨린 산업문명의 결과로써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고 있는 무더위와 이로 인한 산불, 사막화, 가뭄, 기상이변 등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삶의 환경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6. 월영산 암릉에서 보는 파노라마 전망
 
지나온 길을 모두 더듬어 볼 수 있는 행복
   드디어 월영산 쪽 안자봉(484m)에 도착했다. 지나온 갈기산, 말갈기능선, 성인봉, 자사봉을 경유하는 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산행 시작부터 이곳까지의 능선길이 타원형을 이루고 있어 지나온 길을 모두 더듬어 볼 수 있다는 것도 갈기산-월영산 종주산행이 주는 혜택이다.
 
 

종주길이 타원형을 이뤄 지나온 길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 나한영


   바로 옆 삼각점이 있는 월영산 상봉(527m)에 도착했다. 월영산의 주봉이라고 하지만 정상석이나 표지판은 없다. 삼각점 위에 누가 '월영봉'이라고 정성껏 써 놓은 글자만 이곳이 월영산임을 알게 한다.

동화를 떠올렸던 월영산 서봉을 향한 길
   다시 월영산 서봉을 향해 출발한다. 월영산은 상봉을 주봉으로 삼고 있지만 정상석은 서봉(503m)에 있다. 그래서 지금은 서봉을 월영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 봉우리여서일까. 서봉으로 향하는 길은 마지막 고난의 길 같다. 내려서는 길도 험하지만 올라서는 길의 가파른 경사를 한참 오르다 보면, "와! 드디어 왔어!"라고 환호하고 싶었던 기대를 단숨에 앗아갈 막다른 암벽이 거의 직벽으로 떡 버티고 서 있다.
   긴 로프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다른 우회길은 없으니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죽으나 사나 이 동아줄을 잡고 올라야만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광대한 파노라마 전경
   그러나 올라서면 보상이라도 하듯 사방이 뚫린, 지금껏 보지 못한 전경이 펼쳐진다. 지나온 능선만이 아니라 멀리 무주 쪽부터 김천, 상주, 보은, 옥천, 금산의 첩첩한 산들이 뺑 돌아가며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이 광경을 한눈에 담을 수는 없지만 벼랑 위 바위에 앉아 광대한 전망의 일단을 한 컷씩 사진에 담아 본다.
   월영산 정상석에 섰다. 그런데 한자가 월영산에서 달맞이 행사를 했다면 맞이할 영迎자가 돼야겠지만 그림자 영影으로 쓰여 있다. 달그림자의 위치에 따라 풍년을 점쳤다는 신앙심이 더 크게 작용했을까.

 

암벽을 로프로 오르면 시원한 조망이 압권인 월영산 서봉이다. ⓒ 나한영

 

7. 천내강의 산수화 절경과 월영산 출렁다리
 
산수화 같은 절경을 드러내던 하산길

   이제는 하산이다. 금강을 향해 내려서는 1km 남짓 되는 짧은 코스 곳곳이 산수화 같은 절경을 드러낸다. 거대 암릉 밑의 협곡을 흐르는 천연의 금강의 모습이 한국의 산하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어느새 서녘으로 기운 해가 강빛과 암릉을 물들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아! 이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하산길에 확연히 확인되는 감입곡류 금강의 아름다운 모습 ⓒ 나한영


   조금 더 내려가자 강물 전체가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로 변해 그동안 산행의 피로를 모두 녹여주는 듯하다.
 
 

천내강 낙안평의 정경이 한 눈에 드러난다. ⓒ 나한영

 
   월영산 출렁다리 직전에 전망대가 나타난다. 일반적인 데크 전망대가 아니라 자연석을 촘촘히 깔아 운치를 더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망대이다. 자연친화적 감성과 배려가 돋보인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풍광에 넋을 잃고 한참을 쉰 뒤 월영산 출렁다리로 하산한다.

 

월영산과 천태산의 산들 사이를 흐르는 금강의 멋과 한국 산수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준다. ⓒ 나한영

 
 
   월영산 출렁다리엔 데크로 조성된 길과 전망대가 상당히 넓은 지대에 조성돼 있고 주차장 또한 꽤 넓어 많은 사람이 와도 제대로 이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을듯하다.
 
 

월영산과 부엉산 사이 금강을 가로지르며 천내강의 아름다움에 젖어볼 수 있는 월영산 출렁다리 ⓒ 나한영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한 뿌듯함
   길고 힘든 여정이 모두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 힘들 수록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화장실에 가느라 주차장 쪽 강변에 설치된 너른 데크에 내려가 보았다. 금강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데크에선 강 바로 위에 가로놓인 출렁다리와 그 밑을 흐르는 강물을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오늘 나는 날것의 자연이 넘실대는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우리나라 산수의 아름다움을 가득 느끼며 심신을 정화했던 하루도 저물어간다.
   더운 여름날 거친 돌산과 많은 봉우리를 넘어서일까. 시원한 맥주에 대한 간절함이 어느 때보다 큰 날인 것 같다. 하산 지점인 원골 유원지에서 맛본 지역 음식 어죽탕과 도리뱅뱅이, 민물새우튀김과 인삼튀김과 함께 한 맥주 한잔의 맛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역 음식 돌이뱅뱅이와 함께 여정을 마무리한다. ⓒ 나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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