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자 없이도 편하게 다니는 목재공장 견학... 스마튼폰만 들고오세요

목재에 붙은 QR코드 찍어 콘텐츠 보며 셀프 팩토리 투어

검토 완료

소범준(mindofwoodman)등록 2024.07.30 16:27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영화 '밤낚시' 한 장면 (사진 =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상영 시간 12분 59초짜리 초단편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 등장했다. 유료 상영이지만 푯값은 단돈 천 원. '밤낚시'라는 제목을 단 이 영화는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아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를 먹고사는 외계 생명체를 낚으려 밤새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밤낚시'가 현대차 측에서 먼저 손석구에게 '자동차 카메라로만' 찍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에 장착된 7개의 카메라 시점으로 영화를 찍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아이오닉5의 온전한 차제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영화 밤낚시의 한 장면 (사진 =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왜 자사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을까? 요즘 사람들은 멋진 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흔한 자동차 광고에 별 감흥이 없어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에 상품을 등장시켜 홍보하는 간접광고(PPL)도 너무 많아져 오히려 피로감 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최근 기업이고 지자체고 할 것 없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콘텐츠를 '밤낚시'라는 영화로 만들어 극장가에 걸며 화제성을 더욱 끌어모았다. 현대차 브랜드마케팅 책임자는 제품을 전면에 드러내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홍보 방식이 필요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무신사 팝업스토어에 몰린 방문객들 (사진 = 무신사) ⓒ 무신사

 
지난달 무신사가 성수동에 오픈한 팝업스토어(임시 단기 매장)도 독특한 운영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기업의 팝업스토어 내부에는 의류 한 벌 걸려 있지 않았고, 마네킹 하나 서 있지 않았다. 대신 미로처럼 생긴 주황색 구조물이 설치됐고 이곳저곳에 검은색 QR코드가 붙여져 있었다. 방문객들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QR코드를 통한 이벤트 페이지 방문 횟수는 1만 2000회에 달했고, 행사 6일 만에 누적 판매 금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했다.

 

야적장 원목들의 수종을 알려주고 연관된 콘텐츠와 이어줄 QR인식표 ⓒ 우드코디

 

우리 회사는 전형적인 제재소다. 일반인 눈높이에서 보면 야외에 놓인 원목들은 '크다 작다' 정도만 알겠고, 창고안에 쌓인 제재목 번들(무더기)은 '나무 많네'라는 느낌을 줄 뿐이다. 실무자가 옆에 붙어 설명해 주지 않으면 무슨 나무인지 알 길이 없고 어디에 쓰이는 목재인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외근 등의 이유로 실무자가 부재중이거나 동시간대에 방문객이 몰릴 경우 적절한 고객 응대와 상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공장과 전시장을 '목재 콘텐츠 체험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야적된 원목들의 수종명을 알려주고 온라인 콘텐츠와 이어줄 QR인식표 디자인 ⓒ 우드코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별도 안내가 없어도 QR인식표를 통해 공장 야드에 놓인 원목들의 수종명(나무 이름)을 확인할 수 있고, QR코드를 통해 해당 수종 또는 목재 이해를 돕는 온라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야외에서 자연건조 중인 제재목(자연건조 중인 판재나 각재), 숙성창고에 보관된 건조재(인공건조를 마친 판재나 각재) 뿐 아니라 전시공간에 설치된 여러 목제 가공품에도 QR인식표가 부착될 예정이다. QR코드로 연동되는 콘텐츠들은 목재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직접 만들어 '목재 지식과 실용 경험'이 그대로 녹여져 있다. 방문객 혼자서도 얼마든지 목재를 체험하며 콘텐츠를 탐험할 수 있게 되 셈이다.

 

목재 체험형 전시공간 내부 ⓒ 우드코디

 
"점점 더워지는 온난화는 끝나고, 이제 지구는 끓어오르는 시대가 됐다." 2023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라는 발표 후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덧붙인 말이다. 찌는듯한 폭염과 들이붓는 폭우가 두려운 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뱉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노령기로 갈수록 탄소흡수량은 줄어든다. 나무가 죽어 분해되면 품었던 탄소를 거꾸로 배출한다. 앞으로 회사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무를 적절히 쓰고 열심히 심자'는 공감대를 넓히는 목재테마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SNS에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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