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 500/45만원 반지하 원룸 거주기
눈물의 서울 입성기
2009년 3월 대학교를 막 졸업한 나는 일자리를 찾으러 서울로 상경했다.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월세 보증금이 없었던 나는 반지하에서 처음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 방은 누수로 인해 눅눅하고, 남자 대학생이 살던 집이라 쾌쾌한 집이었다. 침대를 사줄 돈이 없었던 엄마는 그 전 세입자 남학생이 쓰던 침대를 닦아서 쓰라고 했다. 나는 엄마의 속도 모르고 첫 입주하는 날 집이며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울고 말았다. 그렇게 나의 첫 서울 자취 생활은 눈물과 함께 삐그덕 대며 시작됐다.
▲ 어두운 방 ⓒ 최수진
온 갖 벌레들과 조우한 반지하 생활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방바닥에 검은 생명체가 두 세 마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퀴.벌.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를 혼자서 마주하고 말았다. 멀리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해결해줄 수 없었다. 창피하지만 집주인에게도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멀리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침대위에서 1시간 동안 그들과 대치하다가 파리채에 테이프를 둘러 마침내 그들을 때려잡았다. 그 후 즉각 방역업체를 불러서 약을 곳곳에 설치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후에는 살아있는 바퀴벌레 대신 죽어 있는 바퀴벌레 사채만 볼 수 있었다.
발이 많이 달린 돈벌레는 제 집 드나들듯이 나의 자취방을 드나들었고, 집게발이 달린 이름 모를 벌레는 내 침대를 수시로 기어 다녔다.
다행히 반지하에 살면서 곱등이는 만나지 않았다. 아마도 제발 곱등이 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는 나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 주셨던 것 같다. 감사합니다 아멘.
도시가스 검침원을 믿지 마라. 서울의 혹독한 겨울나기.
처음 맞는 서울의 겨울은 너무 추웠는데, 얼마 틀지도 않은 도시가스비용이 너무 많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많이 틀었던가..서울은 원래 비싼가?하는 생각에 아낀다고 난방을 끄고 패딩 입고 입김 나오는 방에서 잠을 잤다. 최소한으로 쓰는데, 그래도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상해서 도시가스에 전화를 했다. 확인해보니 검침원의 실수로 옆집과 내 집이 서로 바뀌어서 측정이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너무 많이 나와서 아끼고 있었고, 옆집 세입자는 펑펑 쓰고 있었다. 결국 내가 냈던 비용을 차액만큼 환불 받았지만, 한 겨울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궁상 떨었던 게 너무 억울했다.
여름철에 설거지는 바로바로 하자.
이틀 정도 설거지를 담가 놨는데, 거기에 파리가 알을 깠다. 날파리도 아닌 똥파리 알이었다.
반지하 곰팡이는 없던 피부병도 생기게 만든다.
누수가 있었던 집이었는데, 고쳤다고 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여름철 되니까 곰팡이가 천장까지 생겨났다. 분무기에 물과 락스를 넣고 뿌리면서 물티슈로 천장과 벽에 핀 곰팡이를 제거했다. 제거만 하면 다 된 줄 알았는데, 그 이후로 나는 없었던 피부 가려움증과 복숭아 알레르기, 비염을 겪었다.
자취생활은 강한 생활력을 요구한다.
나는 본가에서 심한 감기를 거의 걸려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취생활 후 잦은 감기로 고생해야만 했다.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는 나을 때까지 2주의 시간이 걸렸으며, 그 후로는 차츰 시간이 줄어들었다.
자취생활하는 데에는 강한 생활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병을 극복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고, 처방약을 먹고, 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플 때는 꼭 죽을 사서 억지로라도 챙겨먹는다. 미련하게 견디면 이틀이면 나을 병도 2주동안 고생해야 한다.
▲ 육교에서 바라 본 서울 남산 타워 ⓒ 최수진
밤 9시면 클럽 문 여는 거 아니었나요?
서울상경하고 꿈에 그리던 클럽을 처음 가게 된 날이 기억난다. 친구와 둘이서 처음 클럽을 가기로 하고 홍대로 향했다. 클럽 주변을 서성이던 우리는 저녁 9시가 되자 클럽으로 입장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발톱을 깎던 빡빡이 문지기가 우리를 막아서는 것이 아닌가. 그 당시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우리 복장이 이상해서 소히 말하는 뺀지를 당한 것이라고 만 생각했다. 그러나 클럽은 9시에 열긴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거의 사람이 없는 시간대였기 때문이었다. 문지기가 우리를 그 시간에 들여보냈다면 우린 텅 빈 스테이지에서 눈치만 보다가 놀지도 못하고 나왔겠지. 클럽은 12시 이후에 가자. 제대로 즐길 지어다.
건대 먹자골목의 진짜 밤. 헌팅과 성추행.
먹자골목은 밤이 되면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 근처에서 2년을 살았는데, 집 근처라 늘 후줄근하게 다녔던 나는 그 곳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했었다.
어느 날, 친구 랑 홍대 클럽에 가려 다가 아는 오빠가 건대에서 술을 먹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먼저 가게 되었다. 클럽 복장을 한 우리는 후줄근 할 때는 몰랐던 남자들의 헌팅을 경험하게 되었다. 호기심에 합석도 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아쉽지만? 친구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나는 친구와 집으로 가는 길이 달라서 혼자 텅빈 새벽 거리를 걷게 되었다. 앞 쪽에 마주오던 오토바이에 남자 2명이 타 있었는데, 내 엉덩이를 한번 주무르고 빠르게 사라졌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국이 아무리 밤에도 안전하다지만, 혼자 늦은 시간에 걷는 밤은 성추행도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곳이라는 걸 이날 깨달았다. 그후, 나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술도 끊고 늦은 밤 거리를 걷는 것도 끊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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