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강남신동아파밀리에 1단지 아파트
서울숲힐스테이트에 이어 친환경실천 우수아파트 선발대회에 이름을 올린 아파트가 있다. 2019년 우수상에 이어 2023년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남 신동아파밀리에 1단지'가 그 주인공이다.
인릉산과 세곡천 사이에 위치한 강남구 세곡동의 한 아파트. 강남 신동아 파밀리에 1단지(이하 신동아)는 지난 2011년 준공해 395세대, 6개 동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 강남구 세곡동 신동아파밀리에 1단지의 모습. ⓒ 송연주
5월 17일 서울특별시 강남역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했다. 30분 정도 벗어나니 산과 하천 사이에 아파트가 보였다. 올려다본 아파트에 푸른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었다. 단지 출입문으로 들어가니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2023년 서울시 친환경 실천 최우수 아파트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관리사무소로 발걸음을 옮겨 아파트 관계자를 만났다.
▲ 아파트 단지 입구에 걸린 현수막 ⓒ 송시영
"몇 년 동안 꾸준히 에너지를 절약한 게 결실을 본 것 같아요." 신동아가 서울시 친환경 아파트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에 대한 소감이었다.
신동아는 2018년부터 친환경 아파트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옆 단지에 우연히 들어갔더니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 플래카드가 있었습니다. 그때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을) 처음 들었습니다."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은 에너지절약, 효율화, 에너지 생산으로 외부에너지 수여를 최소화해 마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사업이다.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활동에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 사는 미래에 친환경을 자꾸 인지함으로써 에너지 절감도 할 수 있고 모든 세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해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하게 됐죠."
처음에는 반대에 부딪혔다. 필요 없는 것에 돈을 쓴다는 것이었다. 주민의 참여율에는 결국 인식변화가 가장 중요했다.
이에 대해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소장은 "에너지 자립마을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힘은 주민들이 정말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거예요. 그 계시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입니다.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나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마을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입주민 대표는 "각 세대의 에너지 보급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문가까지 초빙해 학습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전기료 단가가 659원으로 관리비에서 가장 높게 나와 전기료 절감에 주력했습니다."고 설명했다.
▲ 올 1~3월 기준 아파트 전기사용량 및 요금현황 ⓒ 송시영
관계자를 따라 단지를 둘러봤다. LED등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신동아는 21년부터 지하주차장 조명 623개를 LED등으로 전면 교체했다. 전력 사용량은 269.14 kWh로 43.7%가 감소하였다. 일반 형광등을 사용했을 때 전기량은 478.46 kWh였다. "비용이 들더라도 LED등으로 교체했던 게 전력 감소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 외에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가로등, 분리수거장 등에 LED등이 사용된다.
▲ 밤에 촬영한 아파트 단지 내 LED 조명 ⓒ 송연주
▲ 엘리베이터 내부 LED 조명 ⓒ 송시영
▲ 분리수거장 LED 조명 ⓒ 송연주
LED 조명은 일반 형광등 대비 에너지를 20% 절감할 수 있고 수명도 길어 전기요금과 유지비용의 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또한 수은, 할로겐 등의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폐기물 처리가 용이하고, CO2 저감의 효과가 있어 친환경적이다. LED 조명은 일반 조명 대비 광효율, 소비전력, 수명, 친환경성 등의 측면에서 효율성을 보여 기존 조명을 대체하고 있다.
▲ 104동 옥상에서 바라본 옥상 태양광의 모습. ⓒ 송연주
▲ 옥상 태양광을 확대한 모습. ⓒ 송시영
엘리베이터를 타고 태양광이 설치된 옥상으로 향했다. 비상탈출구 문을 열자 좁다란 공간에 난간만이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건너편 옥상이 보인다. 큰 태양광 패널이 지붕 한 면을 뒤덮었다.
신동아 친환경 활동의 원동력은 바로 옥상에 있다. 아파트 옥상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것이다. 총용량은 153.45kW이다. 옥상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기는 지하주차장 등 공용시설에 활용된다. 연간 절감액은 약 월 300만 원이다. 세대별 절감액은 약 월 8천 원이다. 옥상 태양광을 통해 주민들의 전기 요금을 줄일 수 있었다.
태양광 대여 사업이란 단독 혹은 공동주택에 초기 투자비 없이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하고 줄어드는 전기요금으로 대여료를 납부하는 제도이다. 대여비는 태양광 설치 업체에 납부된다. 2024년 1~5월 월평균 전기 절감액이 약 280만 원으로 매달 임대료의 4배 이상이다.
"지자체 사업을 잘 활용해야 해요. 우리 돈으로 다 할 수 없으니, 지자체에서 나온 지원금으로 시스템을 바꾼 거예요." 지원금은 지자체에 신청하고 선발되면 받을 수 있다. 지자체가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신동아는 서울시 태양광 대여 사업에 신청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서울시에서 총사업비의 32.9%를 지원받아 설치 비용을 마련했다. 태양광 대여 사업 외에도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 지원금으로 지하주차장 입구 조명도 LED로 바꿨다.
"그럼에도 시스템도 절약에 한계가 있어요. 주민들이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하냐는 것도 있겠죠." 신동아 입주민들은 냉장고를 60% 미만으로 채우고 냉동고를 90% 이상을 채우는 노력을 했다. 냉장고가 가득 찰 경우 공기 순환이 어려워 전력 소모가 증가하여, 냉장실의 음식물은 60%만 넣어 두는 것이 좋다. 반면 냉동실의 경우 차가워진 음식들이 서로 냉기를 전달해 냉기를 보존하기 때문에, 최대한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 아파트 주민이 사용하는 에코 마일리지 사이트. 직접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 송연주
▲ 에너지 절감량 및 온실가스 감축 현황. ⓒ 송시영
입주민이 전기, 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직접 확인해 절약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에코 마일리지 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우선 입주민 대상으로 에코 마일리지 회원가입을 시키도록 유도했습니다. 우리 아파트가 395세대인데 마일리지 가입 가구가 약 270세대 정도 됩니다. 각 가정에서 전기, 수도, 도시가스를 절약하면 마일리지 적립이 되니, 에너지 소비량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적극적으로 알아보더라고요." 적립한 마일리지는 아파트 관리비 차감, 상품권 교환, 현금화, 기부금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아파트에서 에너지 절감 우수 가구를 자체적으로 선정해 상을 수여했다.
월별로 입주자 대표 회의를 열고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 직접 참여했다. 가장 실효성이 있는 아이디어는 지하주차장 격등 운영제였다. 하루 기준 134.57 kW를 사용했다. 약 1/2을 절약한 수치다.
▲ 격등으로 운영되는 지하주차장 내부 LED 조명 ⓒ 송연주
▲ 주말 오후 아파트 단지 전경. ⓒ 송연주
주말 오후, 한적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에게 친환경 활동 실천에 대해 물었다. "아파트 차원에서의 에너지 절감 노력에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두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에너지 절약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었습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과 대표들이 단계별로 해왔던 것들이 결실을 보았습니다. 공동체 사이에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입주민대표 회의에서 추진되는 것이라 입주민과 소통이 잘 되었습니다. 불편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했습니다"고 전했다.
▲ 친환경실천 우수아파트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남 신동아파밀리에 1단지.
ⓒ 송연주
에너지 자립마을은 주민의 활동도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소장(이하 이 소장)은 "(대한민국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1%로 설정했는데,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에요." 이어 "아파트 단위의 현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을 구 단위, 시 단위로 확대하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현재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얼마 전에 한겨레와 함께 '1.5℃ 라이프스타일로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각 개인이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를 측정하고 감축 계획을 세우는 거죠."라며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이하로 안정화 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1인당 배출량이 2030년까지 5.9톤으로 줄어야 합니다."고 대답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사회적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을 확대하고,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장난 물건을 쉽게 수리해서 자원 사용 자체를 줄이고, 채식 급식 확대를 지원하는 등 제도 개선을 같이 해나가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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