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둥지가 불편하면 알을 낳지 않아요

집값상승과 저출생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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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완(oniva)등록 2024.08.28 14:59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들도 둥지가 불안하면 알을 낳지 않는다, 이런 제목으로 말씀을 드 리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집값 상승과 저출생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서울평균 집값 9년만에 8억 올라

지난 6월 민주노동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서울아파트 가격 변화를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2014년만 해도 서울 평균 가격이 4억8천만원이었는데요. 2023년에 12억7천만 원으로 9년만에 세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금액으로는 8억원이죠. 집있는 사람들은 매년 9천만원 정도 불로소득을 얻은 것이죠. 이게 서울 평균치이니 강남은 더 하겠죠.

지난해 1월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30평대를 13억에 분양받은 사람들이 계약을 해야하나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그 사이에 10억이 올라 23억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불길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동탄 아파트 무순위 분양공고했는데 물경 300만명이 몰렸다고 하네요. 당첨되면 10억 정도 시세차익을 얻는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에서 억 소리가 나네요. 다들 집으로 한몫 잡으려고 혈안이 돼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세입자가 절반정도 되는데요. 그래서 이런 장면이 보입니다. 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만났던 두 어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났는데요. 한분은 수억원 오른 집값에 어떤 외제차를 살까 헹복한 고민을 합니다. 다른 한분은 덩달아 오른 전세값 때문에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고 아이 전학시킬 생각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엘리베이터에 서있는 두 여인 모습, 저는 이 사회 불평등의 초상화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약탈사회

집값상승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여러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 여기서 서울 아파트 소유자가 집값 상승으로 얻은 8억원의 성격을 생각해봅시다. 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걸까요. 부동산으로 얻는 이익은 주식투자로 버는 것과 달라요. 무주택자가 집을 구할 때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뺏은 거 아닙니까. 그래서 강준만 교수는 부동산 약탈사회라고 말합니다.

제가 10년 동안 살았던 프랑스는 이런 부동산의 특성때문에 모기지제도에 많은 규제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빠리에선 대출받아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주거는 의식주의 하나로 인간의 기본권이다, 기본권을 개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우리에겐 아주 먼나라 외계인의 이야기처럼 들리지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년여 동안 집값이 뜬금없이 급격히 오르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지난해 역대급 경기침체에 저성장으로 성장율이 1.4%였죠. 게다가 미연준이 여러 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금리가 치솟았고요. 우리도 5%가 넘는 주담대 금리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집값은 1년동안 무려 10%나 올랐습니다. 이런 기적이 일어난 이유가 무얼까요.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따져봅시다. 부동산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유투브에서 전문가들이 여러 경제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합니다. 그러나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분야 최고 고수는 한화증권 사장을 지낸 주진형씨입니다. 이분은 한국경제를 설명할 때 경제이론이나 데이터 분석이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에요.

정부의 민생대책이 범인이다

정치권은 지금도 자기들만의 싸움에 열중하고 있죠. 언론은 정쟁을 그만두고 민생을 챙기라고 늘 도덕군자처럼 말하는데요. 저는 민생이라는 말이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정부가 민생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이미 여러분이 다 보고겪은 일 아닙니까. 지난해 2월 보금자리론 40조에 50년 모기지 상품이 나왔어요. 파격적인 저금리 대출상품이었죠. 여러분, 40조가 얼마나 되는 돈인지 가늠이 되십니까. 일인당 4억씩 대출해주면 10만명이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10만건의 추가거래가 이뤄지면 시장이 요동치지 않을 수 없겠죠.

지난해 10월경에 이 보금자리론 기금이 바닥을 보이면서 약발이 떨어지자 다시 집값하락 조짐이 나타났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가 회심의 카드를 내놓습니다. 27조의 신생아 특례대출입니다. 이 대출이 올해 초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5개월 연속 서울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특별히 신생아대출법안에 주목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해 연말 이 법안을 처음 듣고 격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비윤리적일 뿐아니라 사악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고발하는 글을 네 차례나 한겨레온에 기고했습니다. 주진형씨가 지적한 정부의 이상한 짓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높은 집값때문에 아이를 낳지못하겠다고 하자, 그러면 당신들을 위해 낮은 금리로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참 친절한 정부지요? 인도적인 정책으로 아름답게 포장해서 반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무주택자들을 이용해서 집값을 떠받치고 부양하는 법입니다. 그들 입장에선 이이제이 전법이라고나 할까요. 이같은 속셈이 뻔히 보이는데도 시민운동단체에서 반대운동이 없었고요. 민주당은 반대토론 한번 없이 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나서지 않는 무주택자들

사정이 이 정도면 당사자들이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하는데요.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제가 부동산보유세강화시민행동 집행위원으로 일했던 2019년 6월 상황이 기억에 나는데요. 집값문제가 뜨거웠던 시기여서 거리시위가 한달 동안 다섯 차례나 있었습니다. 방송국 카메라가 출동해서 모처럼 관련영상을 담아 왔는데요. 그런데 카메라를 열어보니 모두 유주택자들의 시위였습니다. 종부세 인하를 주장하는 시위였죠. 무주택자는 상대적 저소득자여서 거리에 나올만큼 여유가 없습니다. 한자리에 모으고 조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요. 이분들이 지배계급의 이념인 능력주의에 물들어있다는 겁니 다. 내 능력이, 내 부모 능력이 부족해서 집을 사지 못했다. 그러니 내 탓이다. 우리사회 자살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겠죠? 2030이 선택한 저항방법은 내재적 저항입니다. 바로 출산파업이지요.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방법으로 이 사회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4등분 사회, 출산파업 중지하고 거리에서 싸워야

저는 지난 몇해 동안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집값 문제가 왜 오랫 동안 이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나. 왜 사회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나. 왜 민주당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했을까. 저의 잠정적 결론은 이렇습니다. 지금 사회구도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보 보수로 좌우로 나뉘어졌던 사회가 최근에는 상하로 다시 갈라지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하 구분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소득수준으로 구별하면 이 나라 지배계급은 상위 20%인 5분위 소득자입니다. 이들이 집값 상승의 주된 수혜자들이죠. 동시에 이 사회 힘있는 자리를 꿰차고 있어요. 이들의 뜻에 따라 부동산정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소득상위 20%에는 진보 보수가 대략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이 좌우합작을 해서 부동산 상승 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에서 종부세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있는 것이 죠. 이제 그 이유가 이해되시나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사회는 좌우로만 나뉘어진게 아닙니다. 상하로도 갈라진 4등분 사회입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집값 상승의 피해자들이 2030이 자신을 해치는 방식의 저항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와야 합니다. 좌우연합 기득권에 맞서서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맞서서 당당하게 싸우고 이겨야지요.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9년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임대료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주민투표까지 하게됐습니다. 일본정부는 경쟁교육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심해지자 10여년전 교육개혁을 했고 지금은 입시지옥이란 말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실을 우리 언론이 왜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는 걸까요. 일본에선 주거불안도 해소됐습니다. 지금 도쿄 시내에서 5억. 6억이면 웬만한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베를린 시민처럼 대책을 요구하는 거리시위에 나섭시다. 도쿄 시민처럼 항의합시다. 그러면 바꿀 수 있습니다.

서울집값과 출생아 수의 관계 그래프의 파란색 막대는 서울집값이고 붉은색 선은 출생율입니다. ⓒ 김제완


여기서 잠깐 그래프를 하나 보시지요. 그래프의 파란색 막대는 지난 10년간의 집값 상승을 나타내고 있고요. 붉은색 선은 출생율입니다. 집값 상승에 따라 출생율이 하락하는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는데요. 둥지가 불안하면 알을 낳지 않는 것은 새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연계의 법칙이라고 해야겠지요. 이 그래프는 통계청 자료를 입력해서 제가 만든 것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끝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교수의 '문명의 붕괴' 이론에 우리 현실을 비춰보려고 합니다. 그는 다섯가지 단계에 따라 문명이 무너진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를 두고 하는 말같습 니다.

첫째는 문제예측 실패입니다. 둘째는 문제발생후 인지 실패입니다. 우리가 그렇습니다. 언론은 30년후 50년후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그러면 위기가 아직 멀었구나 이렇게 방심하게 만들죠. 인구문제 전문가 조영태교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1년에 제주도 인구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총인구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15세부터 64세까지 경제활동인구는 1년에 무려 50만명씩 줄어들고 있어요. 현실자각타임은 현타는 이럴 때 필요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문제해결 시도의 실패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사회운동의 몰락입니다. 제대로 된 사회에서는 정치가 제기능을 못하면 사회운동이 활발해집니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 시민단체에서는 요즘은 성명서 한장도 내지 않습니다. 그들의 동료가 정부기관장으로 가고부터 달라졌어요.

네째는 재앙을 초래하는 정책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50년 모기지 그리고 전세대출 확대 등이 그것이죠. 오히려 집값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다섯째는 문명 붕괴 단계입니다. 제 눈에는 한세대 후에 이 나라의 몰락이 보입니다. 지난해 출생아가 23만명인데요. 이 아이들이 20년후에 군대에 가야 합니다. 그때 입대할 장정이 10만명밖에 안됩니다. 군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나라의 꼴이 유지될까요. 제레 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붕괴론으로 설명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제완 좌우간에이념연구소 대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온에도 실립니다.이 글은 평화뉴스TV에서 발표한 스피치 원고를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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