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이가 좋아요.

급식으로 배불리 먹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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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a1stgrade)등록 2024.09.19 08:34
급식이 12시 50분 땡.아이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주변을 정리하고 손을 닦고 줄을 선다.나는 느긋하다. 아이들이 자리를 정리하는 사이 이미 손을 씻고 준비를 마쳤다. 복도에 서서 눈치를 살핀다. 대략 10분이 지나면 우리는 급식실로 출발한다.급식은 타이밍이다."오늘도 준비됐지?""네!" 급식실에 도착해 우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면 다음 반은 뒤에 줄을 선다.경건한 마음으로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는다. 나는 항상 배식대가 잘 보이는 가장 앞자리에 앉는다.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으면 밥을 먹는다. 우리 반 식사 규칙은 간단하다. '먹을 만큼 받아서 남기지 않기, 추가 배식은 눈치 보지 않고 양껏 먹기.'모든 학급의 배식이 끝나면 내 눈은 남은 배식대를 스캔하고 아이들에게 사인을 보낸다.'돌격, 앞으로.' 우리 학교는 급식이 유난히 맛있다. 특식이 나오는 날엔 아이들이 양껏 먹을 수 있게 잘 살펴야 한다. 물론 나도 많이 먹는다. 한창 크는 나이인 5학년 아이들은 먹는 만큼 쑥쑥 자란다. 성격이 소심하거나 여자아이들은 급식을 더 받는 게 부끄러워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교사인 내가 솔선수범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잘 먹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내가 어릴 때 우리의 식습관은 아침밥을 거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밥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아 2교시가 끝나면 배고프다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사실 나도 아침을 먹지 않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교가 끝나고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아 급식으로 먹는 점심 한 끼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진심으로 잘 먹어야 한다. 식판을 들고 추가 배식을 받으며 서로 두 판째, 세 판째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었다. 물론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먹는 것이 목표이다. 아이들 아침밥을 먹이는 것이 보호자들에게도 큰 숙제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집에 아들 둘이 커 갈수록 아침밥보다는 점을 더 원하고 빈속으로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지만 억지로 입에 넣을 수는 없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아이들 급식 먹는 것에 보다 신경을 쓴다. 이것은 비단 나 뿐 아니라 모든 선생님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 급식실에서 음식을 만들고 배식해 주시는 종사자분들의 노고에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이른 새벽 출근하여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굉장히 힘든 육체노동이다. 몸이 힘들면 짜증을 낼 법도 한데 항상 웃으며 아이들을 맞아주시고 전교생 중 알레르기 체질인 아이들을 모두 알고 있다. 역시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그 수고와 고마움을 알기에 음식을 남기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한다. 학교에는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일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그들의 손길과 따뜻한 마음으로 교사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학교는 아이들의 안전과 양질의 교육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한다. 보호자들의 믿음과 관심이 더해지면 학교 교육은 더 공고히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급식을 두 판 먹고 나서려는데 민철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야릇한 웃음을 보였다."선생님, 갈비찜 많이 남았던데 한 판 더 먹고 가면 안 돼요?""그럴까? 근데 너랑 나랑 배 나온 건 어쩌냐?"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는 거라는 민철의 명언에 감동하여, 남은 갈비찜을 배불리 먹었다. 급식이 없었다면 민철이와 나는 거죽만 남은 불쌍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급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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