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체에 관심 없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

진중권 교수, 한림대 강연서 딥페이크 시대 현실정치 등 게임 캐릭터화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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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린(songyeel)등록 2024.09.30 16:10
"지금은 허구가 현실이 된 사회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인정받고 사랑받는다. "
지난 11일 오후 7시 한림대 도헌 학술원에서 열린 '한림 연단'에 첫 타자로 나선 진중권 교수가 전공인 미학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며 한 말이다.

'디지털 시대 이미지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진 교수는 이미지의 변천과 이미지가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소개하며, 사진 등장 이후 대량생산 시대와 맞물려 발생한 이미지 대량 복제에 대해 설명했다. '원작'이라는 개념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오리지널리티, 즉 작품의 기원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진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복제는 요즘 시대 '팔로워 수'와도 연관이 있다. 그는 "SNS의 팔로워 수는 내 게시물이 복제되는 수와 같다"며 요즘 사람들이 팔로워 수에 "얽매이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전했다. 진교수는 이미지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를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았다. 사진은 반드시 피사체가 있어야 증거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그 피사체의 존재 여부의 경계 자체가 흐려졌다.

사진이 진짜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요즘 사진은 지표성이 떨어진다. 지표성이란 어떤 사진을 보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성질인데,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에서 이젠 사람들이 눈앞에 보는 현실을 담은 사진도 그것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실과 비사실의 경계가 흐릿해진 현실이 사람들에 미친 영향은 심각하다. 이에 대해, 진교수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진짜 가짜를 굳이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점점 사실에 관심이 없고 믿고 싶은 대로만 본다는 것이다.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이젠 믿어주기로 한 거예요", "정치마저도 뭐가 허구인지 헷갈리는 두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사실'의 원래적 의미가 퇴색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정치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인데 이젠 편을 가르는 일이 되었다. 가짜여도 우리가 모두 사실이라 하면 사실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진교수는 이로 인해 사람들은 "현실을 하나의 판타지 게임, 즉 믿는 대로 만들면 되는 세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개인은 게임 속 캐릭터"라고 전했다.

이날 강연이 끝나자, 청중과의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요즘 애들은 어릴 때부터 유튜브로 가짜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진 교수는 "그건 선생님들이 생각하셔야 될 거 아닌가요" 라면서도 이는 비단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경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요즘은 가짜 뉴스가 들통나면 처벌받지 않을 뿐더러 '비록 가짜로 드러났지만 그 거짓말 때문에 나는 행복했다'라는 의식이 사람들에게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진교수는 "저번 표창장 사건만 해도 보세요, 저만 욕먹잖아요"라며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표창장 위조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같은 대학 교수와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일에 대해 "그거 진짜라고 했던 사람들 보라, 지금 돈 엄청 벌고 칭찬 받는다", "거짓말을 하면 보상을 받고 참말 하면 처벌받는 현실에서 이는 결국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림대 시민지성 한림연단에서는 이번 한 한기 동안 나태주 시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정지아 작가, 최철주 전 중앙일보 대표 등이 강연자로 연단에 나설 예정이다.

송예린 대학생기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춘천시내 한림대학교 도헌학술원에서 열린 '한림 연단'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한림학보 박도협 기자>


덧붙이는 글 송예린 대학생 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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