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이 들어서 느끼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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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선(andus829)등록 2024.10.10 10:33
가을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여름이 어느 순간 지나가고, 짧지만 강렬한 가을이 찾아왔다. 숨 막히는 더위에 지쳐있던 나날들이 무색하게,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뭇잎들은 빠르게 색을 입기 시작했다. 등산로 옆 자락에 붉게 자리를 잡은 꽃무릇 역시 가을이 왔다는 소식을 온몸으로 알린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 순간은 마치 계절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려는 듯하다.

군산 지역의 가을은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심하게는 여름과 겨울만 있는 것처럼 오랜 시간 덥다가 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대는 건 해안 지역이 가진 지역 특성일까?
아침과 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금방이라도 차갑게 변할 듯하고, 낙엽이 한 번 휘몰아치면 마치 겨울이 곧 문을 두드릴 것만 같다. 여름의 열기가 오래 머물렀던 탓에, 가을은 서둘러 지나가버릴 것처럼 보인다.

짧은 가을을 맞이한 우리는 그 시간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낀다. 따뜻한 햇빛이 가볍게 내리쬐는 한낮의 산책,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노란 은행잎을 밟는 발걸음, 그리고 고요히 익어가는 저녁 하늘. 이 모든 순간은 금방 지나가겠지만, 그 짧은 순간이기에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진다. 짧지만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가을. 빠르게 지나갈 그 계절 속에서 우리는 순간을 붙잡으며, 가을이 주는 마지막 선물을 마음 깊이 담는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세월은 물 흐르듯 조용히, 그러나 멈출 줄 모르고 흘러간다. 눈을 감고 떠올려 보면 불과 어제의 일 같은 기억들이, 사실은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온 것임을 깨닫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때로 잔인할 만큼 빠르다. 어떤 순간들은 그저 흘러가는 듯 하다가도, 문득 돌아보면 그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멀리 와 있음을 알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이 변한다. 우리들의 얼굴에 깊어진 주름과 흰머리, 언젠가는 늘 함께할 것 같았던 이들의 부재,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과 가치관들. 우리는 매 순간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 변화를 깨닫는 순간은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야 찾아온다.

그러나 세월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소중한 순간들을 품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저 흘러가도록 방치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세월은 우리의 인생을 빚어가는 손길과 같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기쁨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손길에 의해 더 단단해지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배우고, 다가올 시간을 기대할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그 안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비록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으나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주어진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세월과 함께하는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 이제는 이런 내용으로 글을 쓴다는 것을 다소 늦었다고 생각하거나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두렵기보다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더 깊이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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