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이 왜 이렇게 뜨거워요. 벌써 보일러 틀어요?" 언니가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긴 해도 벌써 보일러를 틀 때가 아니라 우린 땀이 나서 괴로울 지경이다. "엄마가 추위를 많이 타서 그렇지." "아우.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심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아부지가 덧붙인다. "엄마 자는 방에 가서 문 열어보고 이불을 쓰고 자면 보일러를 틀어 주고, 이불을 안 덥고 자면 보일러를 끄지." "아. 난 엄마가 매일 삼 시 세 끼 아부지 따스한 밥을 지어드려서 아부지가 복이 많다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엄마가 복이 많네.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엄마 추울까 살펴 주니." 텔레비전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놔야 주무시는 아부지의 습관 때문에 엄마는 소음을 피해서 다른 방에서 주무신다. 아침마다 아부지는 엄마 방을 열어보시고는 엄마가 추운지 더운지 아들처럼 살핀다. 어느 땐 엄마가 아부지를 아들처럼 챙기고 그에 화답하듯 어느 땐 아부지가 엄마를 어머니처럼 챙긴다. 육십 년 넘게 해로한 부모님은 부부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땐 부모 자식 같기도 하다. #60년부부해로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