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무당과 함께 악령을 퇴치하는 직딩 디자이너 이야기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올 가을 직장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소설책 한 권 "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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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년(kwon5321)등록 2024.10.14 15:08
'무당' 귀신을 섬겨 굿을 하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일에 종사하는 여자라고 나온다. 내 인생에 있어 무당이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희박하다.

첫 무당과의 만남은 어린 시절이다. 친구 형이 귀신에 들려서 시름 시름 앓고 있다고 해서 동네에서 굿을 했는데 그 때 처음 무당과 마주했다. 8살의 나이에 울긋불긋 한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모자를 썼으며 한 손에 칼을 다른 한 손에 방울을 들고 열심히 뛰어다녔던 어렴풋한 기억이다.

다음은 대학시절이다.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을 통해서다. 정하섭의 연인으로 나오는 무당 소화다. 정갈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그려진 무당이다.

30대 직장인 시절엔 박수무당을 경험했다. 그는 우리의 소리인 창을 하면서 날이 시퍼렇게 선 작두를 탔다. 그것도 예술의 전당에서.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씨가 주인공이었다.

1년 전에도 정말 감동적인 무당을 만났다. 영화 『파묘』를 통해서 만난 화림이다. 입에 흑색으로 칠을 하면서 굿을 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서두가 길었다. 화림과 비교할 수 없지만 현실판 MZ 무당인 "무당언니"를 최근에 만났다. 이사구 소설 『직장상사 악령 퇴치부』에서다.

이 소설은 평범한 직장인 김하용씨가 이상한 직장 상사를 만나고 난 이후부터 시작을 한다. 악령이 들어온 직장 상사는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한 일을 한다. 주인공 김하용은 "무당언니"와 함께 사람의 몸에 들어온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인다.

이 작품은 이사구씨의 첫 소설집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집필을 시작했고 층간 소음에서 이번 작품에 영감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결한 문장과 젊은 여성의 생활시선으로 책은 금방 읽힌다.

이 책은 민음사의 소설 브런치인 민음인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고 때마침 책을 읽기 가장 좋은 계절 가을이다. 올 가을엔 먼지 쌓인 책꽂이에 MZ 무당 한 명 모셔오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존경하는 선배님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암으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셨죠. 그 분의 따님이 쓰신 책인데 작가의 말 마지막에 '그리고 누구보다 가장 좋아했을 아빠'라는 문구가 눈에 확 꽂혔습니다. 하늘에서 지켜 보는 아빠를 위한 딸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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