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교장선생님께서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으신다. 아침마다 머리맡에 10만 원씩 용돈을 받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받는 연금으로 스스로가 주는 용돈이니 이 돈을 주변에 다 써야지 모아서 뭐하냐고 하신다. 아직 퇴직하지 못한 나에게는 10만 원 용돈 대신 10만 초의 시간을 선물 받는다. 이 시간에 실천과 사색을 넣고 저녁에 글을 쓴다. 공자님은 우리에게 '나란 실체가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는 관계의 산물임을 깨달으라'고 하셨다. 관계를 맺기 위해서 기울인 시간의 기록을 모아 책을 냈다.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진 부모님을 찾아가 부모님의 말씀을 모으는 일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 땐 오마이 뉴스에 보내서 사람들과 나눴다. 그 글들을 첫 마당에 실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 중에 울고 웃고 상처받고 치유 받았던 과정의 글들은 두 번째 배치했다. 세 번째는 오롯한 나의 삶이다. 서점 탐방기, 이웃 이야기, 그리고 여행의 기록이다. 네 번째는 걷기의 기록이다. 의정부 소풍길, 산티아고 순례길 소감을 풀었다. 다섯 번째는 의정부 독서교육 연구회와 전학공에서 진행한 독서토론 발제문을 모았다. 그리고 빨간 머리 앤을 덧붙였다. 나란 몸은 기억을 끌고 다니다가 새로운 사건과 마주치면 다시 기억을 만드는 존재임을 새로 알았다. 이 기록들은 앞으로 내가 숨을 쉬는 동안 또 다른 기억과 마주칠 것이다. 그 풍요로운 사색의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부어본다. #월하의산책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