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보유국

검토 완료

용인시민신문(yongin21)등록 2024.10.17 10:17

임영조 기자 ⓒ 용인시민신문


제법 오래됐습니다. 2010년경이니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당시 직장이 있던 안성에는 나라를 대표할 만한 문화 예술인이 제법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 고은 시인도 있었습니다. 몇 해 전 불미스러운 일로 지금에야 언론에서 한참 멀어져 있지만 그때는 상당했습니다.

몇 해 연이어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된 것입니다. 자택에서 대기하길 몇 해. 결국은 수상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희망 고문을 그만했으면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사이 간간이 비슷한 소식이 전해졌지만, 예전만큼 기대치는 높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한국이 드디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국민 한 사람으로 한강 씨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후 20년이 더 지나 한국에서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입니다. 개인 영광을 넘어 국가 위상까지 끌어올리는 참 기분 좋은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사실 그것을 알고 있는가요. 이번에 한강 수상자는 아시아에서도 몇 되지 않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알고 있는가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라며 폐기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그 책을 봤습니다. 문학을 바라보는 경직된 판단에 한숨을 다시 크게 내쉰 기억도 납니다.

무엇보다 "한글날 하루 지나 날아온 낭보라 의미까지 더했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많습니다. 어쩌면 요즘 시대에서 한글 파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흔하게 말해 '꼰대'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통계자료를 보니 국내 외국인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 대비 5%를 넘었다고 합니다. OECD 기준 다인종, 다문화 국가에 진입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정도이니 더 이상 한글만 고집하는 것도 어찌 보면 진짜 '꼰대'가 아닐까요. 현재 인구감소 추세라면 외국인 비율은 분명 더 높아질 것입니다. 영어는 물론 다양한 문자가 혼재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시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시대가 그리 변했으니, '한글의 세계화'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문제가 되는 청소년 '문해력'은 다른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문해력은 말 그대로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한글을 읽어도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혹시나 해 20대 인척에게 물어봤습니다. 실제 그렇다고 합니다. 교과서도 제대로 한번 읽지 않는 학생이 아주 많답니다.

수업 과정에서도 교과서 역할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니, 영상 시대를 사는 그들에게 문자는 낯선 표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곧 한글의 우수함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수상자 작품이 한글 그대로 외국 독자를 만난 것도 아닙니다. 번역이 물론이니 한글은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 정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수상자 아버지 역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는 딸의 글을 보면 질투를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표현이 그만큼 사람 속내에 속속 파고들 만큼 간절했다는 의미 아닐까요.

문자는 그런 것입니다. 자신 생각을 타인 속내에 속속 파고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타인 생각은 물론, 감정을 이해하는데 제약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4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시대에 사회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요. 그 많은 것 중 외로움은 어느 정도 순위에 두는가요.

제법 높은 자리에 외로움이 있다면, 책을 통해 소통법을 배우고, 책을 통해 받은 이웃과 함께 공유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가을에 우리는 책 읽고 소통하는 용인시민이 되는 것을 권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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