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웠던 2년간의 마을예술 프로젝트 예술 대학의 학생들은 골목길에 그림을 그리고, 설치 작품을 세우며 자신들이 느끼는 마을의 색깔을 표현하고,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 김정아
지난 10월 24일, 당진의 한 작은 마을 읍내12통이 유난히 활기찼다. 오후 4시, 골목길을 따라 펼쳐진 영화관과 다양한 부스들, 그리고 어디서나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가득 찬 이 날은 바로 <제3회 골목 영화관>이 열린 날이었다.
주민들이 함께 교류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지만, <골목 영화관> 행사의 진정한 의미는 그 이상에 있었다. 모든 준비와 운영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해냈다는 점에서 이번 축제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골목 영화관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예술로 그리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재욱 주임과 주민들의 기획으로 시작된 행사다.
▲ 초미니 예술대학 참여 중인 주민 류재훈 작가는 '마을 예술로그리다'에서 초미니 예술대학 당진캠퍼스라는 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주민과 함께 참여했다. ⓒ 김정아
<마을 예술로 그리다>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예술을 통해 함께 어우러지고, 마을의 유휴공간을 새로운 예술적 공간으로 꾸며가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며, 폐허가 된 지역도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얼마든지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올해 3월부터 진행된 프로젝트는 제롬(류재훈) 작가의 <초미니 예술대학 당진 캠퍼스>로 불리며, 입학 설명회와 오픈 워크숍을 통해 주민들은 제롬작가 와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고, 마을 곳곳에 직접 작품을 전시하는 소중한 경험을 이어왔다.
그림을 그리기 전, 마을 주민들은 사전에 마련된 입학 설명회와 워크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함께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작은 예술 대학의 학생들은 골목길에 그림을 그리고, 설치 작품을 세우며 자신들이 느끼는 마을의 색깔을 표현했다. 이는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 골목영화관에 설치된 2024년 공공예술 작품이다. 주민들은 살고 싶은 서문리고 바꾸고 싶었다며 주민이 관심이 있어야 하고, 함께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아
<제3회 골목 영화관>에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자리 잡은 공간에서 영화도 감상하고, 이웃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소박한 축제를 즐겼다. 음식 준비는 강창분 읍내12통 통장을 비롯한 마을의 활동가들이 맡았고, 서문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서사모' 회원들은 팝콘 부스와 인사 캠페인 부스를 운영했다. 특히 인사 캠페인 부스는 주민들이 이웃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했다.
축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으로 이루어진 만큼, 그 의미 또한 깊었다. 어묵탕과 고구마, 팝콘, 김밥 등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들은 마을 곳곳에 향긋한 냄새를 퍼뜨렸고, 주민들은 웃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주고받으며 진정한 마을의 정을 나누었다.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과 부스들은 그저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이웃 간의 연결고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당진1동 주민자치회 성기돈 부회장은 행사의 전반적인 진행을 도왔고, 내빈을 소개하며 주민들의 자부심을 더욱 높였다. 당진1동 행정복지센터는 행사 물품을 대여해 주민들의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마을예술로 그리다' 인사 캠페인 부스 2023년 3웡 5일부터 시작하여, 지난 10월 24일(금요일)까지 마을에서 그림을 전시하고 그림을 그렸던 추억을 회상했다. 인사 캠페인 부스에서도 마을 주민들은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 김정아
▲ 골목영화관 부스운영 직접 참여한 주민은 "폐가가 없어지니 마음이 흐뭇하고, 작은 그림 하나로도 공간이 예뻐지는구나 싶어요. 사람이 오가니까 국회의원, 마을 사람 등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 말을 통해 마을 주민들은 그저 골목길의 변화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실감했다. ⓒ 김정아
마을 곳곳에 전시된 그림과 설치물은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마을 주민들의 정성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 주민은 "그림으로 만남이 이루어졌어요. 그림 하나로 마을이 변했고, 결국 그림이 폐가를 이겼구나, 폐가가 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폐가가 없어지니 마음이 흐뭇하고, 작은 그림 하나로도 공간이 예뻐지는구나 싶어요. 사람이 오가니까 국회의원, 마을 사람 등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 말을 통해 마을 주민들은 그저 골목길의 변화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실감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건일 관장은 '마을 예술로 그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된 골목길을 돌아보며, 한편으론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어 "작은 그림과 예술 작품들이 골목 곳곳에 자리 잡으니, 이곳은 더 이상 그냥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의 발걸음을 맞추며 만들어낸 하나의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감사하고, 앞으로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따뜻한 변화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라며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골목 영화관이란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마을의 작은 (마지막) 축제였지만, 그 안에 담긴 가치는 작지 않았다. 주민들이 손수 만든 축제,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마을의 정. 모두가 함께한 축제는 읍내12통의 소중한 기억이 되었고, 앞으로도 마을을 더욱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골목영화관 입구에서 마을주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당진북부사회복지관 이재욱주임은 주민이 관심있어야 하고 함께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민들과 '마을 예술로 그리다'를 기획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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