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여는 새로운 화장품의 시대, '맞춤형 화장품'

화장품공학 전공생이 바라보는 화장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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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lymin0814)등록 2024.11.01 15:38
지난 10월 14일에서 17일까지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Foz do Iguazu)에서 열린 세계 화장품학회(34th Congress IFSCC Brazil)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우수 연구 Top 5에 선정되었다.
Top 5에 오른 연구는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인공지능 '센서노이드'이다. '센서노이드'는 인공지능 즉, AI를 활용한 감각 평가 시스템이다. 센서노이드의 데이터 감각 데이터 성분을 활용하면, 성분 처방 데이터만으로도 실제 완성될 화장품의 사용감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관련 기술은 오랜 기간 이어온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인체 평가 연구 노하우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것이다. 해당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그동안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 온 피부 센서리 연구보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더욱 빠르고 효과적인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더불어 처방 시뮬레이션을 정밀하게 설계해, 화장품 사용감을 인체 적용 시험 대비 90%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더 이상 인체 적용 시험을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뷰티 산업에서 AI는 이미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 그룹(L'ORÉAL)은 이미 AI '페르소'를 선보인 적이 있다. 연구혁신 부문 내 스타트업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Technology Incubator)'가 개발한 AI 기반의 맞춤형 뷰티 기기로 CES 2020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로레알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의 귀브 발루치 대표는 "우리는 맞춤(customization)이 개별 소비자들의 피부특성과 개인적인 선호도, 그리고 소비자들이 처해 있는 환경 등에 관한 정보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 기술은 그 같은 정보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제품"이라고 언급했다.

'페르소'는 4단계에 걸쳐 사용자에게 제품을 제공한다.
1단계: '페르소' 스마트폰 모바일 앱에서 카메라 얼굴을 촬영하면 로레알의 모디페이스(ModiFace) 기술을 바탕으로 깊은 주름, 잔주름, 기미, 모공 등 전반적인 피부 상태를 분석한다. (모디페이스는 토론토 대학 공대 교수인 파르함 아라비(Parham Arabi)가 설립한 뷰티 업계의 증강현실 및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로레알은 2018년 모디페이스를 인수하였다.)
2단계: 브리조미터(Breezometer)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거주 지역 환경과 기후, 온도, 공해도 등을 분석하게 된다. 사용자의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점검하는 것이다.
3단계: 피부에 대한 고민을 '페르소' 앱에 입력한 뒤 맞춤형 모이스쳐라이저, 세럼, 아이크림 제조에 선호하는 제형과 수분 레벨을 입력한다.
4단계: 입력한 값에 맞춰 맞춤형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이 완벽한 비율로 조제되며, 깔끔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1회 분량만큼 디바이스 상단에서 추출된다.

이외에도 로레알 파리 뷰티 지니어스, 입생로랑의 센트세이션(SCENT-SATION), 시세이도(Shiseido)의 뷰티 AR 네비게이션(Beauty AR Navigation)등 다양한 뷰티에 AI를 적용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Insightace analytic)의 뷰티 및 화장품 시장에서의 인공지능(AI) 보고서에 따르면, 뷰티 및 화장품 분야의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3년 37억 3,640만 달러로 평가되었다. 또한 2031년까지 160억 620만 달러에 도달하여 2024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20.1%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할 수 있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피부 타입과 선호하는 제형, 또는 어울리는 색조 등이 모두 다르다. AI의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면 개개인에게 적절한 화장품을 제조, 추천해 줄 수 있게 된다.

현재 한국의 맞춤형 화장품은 100% 소비자 맞춤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제조 시설이 아닌 판매장에서 즉석으로 소비자 피부 진단 결과 등을 반영하여 화장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도'로 정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조된 화장품을 다른 화장품에 섞거나, 원료를 추가, 혼합하여 새로운 화장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맞춤 제작이 아니라, 조제라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조제사 개인의 능력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의 처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같은 사람도 어떤 조제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효과가 좋은 화장품을 받을 수도, 오히려 피부를 악화시키는 화장품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AI의 발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는 모공, 주름 등을 통해 피부 나이를 측정, 적당한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AI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 평소 고민이 많던 모공이 실제 나이보다 많이 나왔다. 그에 맞춰 모공 상품을 추천해 주는 정확함이 꽤 놀라웠다. AI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현재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AI 기술은 맞춤형 화장품의 발판이 될 것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화장품 중 개개인에게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것저것 써보지 않고도 나에게 적절한 화장품을 바로 찾을 수 있어지는 것이다. '맞춤형 화장품'을 통해 돈도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해 보는 과정은 필수적이었다. AI가 발전하면서 이런 과정들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센서노이드'도 그렇다. 화장품이라는 것은 피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사용감이 천차만별이다. 그런 화장품의 사용감을 90% 가까이 예측할 수 있다면, 구매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용감에서 더 나아가 효과나 부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누구든 화장품을 바꾼 후, 뾰루지가 나며 피부가 뒤집어지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예측해 사전에 나와 안 맞는 제품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가장 기대하는 기술은 개인용 AI가 개발되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일매일 그날의 날씨, 피부 상태를 고려하여 나에게 맞는 화장품 처방을 내려주는 AI가 보급된다면? 매일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화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화장품 공학 전공생으로서는 고민이 늘어난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AI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어왔고, 이제는 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교수마저도 컴퓨터 또는 코딩 자격증을 딸 것을 권한다. 화장품 관련 자격증보다 코딩 자격증이 취업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화장품 기업도 코딩 기술자를 원하고 있다. 내 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보다 정확하고 빠른 AI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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