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구안 리본 4단계 인력 충원, 4조 2교대, 임금협약 쟁취를 요구하며 매단 리본들이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시민들이 안전하게 찾는 공항을 만들자!"
"공항공사와 자회사는 지금의 인원으로 4단계 확장 이후 운영을 할 수 있다면서, 예방점검 주기를 늘리고 있습니다. 안전에 소홀해지고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게 과연 효율입니까."
"늘어난 업무량에 지쳐갈 때쯤 신입들이 들어왔는데 다들 못 버티고 나갔어요. 신입들이 그만두지 않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미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있는데 4단계 확장공사로 새로 생기는 화장실만 258개지만, 인력 충원 계획은 오리무중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개항 23주년을 맞아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지만, 업무를 도와주는 디지털 사례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입된 첨단 시스템 관리를 위해 업무가 늘어나 사람이 부족합니다."
올해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진행한 수많은 현장 간담회와 대의원대회, 각종 집회에서 나온 말들을 옮겨 보았다. 현재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올해 파업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지가 글로 구구절절 풀어내는 것보다 더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20년 경력직도, 신입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떠나는 일터가 아니라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는 공항을 만들고 싶은 마음. 인천공항이라는 공간이 운영하는 노동자에게도,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도 안전해야 한다는 마음들이 모여 인천공항지역지부는 파업 투쟁에 나서고 있다. 주요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 합리적인 인력 충원이다. 4단계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인천 공항의 연간 수용 인원은 기존 7000만 명에서 1억 600만 명으로 늘어난다. 확장된 면적과 늘어날 업무에 따른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둘째,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의 교대제 개편이다. 야간노동은 심혈관계 질환, 수면장애 등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24시간 돌아가는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밤에도 쉬지 않는다. 야간근무가 어쩔 수 없다면 적어도 연속적인 야간근무를 없애고 적정한 휴식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처우 개선이다. 주말과 공휴일 없이 돌아가는 교대근무, 낮은 기본급으로 인천공항 자회사는 신입사원들의 퇴사율이 높다. 4단계 확장을 대비한 안정적인 공항 운영 인력 확보와 '낮은 처우→높은 퇴사율→인력 부족→노동강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라도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더운 올해 여름이었지만 조합원들의 열의 덕분에 더위를 뚫어 내고 두 차례 경고파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응답이 없던 사측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부가 또다시 파업을 예고하자 부담을 느꼈는지 4단계 확장 운영에 따른 인력 충원 계획을 밝혀왔다. 분명한 투쟁의 성과였다. 하지만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제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맞은 10월, 이어지던 더위가 사그라지고 날씨도 확 바뀌었다. 바뀐 날씨만큼 인천공항지역지부의 투쟁도 새로운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교대제 개편과 처우 개선을 위한 싸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인력 충원 계획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주시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자회사와 내년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무슨 수를 쓰지는 않을지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인천공항 지역지부의 몫이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노동조합은 인천공항지역지부의 투쟁이 성과로 나타나려 하자 자신들과 합의 없는 자회사의 교대제 개편을 반대하고, 인력 충원도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내부 입장문을 작성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회사 노동자들이 연속 야간노동을 참아야 하고, 안전한 공항을 위한 적정인력이 아닌 최소한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상한 논리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노동조합과 연합한 자회사 복수노조들은 "1만 자회사 노동자 단결하여 투쟁하자"라는 호소에는 묵묵부답이더니 성과가 가시화되자 민주노총을 상대로 싸우려 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도 산출내역서, 과업내용서 등의 형식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의 업무, 투입 인원, 복리후생과 임금 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자회사 노사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인천공항지역지부에 고소 고발을 계속 진행하며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 파업출정식 8월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이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돌이켜보면 인천공항공사의 무책임과 복수노조들의 깎아내리기, 숟가락 얹기는 늘 있었던 일이다. 정규직 전환 당시 발생한 여러 논란 속에서도 인천공항공사는 책임지지 않을 방법만을 고민했다. 전환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좀 늘려보려던 복수노조들도 정작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속에서 고용 불안, 노동자의 건강, 처우 개선에 가장 책임감을 느끼고 활동해온 노동조합이 인천공항지역 지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4단계 확장 개항을 눈앞에 둔 지금도 인천공항 공사는 안정적인 공항 운영과 노동자·시민 안전보다 홍보용 언론플레이와 노동조합 죽이기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복수 어용노조들도 인력 충원, 교대제 개편, 처우 개선이라는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 보다 지부의 성과를 깎아내려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
조건이 쉽지 않은 만큼 올해 파업 투쟁의 중요성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지역지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하는 인천공항을 만든 자부심으로 앞에 놓인 산들을 하나하나 넘어갈 것이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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