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역사를 지닌 커뮤니티유니온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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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노동센터(kcwc)등록 2024.11.13 15:58
2024년 10월 5일~6일, 일본 오사카에서 전국커뮤니티유니온연합회(이하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교류집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이하 한비네) 소속으로 필자를 비롯한 8명과 한국와이퍼노동조합 3명이 참석했다.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교류집회는 매년 1회 진행되며, 올해는 1부 예산과 회계 보고, 2부 영화 상영, 3부 분임 토론, 4부 한비네와의 교류로 구성되었다.

커뮤니티유니온 조합원은 전국에 약 2만 명으로 삿포로유니온 2,000명과 나머지 현의 유니온 조합원 약 200명 안팎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회계 보고에서 느낀 점은 우리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로 노동운동을 하는 단체들의 예산 문제였다. 독립적인 사무실 운영도 힘들다고 하니 그 어려움이 몸소 체감될 정도였다. 다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커뮤니티유니온은 1인이 회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겪어도 회사와 교섭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해고와 관련해서도 커뮤니티유니온 조합원이라면 투쟁과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1부가 끝나고 오소영 감독의 〈더 한복판으로〉라는 영화를 단체 관람했다. 이 영화는 재일교포 언론인 여성이 극우 보수단체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혐오 속에서 하루하루 투쟁의 삶과 주변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 속에서 혐오와 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인종, 장애, 젠더, 나아가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함까지. 우리는 단순히 '나'로서 살아가는 데, 이것이 잘못됐다고 낙인찍고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이 참 씁쓸했다. 그러나 영화 내용처럼 결코 이에 가만히 있고 주저앉아서는 해결될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곁에 있고 이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도 이 땅에 그 어떠한 차별과 혐오가 없어지기를 바라며 영화를 추천한다.

이후 리셉션(연회 만찬) 장소로 이동하며 커뮤니티유니온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마다 힘든 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우리와 많이 달랐던 부분은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였다. 우리의 경우 임금 격차와 고용 불안으로 인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1순위로 꼽고 있는데, 일본은 청년들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면 정규직에 쉽게 취업할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초봉 차이도 크지 않아 굳이 대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와 노동 현실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2차 자리로 이동해 나고야유니온 동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명 깊었던 부분은 "노동 문제는 결국 시민 전체의 문제이다. 단순히 노동자들만 싸워서 될 부분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역시나 우리나 일본, 아니 그 어느 나라에서도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일본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교류집회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교류집회에 참여한 한비네 활동가들의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이튿날은 분과회의로 시작됐다. 나는 '조직화' 부분을 선택해 들었다. 일본의 경우 개인이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겪거나 부당함을 경험했을 때, 노조를 만들거나 찾아가기보다 커뮤니티유니온에 직접 상담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그 개인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연결해 나가는 방법을 많이 선택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것 같다. 또한, 일본도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직장에서 대규모 해고 건이 상당수 있었다고 하며, 당시에 꽤 많은 상담이 이루어져 조직화까지 이어졌던 사례를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탈퇴 조합원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내부에서 운영이 흔들렸던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역시나 이러한 문제도 어디에서든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활동가 몇몇이 희생하면서 생기는 이러저러한 문제들,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하루빨리 개선해 나가야 하는 우선 과제인 것 같다.

제36회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교류집회 제36회 커뮤니티유니온 전국 교류집회 중 '더 한복판으로' 다큐 영화를 본 후 감독/출연진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유니온과 한비네와의 교류로 우리가 하는 일과 한국에서의 노동 문제, 사업 등을 같이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의 경우 노동조합, 노동권익센터, 비정규지원센터 등으로 전국 각지에 단체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일을 수행한다. 특히 커뮤니티유니온은 한국의 노동권익센터, 비정규직지원센터가 시에서 위탁받아 사업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정부나 시가 결합하면 사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제약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한, 노동운동을 하는 활동가 중에서 '청년'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이는 우리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라 시간을 가지고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정작 한비네와의 교류 시간이 짧아 많은 아쉬움이 든 시간이었지만, 고민하는 문제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무엇을 위해 어떤 목적을 위해 이러한 활동을 하는지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1박 2일 일본에서의 경험은 나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교류의 시간이 정기적으로 있으면 좋겠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문화가 달라 어색했던 부분, 그러나 비슷한 문제를 서로 똑같이 고민하는 부분 등 같으면서도 다르지만, 결국 우리가 바라는 지향점은 같지 않을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9호에도 실립니다.글쓴이는 최현규(대전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지원팀)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9호 11,12월호 '세계의 노동'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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