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배(지식재산권 특허·상표 전문가) ⓒ 용인시민신문
'성미가 급한 사람은 부드러운 가죽을 차고, 느린 사람은 팽팽한 활을 차고 다니라.'
- 정조대왕 인용, <한비자> '관행'
패위패현(佩韋佩弦)이라는 말은 '부드러운 가죽을 차거나 팽팽히 맨 활을 참'이라는 뜻입니다.
줄여서 '위현'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못된 성질을 경계해 고쳐 나간다는 뜻입니다.
기원전 280~233년 사이 전국시대 한나라 사상가이자 순자의 제자였던 한비자는 그의 저서 <한비자> '관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서문표는 성질이 급하니 삶은 가죽을 차서 스스로 차분하게 하고, 동안우는 성질이 느리니 팽팽하게 당긴 활줄을 맨 활을 차고 다녀 스스로 급하게 한다. 패위이완(佩韋以緩) 패현자급(佩弦自急)."
한자 '韋'는 삶은 소가죽, 즉 잘 매만져서 부드럽게 만든 다룸 가죽이고 '弦'은 활줄입니다. 얼마나 가죽을 무두질했던지 부드러울 대로 부드러운 가죽이 바로 다룸가죽입니다. 이 가죽처럼 늘 느긋한 성질로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관행'은 사물의 '관찰 행위'라는 뜻입니다. 마음으로 진리를 비추어 보고 그 진리에 따라 실천함을 의미하며, 자기의 본 성품을 밝게 비추어 보는 수양 방법의 하나입니다.
한비자는 '패위패현'을 말함으로써 사람이 세상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후대에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부드러운 가죽을 차고, 성질이 느린 사람은 팽팽한 줄을 맨 활을 차고 다님으로써 스스로 반성하고 수양하라는 권고입니다.
이 말은 <한비자> '서문표의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서문표는 위(魏) 문후의 신하입니다. 위나라는 서기 250년경 후한 조조의 위나라가 아니라 기원전 460년경 춘추시대의 제후 나라입니다.
역사상 위나라는 총 8개의 나라가 존재했습니다. 서문표는 업(鄴) 지방의 장관이 되어 선정을 베풀었고 강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사업을 벌여 농업생산력을 높였는데, 추진력은 강했으나 성질이 매우 급했습니다.
그래서 서문표보다 후대의 사람인 한비자는 그를 빗대어 이 사자성어를 만들어 후세에게 경고한 것입니다.
동안우는 기원전 510년경 진(晉)나라 건축가이자 전략가, 정치가입니다. 그는 자신의 느슨한 성질을 경계하기 위해 항상 시위를 팽팽히 맨 활을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부드럽게 만든 가죽을 차고 다니면서 스스로 차분하게 한다는 말로, 패위자완(佩韋自緩)도 많이 사용합니다.
조선 후기 학자 송준길의 시문집인 『동춘당문집』은 1680년(숙종 6년) 왕명에 의해 송시열의 교열을 거쳐 예문관에서 최초로 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신이 삼가 엿보건대, 전하께서 치밀하고 정중하신 뜻은 넉넉하지만 분발하고 진작(떨쳐 일어남)하는 기운이 조금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신이 일찍이 "병을 살펴 약을 써야 한다"라는 말과 "부드러운 가죽을 차거나 팽팽히 맨 활을 찼다"라는 등의 설로 진달(말이나 편지를 올림)한 뜻이 실로 범연하지 않았습니다만, 성상께서 과연 기억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간언한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조선 성리학자는 나라를 위한 일에는 목을 내놓고 충간하였습니다.
이 사자성어는 언제나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말할 때 인용되곤 하는데, 나중에는 종종 '유익한 충고'를 비유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배웁니다. 고전을 공부해 당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인문학의 대가였던 위대한 정조대왕께. 한비자를 인용한 성어, '패위패현'은 오늘날 개인이나 단체나 정당에게 꽤 필요한 성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수양의 어려움을 이르는 말로, 파산중적이파심중적난(破山中賊易破心中賊難)이 있습니다. 이는 산중의 비적은 쳐부수기 쉬우나 마음속 적인 사심은 없애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명나라 왕수인이 남방의 만적을 정벌할 때 한 말로, 사심을 적에 비유할 만큼 사심 없이 공적인 일을 처리하라는 엄중함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공직자나 9급의 일선 공무원부터 대통령까지 사심없이 공무에 임할 때 나라는 융성할 것입니다. 오늘날 사심으로 나랏일을 하거나 정치행위를 하는 공직자가 없기 바랍니다.
국민은 여권 인사들이 목숨 걸고 간하는 사간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실정을 진단하고 어느 방향으로 대통령과 정부가 나아가야 할지에 대하여 소신껏 충언하라는 것입니다.
한 정당의 영고쇠락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습니까. 한 정당의 권력 휘두름이 한국 국민의 삶에 그렇게 중요합니까. 국민과 시민 그리고 주민들은 어떤 당이 집권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단지 억울한 일이 없고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삶을 바랄 뿐입니다.
국민은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 관료들이나 대통령실 참모 그리고 당직자들의 충언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은 매우 감사할 것입니다.
성질 급한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렸고, 성미가 지나치게 느긋한 사람은 팽팽하게 맨 활을 지니고 다니면서 스스로 마음을 긴장시킨 이 고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부족함을 넉넉함으로 채우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을 '군자'라거나 리더라고 하며 명주(明主)라도 하여 백성은 그를 믿고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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