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발음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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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gloria70)등록 2024.11.10 15:56
며칠 전부터 날 따라다니는 언어는 zone과 john이다. 라면 사리를 넣어 부대찌개를 즐기는 의정부와 달리 이태원에서는 소시지 위주의 찌개를 존슨탕이라고 한다. 만만하게 입에 찰싹 붙는 미국 이름이 존슨이어서 존슨탕이라고 한다지만 유래를 살피니 조금 다르다. 존슨 미국 대통령 방한으로 붙여졌단다.

며칠 전 Znne of interest 영화를 감상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프리모 레비)에서 유대인 학살을 눈감고 나찌에 부역해서 혜택을 누리던 독일인이야기를 읽고 몸을 떨었는데 그것을 이토록 극명하게 보이는 영화가 있나 싶어 아이들에게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발음은 z와 j를 구별하기 어렵다.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제목에서 장벽을 만난다.

대통령 담화에서 외국 기자가 어렵기로 소문난 한국어로 질문하는 대목이 나왔다. 나는 잘 들렸는데 대통령은 안 들렸나보다. 참모에게 안 들린다고 말해서 외국기자는 결국 영어로 맥없이 질문했다. 더듬거려도 진심을 다해 언어를 고르던 눌변은 영어문장으로 바꾸자마자 달변이 되었지만 투박하고 진실한 맛은 일시에 거둬간다.

그 나라에 가면 더듬거려도 그 나라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각성이 일었다. 존이란 발음의 굴욕을 겪더라도.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타내지 말고 귀를 기울여 진심으로 소통하고자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되었다.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장면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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