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조 기자 ⓒ 용인시민신문 대한민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독서는 마치 유행된 듯하다고 합니다. 가을이 한창인 이쯤에 잘 어울리는 상황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곳은 단연 도서관입니다. 이에 대해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대략 20년쯤이었습니다. 인구 10만이 조금 넘는 소도시 시립 도서관이 시끌시끌했습니다. 당시 관장이 지역 내에 있는 대학교 한 동아리가 도서관 내에서 영화 촬영 협조를 받아들이자, 이용자 불만이 쏟아진 것입니다. 정숙해야 할 도서관이 대학교 동아리 실습 공간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산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은 공공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당시 관장이 한 말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도서 문화 선진국인 서양 등지에서는 음악회도 할 정도로 도서관은 단지 책만 읽은 공간이 아닌, 종합문화 공간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관장이 세월을 너무 많이 앞서간 것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에야 도시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생길 만큼 생활 밀착형 문화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독서나 공부 목적이 아닌 업무 때문입니다. 오후 2시경 도서관은 어떤 풍경일지 하고 말입니다. 빼곡하게 찬 책은 당연하고, 한쪽에는 컴퓨터에 또 다른 한 곳은 영상까지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뒀습니다. 공부에 집중인 사람도 많고, '독서삼매경' 표현에 어울리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봤습니다. 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신문 독서대를 봤습니다. 혹시 지역신문인 <용인시민신문>이 있는지 하고 말입니다. 흔히 말하는 중앙일간지만 보일 뿐 지역신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아쉬움과 한탄스러운 마음을 숨기려는 찰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안내지를 봤습니다. 특정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을 도서관 내에서 보는 것 자유롭습니다. 책 한 권을 보기 위해 신분증은 고사하고 도서관에서는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고작 매일 나오는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이유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보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치열한 데다 간혹 언쟁과 분실 사고까지 생긴다고 하니, 도서관 측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분증이 있어야 볼 수 있다는 신문, 그리고 그 주변에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 2024년 도서관 풍경이었습니다. 그 풍경을 세세하게 묘사하면 그 사람들은 고령의 남성이며, 그 신문은 보수색이 가장 강한 신문과 경제지입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습니다. 2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찾기가 오히려 쉬울 정도입니다. 도서관 문화라고 변화가 없을까요. 요즘 도서관은 책 읽은 곳, 문화를 즐기는 곳 정도 수준을 넘어선 듯했습니다. 문화에 더해 복지까지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이 저물고 있습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책을 읽으면 풍성한 감성과 지식을 얻는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게 끝이면 현실에서 생존하기 힘들 것입니다. 실제 먹고 살 수 있는 양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도서관을 찾은 많은 고령인 중 다수는 젊은 취업준비생 못지않은 학구열을 보였습니다. 과거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여흥 삼아 설파하며 즐겨도 누구 하나 비난하지 못할 그런 시절이지만, 그들은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무언가 준비를 해야 하며, 그 공간으로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분증까지 챙겨 신문을 보는 수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점심 한 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집을 오가는 수고가 있다고 해도 도서관은 그들에게 최적의 공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도서관에서 그렇게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안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말입니다. 혹시 지역 인재를 찾는 지역 기업이 있다면, 지금 도서관으로 한번 발길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시절 문화 복합시설이던 도서관이 지금은 어떤 역할까지 하는지, 같이 만들어 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