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네 안의 얼어버린 바다를 깨고 생각을 낚아라" - 오마이뉴스 모바일
play

박웅현 "네 안의 얼어버린 바다를 깨고 생각을 낚아라"

등록 2011.10.21 14:29수정 2011.10.27 16:57
0
상품명을 올리기도 바쁜 시간, 남다른 메시지로 시청자들의 시선과 마음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던 이 광고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광고의 제작자이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의 저서로 잘알려진 '크레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TBWA KOREA 전문임원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그 아이디어들이 숨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무릇 책은 꽁꽁 얼어붙은 우리 안의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에서 제목을 따온 신간 <책은 도끼다>를 들고 지난 20일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를 찾은 광고인 박웅현. 그는 이 광고가 만들어지게된 일화를 소개하며 '창의력은 일상을 잘 관리하는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회의실을 낚시터라고 한다. 좋은 말은 막 나오고 있다. 좋은 말 낚아 채기만 하면 된다. / 어느날 그냥 글을 하나 써왔더라. 버리기가 아깝더라. 좋은 게 있으면 뭐라도 만들어 공유를 하고 싶고 그 것이 제 직업의 특권. 그래서 뭐만들자해서 1년동안 지지고 볶아 나온 것이 이 것."

'들여다봄'. 박 씨는 한동안 이 말 한 마디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주변, 일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평범한 것들을 남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창의력의 바탕이 된다는 겁니다. 박 씨는 우연히 접한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듣자'는 노래 가사를 들여다봄으로 '삶을 움직이는 한가지'가 무엇이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들여다보기라는 단어에 꽂혀있었다. 어떤 사람은 감동받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고, 어떤사람은 아이디어 얻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는데 두 사람의 차이는 들여다보느냐 흘리느냐의 차이에 있더라 / '당신의 삶을 움직인 한가지 질문'을 쓰라는 원고청탁을 받아 쓴 글이다. 잔디가 자라는 속도. 정 많은 나뭇가지가 가을 바람에 나뭇잎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는 속도. 그 똑같은 나무가 다부진 가지마다 이미 또 다른 봄을 준비하고 있는 속도. 아침마다 수영장 앞에서 만나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는 하얀 강아지가 자라는 속도. 내 무릎 사이에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가 늙어가고 있는 속도. 부지런한 담쟁이가 기어이 담을 넘어가고 있는 속도. 바람이 부는 속도. 그 바람에 강물이 반응하는 속도. 별이 떠오르는 속도. 달이 차고 기우는 속도. 내 인생을 움직이는 질문. 내 인생을 움직이는 질문은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그 속도에 내가 온전히 편입할 수 있을까."

박 씨는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도 '하루에 몇번 소름이 돋느냐'와 관련있다고 말합니다. 매 순간 일상의 소소한 것들 속에서 큰 감동을 '발견'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겁니다.

"얼핏 보기에 '창의력과 행복은 무관한 것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한줄 때문에 왔습니다했다. 창의력과 행복은 무관한 것같지만 출발점이 같습니다. / 모든 찬란한 순간은 순간이다. 사소해 보이는 것이 사소하지 않은게 인생이다. 여행을 생각해보라. 여행을 갔다오면 대단한 장면생각나는 것이아니라 도넛, 대화 등 사소한 것들이 떠오른다."

소중한 일상, 남다른 감동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선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박 씨는 일상 속 사물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예민한 촉수를 세우기 위해 '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씨는 인문학이 '생각의 기초체력'이라며, 고전에 담긴 명사들의 시선을 빌리는 것으로 감수성을 더욱 훈련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근데 유홍준 눈을 빌어 비로소 견문을 할 수 있는 것.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유홍준의 도움, 김훈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읽는다. 책이 인생을 바꾼다. 요즘은 콩나물 먹는 것이 감동이다. 입안의 물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행복하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스승이 있다'. 박 씨는 다시 한번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말로 강연을 맺었습니다. 김훈, 고은, 밀란 쿤데라, 알랭드 보통 등 동서양 인문학 고전들에서 느낀 박 씨의 '소름'이 담긴 신간 <책은 도끼다>. 이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뜨릴 이 시대의 소중한 '도끼'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박웅현 TBWA KOREA 전문임원의 '저자와의 대화'는 인터파크 인문소셜클럽과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인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