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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쇼'다"

등록 2012.06.08 19:18수정 2012.06.0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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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토론을 공부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토론 교육을 해온 현직 국어교사이자 토론 교육 전문가인 <토론의 전사> 저자 유동걸 씨가 'TV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쇼'라며 일침을 놓았습다. 대립에서 비롯한 언쟁과 논쟁뿐인 TV토론은 마치 액션영화와 같다며 토론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겨 봐야함을 강조한 것이다.

"일단 TV토론이 토론인가. <백인토론> 갔다 와서 '이건 토론이 아니고 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분토론 같은 경우에도 명칭은 백분토론이지만 스펙터클 관점에서 보면 말로 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 마치 액션 영화처럼 하나의 싸움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일 수 있는 것이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언론에서 보여주는 토론문화나 토론의 모습을 토론의 본질적 가치나 의미에 비추어봤을 때 과연 어디까지를 토론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7일 오후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토론의 전사> 출판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독자들과 만난 저자 유동걸 씨는 책에서 다 말하지 못한 토론의 의미를 설명하며 토론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통을 위해 용기 있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태도가 토론의 정신이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의 교수법을 예로 들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통을 잘하는 사람 1위로 뽑혔던 3년 전 설문조사를 소개하며 토론의 밑바탕이 되는 소통능력이 리더의 힘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저자는 또 프랑스 6.8혁명과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을 예로 들며 토론에 깃든 연대와 참여 정신을 강조했다. 특히 '토론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진 역대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더욱 힘을 싣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 가장 약자였다. 그래서 제가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도 토론은 약자들의 연대이고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가지고 자기네들의 역사와 현실, 문화와 삶을 바꿀까를 고민하는 바탕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류사회의 두꺼운 층을 뚫고 본인이 실현하고자 했던 좋은 사회, 좀 더 서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실현하고자 힘들을 모아야 하는데 기득권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음해하는 상황 속에서 뚫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소통과 토론을 통해서 국민들이 참여하는, 그래서 참여정부라는 이름 속에 토론을 통해 참여정신을 현실화 해보자는 고민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를 예로 들어 당시 검사들의 토론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반면교사로써 이날 토론은 세계 최고의 토론 교과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결과적으로 토론의 판을 깨려고 했던 검사들의 목적에 넘어간 노무현 대통령이 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저는 대통령이 졌다고 보는 게 토론의 판 자체를 깨는 게 검사들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거기에 넘어갔다. 유일한 여성 참여자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인데 앞에 책상도 없다. 여성에 대한 배려도 없고, 토론의 배치부터 시작해서.. 제가 보기에는 최악의 토론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데서부터 출발해서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최대한 약 올리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화나게 만드는 게 검사들의 목적이었고, 그 와중에 형 얘기까지 꺼내니까 '이 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언론에 크게 퍼트리면서 대통령이 동등한 눈높이로서 토론하지 않고 권위를 내세우려고 했다고 토론공화국 담론 자체를 훼손시키면서 그 뒤로 거짓말처럼 토론 공화국이라는 말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철학과 정서에 맞춰 영화, 드라마, 책 등에서 다양한 사례와 근거들을 인용해 토론의 의미와 방법을 재미있고 쉽게 설명한 토론 지침서 <토론의 전사>는 단순한 언쟁이 아닌 화합을 위한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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