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마지막 노래 "엄마, 사랑해"|故 이지한씨 - 오마이뉴스 모바일

아들의 마지막 노래 "엄마, 사랑해"|故 이지한씨

등록 2022.12.14 11:26수정 2022.12.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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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지난 11월 22일 참사 후 첫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마지막 육성을 들려주며 오열했다.

아래는 이씨 어머니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2001년 육아일기장에 '너는 별명을 효자로 지어야겠구나' 써 있더군요. 그 아이는 그렇게 착했습니다. 연줄하나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힘으로 동국대 연극영화과 들어갔고 올 5월에 한 달 간의 오디션을 거쳐 큰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12월 방영을 앞두고 매일 같이 제대로 먹질 못했어요.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오직 그 작품에 온 신경과 온 정성을 쏟고 있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어서 병원으로 가 보았는데 지한이가 맞았습니다. 그날도 못 먹은 거 같았어요. 볼이 너무 패여 있었고 배가 홀쭉해서 '지한아, 넌 오늘도 못 먹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그래도 가장 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니 편지를 써보자. 그 분에게 호소를 해보자'고 두서없이 막 적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배우 이지한의 엄마입니다. 해가 뜨는 것이 두렵고 제 입으로 물이 들어가는 게 싫어 제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며 제 뼈에 붙은 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한이 아빠는 장례 직후 자살시도를 하였고 지한이 누나는 자기가 대신 죽었어야 한다며 죄책감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참사는 분명히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 사건임에 분명합니다. 만약 류미진 전 과장,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장관, 국무총리 자식들이 한명이라도 그곳에서 '숨쉬기 어렵다. 압사당할 것 같다. 살려 달라. 통제해 달라'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그 거리를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절대 아니죠. 이건 아니죠. 그럴 순 없죠. 어린아이들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법을 개정하면서 어찌 이 어른들을 그냥 넘어가려 하십니까. 대통령님 사고 현장 앞을 밥 먹고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던 이, 112상황실에 있지도 않았던 이,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고 말한 이, 그 중에서 가장 괘씸죄를 추가하고 싶은 행안부장관의 말 바꾸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행안부장관, 이 책임의 앞과 뒤는 누구의 책임이냐며 비웃으며 빈정대던 이. 이 모두에게 직무유기, 업무상과실치사는 물론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주십시오. 대통령님이 아끼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겨 생명을 잃게 했다면 그들을 가까이 두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믿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저와 제 남편, 그리고 지한이도 윤석열 대통령님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다시는 우리 청년들이 어처구니없이 생매장 당하지 않도록 호되게, 표본이 되게 형사적으로 엄하게 처리해주십시오. 찬란한 미래까지 짓밟힌 아들을 잃은 이 어미의 마지막 소원을 제발 들어주세요. 믿습니다. 믿겠습니다. 믿을 것입니다. 제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 엄마 올림.

그리고 지한이가 제가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제게 이 노래를 불러 마지막 육성을 남겼습니다. 짧게 틀어보겠습니다.

[고 이지한씨 육성 : 어디 일진 모르겠지만 / 혼자였던 밤 하늘 / 너와 함께 걸으면 / 그거면 돼(적재, <별 보러 가자>)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

마지막 육성입니다. 여기 계신 158명 희생자 부모님들은 제 슬픔보다 더 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아들은 이렇게 저를 사랑했으며 이렇게 추억이 많으며 잊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서게 됐습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세요. 기자 분들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증거인멸은 이뤄지고 있으며 자료 삭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모든 걸 낱낱이 밝혀 이 억울한 청년들의 찬란한 미래가 짓밟히지 않도록, 내 아이들의 앞날에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국민 여러분들과 기자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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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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